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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으로 본 한국 인문·사회과학 대학원의 경쟁력

강대국 세계관에 포박, 주류와 ‘맞장’ 못 뜨는 ‘우물 안’ 책상물림

  • 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논문으로 본 한국 인문·사회과학 대학원의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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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외교학

논문으로 본 한국 인문·사회과학 대학원의 경쟁력

역사를 공부할 때 사료(史料) 접근은 필수다. 서강대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는 학생.

‘수용과 전파 멘털리티’의 답습(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김기정 교수).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적 이론과 담론의 부재(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김일영 교수).

정책 분석 위주, 역사·이론 연구 뒷전(서울대 외교학과 전재성 교수).

3년간 발표된 5개 대학 정치외교학 석·박사학위 논문 경향을 분석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한마디로 정리한 것이다. 이들은 서구적 의제 설정에 의존하고, 뚜렷한 역사인식 없이 현상을 겉핥기식으로 탐구하는 풍토에 비판적 인식을 드러냈다.



정치와 외교 현상을 탐구하고 이해하는 방법론을 제공하는 정치외교학은 국가의 정책과 세계전략 수립에 큰 영향을 끼친다. 한국의 정치외교학과 대학원은 바로 국가의 행위를 진단하고,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해야 한다.

2002년부터 3년 동안 서울대(정치학과, 외교학과),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에서 발표된 논문은 모두 337편(박사·41편)이다. 정치외교학 석·박사과정의 경우 학생뿐 아니라 군인, 정치인, 기자 등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학문을 현실에 적용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는 만큼, 현상 분석 논문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세부영역별로 살펴보면 국제정치 분야의 논문이 117편(박사·14편)으로 가장 비중이 크고, 한국정치를 다룬 논문이 70편(박사·14편)에 달한다. 70편의 한국정치 논문 중 북한정치를 주제로 한 것이 18편(박사·4편)이며, 정치과정 논문 20편(박사·2편)도 대부분 한국의 정당과 선거 시스템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현실적인 수요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비교정치 분야의 논문은 49편(박사·8편)으로 분류됐다. 비교정치 연구는 단일 국가의 내부적 정치문제를 분석하거나 두 나라 이상의 정치문제를 비교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단일 국가 분석이 주류를 이룬다. 또한 정치학 연구의 근간이 되는 정치사상 및 이론 분야의 논문은 41편(박사·3편)에 불과해 이론·사상에 대한 관심이 낮음을 드러냈다.

국제정치와 비교정치 영역의 논문을 검토하면, 선호지역 및 연구주제가 뚜렷하게 포착된다. 미국·중국이 강세, 일본이 보합세, 유럽은 약세다. 강대국을 중심으로 한 안보 이슈 분석도 두드러진다.

‘안보’ 이슈 집중된 美 ·日 연구 주류

119편의 국제정치 논문 중 미국의 군사·안보·외교 정책을 분석한 논문은 22편(박사·2편). 9·11 테러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안보와 전쟁 연구가 활발하다. 북미 관계나 한미 관계를 다룬 논문도 14편(2편)에 달한다. 3~4년 전만 해도 한미간 무역갈등, 미국 통상정책의 결정과정이나 문화교류 등 다양한 주제의 논문이 많았던 것과 대비되는 현상이다. 물론, 안보 연구의 비중이 커진 것은 정원 외 인원으로 석사과정을 밟는 군인 위탁교육생의 대거 유입과도 관련이 있다.

하지만 안보 이슈에 집중되는 현상에 학자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이근 교수는 “미국 안보 연구에 치중하는 현상은 미국 현실주의의 영향을 과도하게 받은 결과”라며 “정치, 경제 등 다양한 요소에 대한 고려 없이 군사력 연구에만 몰두하는 것은 우리의 패배주의적 성향을 드러내는 한 단면”이라고 꼬집는다.

과거에 비해 중국 정치에 대한 연구비중은 커졌다. 비교정치, 국제정치 영역에서 중국을 다룬 논문은 모두 17편이다. 정부의 노동정책, 개혁개방정책, 외교정책 등 주제도 다양해졌다. ‘천수이볜 정권과 양안관계에 관한 연구’ ‘대만문제와 관련한 중국외교정책연구: 1995년, 2001년 대만총통의 방미를 중심으로’ 등 양안(兩岸) 관계를 다룬 2편의 논문도 눈에 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논문 주제가 ‘자료 접근이 쉽고, 시대에 뒤떨어진 이슈를 주로 다룬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연세대 통일연구원 한석희 연구교수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 접근할 방법이 언론보도 정도로 지극히 제한돼 있어, 대외적으로 알려진 중국 정부의 정책을 연구하는 데 그치고 있다. 중국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는 논문이 나오려면 세부적이고 미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중국 정부 내에서 정책이 결정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중국을 주도하는 지식인은 어떤 사람들인지, 정작 필요한 주제의 연구가 없는 실정”이라고 평가한다. 이것은 비단, 대학원생들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 정치를 연구하는 한국 학계의 문제다. 중국 정치의 실력자들을 꿰뚫고 내부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중국통 학자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일본을 다룬 논문은 모두 11편(박사·1편)인데, 역시 안보에 관한 연구가 8편에 달한다. 일본의 군사대국화 추세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 것이다. 1980년대만 해도 운동권 학생들이 선호하던 유럽 정치 연구는 상대적으로 그 비중이 낮아졌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제3세계 국가의 정치현상을 다룬 국제정치 및 비교정치 논문도 소수 발견될 뿐이다.

서울대 전재성 교수는 “유럽연합(EU) 등 유럽과 관련된 중요한 이슈가 많은데 유럽에 대해 관심을 갖는 학생이 줄어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3세계의 외교 정책을 한국과 비교함으로써 얻는 함의가 있음에도 연구가 한국과 강대국에 치우치는 것은 안타깝다”며 ‘지역 편식 현상’의 한계를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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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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