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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方外之士 (21)

무료 전원주택, 축령산 ‘세심원’ 지킴이 변동해

“먹이고 재워줄 테니 마음이나 닦고 가소”

  • 조용헌 江湖東洋學연구소 소장, 원광대 초빙교수 cyh062@wonkwang.ac.kr

무료 전원주택, 축령산 ‘세심원’ 지킴이 변동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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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연금으로 생활한다. 한 달에 186만원을 받는데, 이중에서 대학생인 딸 학자금 대출받은 것을 갚기 위해 30만원을 공제하고 나면 156만원이 남는다. 아들은 직업군인이고, 딸도 이제 4학년이라 앞으로 목돈 들어갈 일이 거의 없으니 두 부부가 한 달 동안 생활하는 데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형님이 쌀 2가마를 보내주고, 처가에서도 1가마를 얻는다. 시골생활이 이렇다. 도시와 달리 아무래도 생활비가 적게 든다.

사는 곳은 장성읍에 있는 25평짜리 아파트다. 아파트에서 세심원까지는 승용차로 25분쯤 걸린다. 1300cc 소형 승용차를 타고 아파트와 세심원을 하루 한 번씩 오간다. 1t짜리 소형트럭도 한 대 있다. 농사일을 돕거나 짐을 옮길 일이 있으면 트럭을 이용한다. 한 달 생활비중 자동차 유지비가 가장 많이 든다. 월 평균 50만원가량 들어가는 것 같다. 이 부분은 좀 부담스럽다.

장성군청에 있을 때 직책이 생활민원팀장이었다. 장성군내 이 마을 저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주민의 어려움을 전해듣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게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장성군의 지형과 군에 속한 마을, 주민의 인적사항을 누구보다 잘 알게 됐다. 군민의 밑바닥 인심이 어떤지도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아울러 주민들과 정도 많이 들었다. 지금도 마을 사람들과 연락을 자주 하고, 직접 만나기도 하는데 주로 차를 이용하다 보니 기름 값이 많이 든다.”

바닥에 편백나무 원목 깔아

필자도 변동해 선생이 운영하는 세심원에서 며칠을 묵었다. 사찰이나 암자는 그냥 둘러보고 가는 것하고, 하룻밤을 지내는 것하고는 하늘과 땅 차이다. 하룻밤을 자봐야만 그 터가 지닌 전체적인 기운과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고택이나 일반 집터도 마찬가지다.



세심원은 겉에서 보기에는 특별할 게 없는 그저 평범한 시골집이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서니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거실과 방의 바닥이다. 바닥이 두꺼운 원목으로 되어 있다. 완전 수제품이다. 나무 바닥에서 나는 향이 독특했다. 말로 설명하기 힘들지만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향기인 것은 분명했다. 어떤 나무냐고 하니 편백(扁柏)나무라고 한다.

편백은 일본이 원산지로, 일본사람들이 ‘히노키’라고 부르며 고급수종으로 친다. 다 자라면 높이가 40m, 직경이 2m에 이른다. 곧게 자라는 성질이 있어 삼나무와 같이 하늘로 쭉쭉 뻗는다. 고급 건축자재로 많이 쓰인다. 외관은 삼나무와 비슷하지만 잎 형태가 서로 다르다. 편백은 잎이 넓지만, 삼나무 잎은 뾰쪽하다. 편백나무가 풍기는 독특한 향은 벌레가 달려들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집을 지을 때 실내를 편백나무로 시공하면 모기가 별로 없다. 편백의 잎은 모기향의 재료가 된다고 한다.

세심원이 자리잡은 전남 장성군 북일면 일대의 축령산에는 약 300만평 규모의 편백나무 숲이 조성되어 있다. 축령산 휴양림으로 우리나라에서 편백나무가 가장 넓게 밀집한 곳이기도 하다. 물론 인공으로 조림한 결과다. 장성에 편백나무가 심어진 게 언제부터인가. 일제 강점기 인촌(仁村) 김성수 선생이 일본에서 들여와 처음 심기 시작했다고 한다. 인촌은 울산 김씨다. 호남에 사는 울산 김씨의 중시조격인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 선생이 바로 장성의 필암서원에 모셔져 있다. 인촌이 장성에 편백나무를 심기 시작한 것은 이렇듯 선대 집안과 연고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 바통을 이어받은 인물이 1980년대 후반에 작고한 임종국(林種國)이다. 임종국은 1958년부터 전 재산을 털어 편백나무 조림을 시작했다. 편백나무가 수익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축령산 일대에 집중적으로 심었다. 임종국은 자신의 전 생애를 축령산 편백나무 숲 조성에 바쳤다. 가뭄이 들어 나무가 말라죽어가면 온 가족이 동원돼 물지게를 지고 물을 날랐다. 그토록 심혈을 기울였기에 50여 년이 지난 지금 축령산 전체가 울창한 편백나무 숲을 이루게 된 것이다. 축령산은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인공조림에 성공한 사례로 손꼽히며 일본을 비롯한 외국의 나무 전문가들이 자주 답사하러 오는 곳이다.

축령산 편백나무는 다른 지역의 편백나무보다 높게 평가된다.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장성의 축령산은 전북 고창군과 경계지역에 있다. 겨울철 서해안의 찬 기류가 내륙으로 들어오다가 해발 640여m의 축령산에 부딪혀 눈을 쏟아붓는다. 그 때문에 축령산에 눈이 많이 온다. 눈이 오는 지역의 편백나무는 향이 좋고, 재질이 단단하고, 무늬도 아름답다.

일본에서도 눈이 내리는 지역의 편백나무를 상품으로 친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잘 자란 편백나무 한 그루 값이 도요타 승용차 한 대 값과 맞먹는다고 한다. 독일인도 나무를 좋아한다. 특히 참나무를 좋아하는데, 잘 자란 참나무 한 그루의 값이 벤츠 한 대 값과 같다고 전한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무의 가치를 인정하는 데 인색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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