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황호택 기자가 만난 사람

‘X파일 정국’의 핵,천정배법무부 장관

“도청 수사 성역 없지만 DJ측 반발이 걱정”

  •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 사진·김용해기자

‘X파일 정국’의 핵,천정배법무부 장관

3/10
‘X파일 정국’의 핵,천정배법무부 장관

천 장관은 도청사건 수사에 대해 고심을 거듭했다.

-최종적으로 테이프를 어떻게 처리할 작정입니까.

“법적 절차에 따라야죠. 일단 테이프가 증거물로 압수돼 있는 상태 아닙니까. 범죄행위에 제공된 물건이라던가, 범죄행위의 결과로 생긴 물건은 몰수하게 돼 있는데, 공운영씨가 기소된다면 몰수 대상이 됩니다.”

그는 여기서 “공부한 지 오래돼서…”라며 한명관 홍보관리관(부장검사)을 돌아보고 “그렇죠?”라고 동의를 구했다.

“몰수된다면 형 확정 후에 폐기하면 되겠지요. 공소시효가 지났다든지, 범죄가 성립 안 된다든지 해서 기소를 못하게 되면 문제가 생기죠. 공운영씨가 274개 테이프를 적극적으로 누설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집에 두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범죄가 성립되지 않을 수도 있지요. 하여튼 몰수 요건이 안 될 때는 골치 아픈 문제가 생깁니다.

기소를 못할 때는 소유자한테 돌려줘야 합니다. 원본 테이프라면 국정원 소유지만 복사해놓은 것이라면 복잡한 법 해석이 필요합니다.”



한 관리관은 “수사가 진행돼야 그 처리 방향이 결정될 수 있다”고 보충 설명을 했다.

“수사도 정치처럼 생물입니다. 법적 결론은 법을 대전제로, 사실을 소전제로 해서 3단 논법에 의해 내리는 법적 판단입니다. 사실관계 규명과 동시에 법률적 검토가 진행되면서 최종적으로 결론이 나리라고 봅니다.”

떡값 수수 의혹 검사 처리는 지켜봐야

-X파일에서 검찰 전현직 간부들이 삼성이 보낸 떡값을 받은 것으로 나왔는데요.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K1(경기고) 출신이 많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기자들 사이에 돌아다니는 명단을 입수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거론된 해당 간부들이 실제 떡값을 받았는지에 관해 선입견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그래서 처리 방향에 대해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입니다.

다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검찰도 거대 권력입니다. 이번 기회에 새로운 각오로 검찰 권력이 남용되지 않도록 자정(自淨)하는 시스템을 확고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천 장관은 전남 신안군 암태도(巖泰島) 출신이다. 목포 서쪽 25km 지점에 있는 암태도는 큰 바위와 암벽이 섬을 병풍처럼 둘러치고 있다고 하여 생긴 이름이다. 주민 대다수가 농업에 종사한다. 일제 강점기에 대표적인 소작쟁의가 일어났던 섬이다. 암태도 농민이 지주(문재철)에게 내는 소작료가 무려 7~8할에 이르렀다. 1923년 8월, 추수를 앞두고 600여 명의 농민이 목포경찰서와 법원 마당으로 몰려가 농성을 벌였다. 당시 ‘동아일보’는 농성장면을 이렇게 보도했다.

‘대지를 요로 삼고 창곡을 이불 삼아, 입은 옷에 흙이야 묻든지 말든지, 졸아드는 창자야 끊어지든지 말든지, 오직 하나 집을 떠날 때 작정한 마음으로 밤이슬을 맞으며 마른 정강이와 햇볕에 그을린 두 뺨을 인정 없는 모기에 물려가면서 그날 밤을 자는 둥 마는 둥 또다시 그 이틀 되는 초 9일을 당하게 되었다.’

소작 농민의 편에 섰던 ‘동아일보’의 잇단 보도는 이 사건을 전국적 차원으로 확대시켰고, 마침내 악질 지주와 그를 비호하던 일제 당국은 무릎을 꿇었다. 암태도에는 희성(稀姓)인 천(千)씨가 몇 집 있었는데 소설가 천승세씨(여류작가 박화성씨의 아들)는 천 장관과 9촌간이다. 아버지는 목포에서 공무원을 하고 있었다. 그는 암태도의 할아버지 밑에서 초등학교를 마치고 목포중학교에 진학하면서 비로소 부모와 한솥밥을 먹었다.

그가 목포에서 이름을 얻은 것은 목포고 3학년 때 치른 대입 예비고사에서 전국 2위를 하고 서울대 법대에 수석합격하면서다. 말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를 김대중 전 대통령, 프로기사 조훈현씨에 이어 목포가 낳은 3대 천재라고 불렀다.

그를 어린 시절부터 지켜본 이들은 천재라기보다는 ‘공부를 즐기는 타입’이라고 말한다. 목포고 동기생으로는 유선호 의원, 김성진 전 여성부 차관, 손정수 농촌진흥청장, 홍성무 서울고법 부장판사, 김충식 동아일보 논설위원 등이 있다.

천 장관은 검찰의 자정 이야기를 하다가 검사의 사건 처리에 관해 중요한 언급을 했다.

3/10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 사진·김용해기자
연재

황호택기자가 만난 사람

더보기
목록 닫기

‘X파일 정국’의 핵,천정배법무부 장관

댓글 창 닫기

2022/08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