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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파일’ 후폭풍, 2007년 대선구도 뒤집나

동아일보 정치 전문기자의 ‘도청·연정 정국’ 감상법

  • 김동철 동아일보 정치전문기자eastphil@donga.com

‘X파일’ 후폭풍, 2007년 대선구도 뒤집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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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대목에서 도청 정국이 노 대통령의 연정 구상 되살리기와 연결될 수도 있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연정과 관련해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은 8월12일 “현 시점에서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은 힘들다”며 대연정 포기선언을 했다. 또 열린우리당의 여러 의원도 노 대통령의 연정 집착에 비판적 태도를 취해왔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도청 정국이 진행되면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현실인식 차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민주당은 국정원의 발표에 반발하고 민노당은 도청 문제 해법 등 각종 쟁점에서 시각차를 보였다.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소연정을 추진할 동력(動力)조차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X파일 쥔 여권이 ‘다른 생각’ 한다면…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12일에도 청와대 소식지인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9일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자신이 밝힌 연정에 대한 구체적 구상을 뒤늦게 전할 정도로 ‘연정 집착증세’를 보이고 있다.

노 대통령은 대연정 제안과 관련한 지난달 29일의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마련한 것은 대연정보다는 선거제도 개혁이다. 선거제도 개혁을 아무리 하려고 해도 안 되니까 정권을 내놓는 한이 있더라도 꼭 이 선거제도는 좀 고치고 싶다는 그런 뜻을 말씀드린 것이다. 대연정 제안은 소위 말하는 반대급부 내용이고 진정으로 제안한 것은 지역주의를 해소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만들자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는 노 대통령의 연정 제안이 연정 자체가 아니라 지역구도 해소에 무게가 실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도청 정국이 구세력과 지역주의 조장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불러와 여론이 지역주의 해소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면 노 대통령으로서는 야권의 연정 제안 거부로 이루지 못했던 지역구도 해소의 뜻을 이루는 길을 마련할 수도 있다. 야권에서 일찍부터 도청 테이프의 선별적 공개를 통한 연정 정국 돌파 가능성을 제기했던 것도 이런 점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도청 정국에서 반드시 밝혀져야 할 “누가 언제 어디서 누구를 대상으로 어떻게 도청했고, 정권이 이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했는가”라는 기본적인 내용 못지않게 미림팀장 공운영씨가 보관해온 도청 녹음 테이프에 등장하는 인물은 누구이며, 어떤 대화내용이 담겨 있는지에 일반 국민의 관심이 더욱 쏠려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 때문에 정보를 독점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여권이 ‘나쁜 생각’을 할 경우 도청 테이프는 여권의 정치적 의도를 달성하는 수단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한 현 여권 인사는 1990년대 중반에 실시된 미림팀의 도청 대상이 됐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인사 등 구 정치세력은 도청 테이프의 주인공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도청 테이프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개연성을 더해주는 대목이다.

물론 노 대통령은 기자간담회에서 여권의 도청 테이프 악용 가능성을 단호히 부인했다.

“문제는 수사와 별개로 공개의 문제다. 수사대상이 되는 사실과 되지 않는 사실을 모두 포괄해서 공개해야 될 것과 공개되지 않아야 될 것이 있다. 이것은 법에 따라야 한다. 우리 국민 70%가 지금 공개하라고 하지만 70%가 아니라 100%가 공개하라고 하더라도, 공개하는 사람 스스로 위법을 감행하지 않으면 공개할 수 없게 돼 있다. 처벌을 면제해 주지 않으면 대통령도 공개를 명령할 수 없다. 그러나 어떻든 국민 70%가 공개하라 그러고 이 안에는 이 사회의 정의를 위해서 반드시 밝혀져야 될 구조적 비리 문제가 들어 있는 것 같으니까 이 문제를 해결하자면 결국 국회에서 법을 만들지 않고서는 안 되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말대로 현 시점에서 불법적인 도청 테이프는 특별법이나 특검을 포함하는 특별법 제정을 통해서만 공개될 수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미 공개된 도청 테이프 녹취록(1997년 당시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과 이학수 삼성 비서실장의 대화를 도청한 녹취록)에 대한 시민단체의 반응에서도 나타나듯이 법과는 관계없이 테이프 공개 이후 상황이 여론재판으로 흐르는 후유증을 낳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또 테이프를 선별해 법에 따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하더라도 이 테이프에 접근했거나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테이프 내용이 시중에 불법적으로 누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야 4당의 특검법안 공동 발의 이틀 뒤인 11일 특검법안 중 논란이 일고 있는 제2조 2, 3항의 테이프 내용 수사와 공개에 대해 위헌(違憲) 소지를 언급한 것도 이런 위험성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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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철 동아일보 정치전문기자eastph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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