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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인터뷰

자산 1조2000억, 일본 파친코 황제 한창우 (주)마루한 회장

“실력, 교양, 신용으로 차별 이겨냈다”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자산 1조2000억, 일본 파친코 황제 한창우 (주)마루한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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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1조2000억, 일본 파친코 황제 한창우 (주)마루한 회장

도쿄시내 마루한의 파친코 점포 내부

그는 34km 떨어진 인구 5만의 도요오카시에서 도산한 파친코 점포도 인수했다. 거기서도 성공을 거뒀다.

14세의 나이에 맨주먹으로 일본에 건너가 32세에 탄탄한 기반을 갖추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한 회장의 청년기를 살펴보면 그는 자신을 둘러싼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도울 수 있는 아주 작은 인연들(예를 들어 재일조선인 모임, 자형의 영세한 파친코 점포 등)을 발견해 이를 소중하게 활용했다. 성공의 길을 먼 곳에서, 거창한 데서 찾지 않고 자신의 주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에서 찾았다.

그러나 그에게도 큰 시련이 닥쳐왔다. 40세 되던 해 한 회장은 볼링 사업에 뛰어들었다. 볼링장을 지을 땅을 물색하기 위해 하루 1300km를 달리기도 했다. 마침내 일본에서 세 번째로 큰 볼링장을 세웠다.

“미네야마의 파친코 사업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그 도시엔 낭만도 있어요. 미지근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통 나가고 싶질 않잖아요. 그런 심정이랄까. 그런데 그렇게 24년을 보내자 그 동네를 떠나고 싶어졌습니다. 마음은 이미 오사카, 도쿄에 가 있었습니다.”

볼링장 사업은 얼마 안 가 실패로 끝났다. 60억엔(600억원·현재시가 1200억원)의 빚만 떠안게 됐다.



“그 큰돈을 어떻게 갚겠습니까. 한마디로 절망적 상황에 빠진 거죠.”

600억원짜리 신용

그런데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들이 “돈을 더 빌려가라”고 한 것이다.

-볼링장 사업은 왜 실패했습니까.

“당시 일본에선 볼링 붐이 일었습니다. 42세 때 전국에 일본 최대의 볼링센터 체인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도쿄 인근 시즈오카시에 120레인을 갖춘 볼링센터를 오픈했습니다. 전국에서 6개의 볼링장을 운영했습니다. 30여 년 전 일인데 그때 당시 27억엔(27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그런데 볼링장 매출이 점점 떨어졌어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일쇼크가 찾아오자 손님이 급격히 줄기 시작했습니다.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 순식간에 60억엔에 이르게 됐습니다.”

-어떻게 수습했습니까.

“돈을 빌려준 은행을 찾아갔습니다. ‘최선을 다해봤는데 도저히 안되겠습니다. 우선 통장, 인감증명, 등기부 등 저의 전 재산을 갖고 왔습니다. 다 받아주십시오’라고 했죠. 그런데 은행 간부가 ‘오키나와 부근 섬으로 여행이나 가자’고 제안하는 겁니다. 2박3일간의 여행에서 돌아온 뒤 그 간부는 ‘사업을 계속하세요. 돈을 더 빌려드리겠습니다’라고 하더군요. 그 여행은 저에 대한 마지막 테스트였다고 합니다.

비록 한번 실패는 했지만 저의 사업능력과 신용을 믿고 제게 더 투자하는 것이 원금 회수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저는 차별대우받는 한국인이었기에 사업을 하면서 무엇보다 신용을 생명처럼 지켜왔습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뱉은 말을 지키지 않은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결국 신용이 저를 다시 일으켜 세운 마지막 밑천이 됐습니다. 주변에서 ‘부도를 내라’는 조언도 있었지만, 저는 60억엔의 빚을 기어코 갚기로 결심했습니다.”

한 회장은 볼링장 개설용으로 물색해놓은 목 좋은 지역에 파친코 점포를 열었다. 그는 점포를 계속 늘려갔다. 매달 빚을 갚아 나가는 액수가 많아졌다. 마침 그 무렵 일본 전역에 파친코 붐이 일어 매출이 급신장했다. 한 회장은 “42세 때 진 60억엔의 빚을 52세 때 모두 갚았다”고 말했다.

600억원, 현재 가치로 1200억원을 10년 만에 갚은 비결은 무엇일까. 한 회장은 “단 한 분야에서 ‘마스터(Master)’가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적 관점에선 10가지 일을 평균적으로 잘하는 것보다 한 가지 일을 남보다 10배 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망해가는 파친코 점포들은 한 회장이 손을 대면 다시 살아났다. 그는 “왜 망했는지를 분석해 망한 원인들을 제거했다. 망한 원인이 치명적일 땐 인수를 포기했다. 열성적으로 일했다. 그리고 치밀하게 비용, 승률, 이윤을 계산했다”고 말한다. 이론과 실전경험을 조화시켜 파친코 점포에서 수익을 내는 노하우를 취득한 것이 그를 ‘미다스의 손’으로 만들었다.

파친코 사업의 원리는 동일하기에 점포 한 곳을 아주 잘 운영하는 사람은 빠른 속도로 점포를 늘릴 수 있다. 그에 따라 어느 순간부터 수익은 ‘J자형’으로 수직상승한다. 한 회장이 60억엔의 빚을 모두 청산한 것도 바로 이 원리를 잘 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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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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