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릴레이 인터뷰

강남 사교육 시장 몰려드는 전문직들

“수험생 성적, 건강, 진로, 글솜씨까지 책임집니다”

  • 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강남 사교육 시장 몰려드는 전문직들

5/5
2001년 그는 미국에서 온라인 영어작문 사이트를 개설, 영작 강사로 첫발을 내디딘다. 이용자들이 써보낸 에세이를 다듬고 조언하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그의 도움을 필요로 하자 결단을 내렸다. 박사과정을 중단하고 지난해 5월 귀국, 영작문을 가르치는 에세이라인을 설립한 것.

지금까지 그에게 영작문 지도를 받거나 에세이 교정을 받은 사람은 2000여명에 달한다. 그중엔 정치인, 법조인, 고위 공무원 등도 상당수. 미국 대학 진학을 위해 SAT를 준비하는 중·고교생, 영어권 국가에서 석·박사 학위과정을 밟기 위해 준비하는 성인까지 학원은 그의 제자들로 언제나 문전성시다. 그는 단순히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영어식(式)으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법을 알려준다. ‘한국식 글쓰기’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대상을 나누고 잘라 세밀하게 분석하는 영어권의 학문 방식을 소개하는 것이다.

“네이티브 수준으로 영어를 쓰기까지 15년에 걸쳐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시간이 지난 후에야 영어 문장의 4가지 기본 구조만 완벽히 익히면 어떤 문장을 구사하는 데도 문제가 없다는 걸 알게 됐지요. 학생들에게 영어를 정복하는 ‘최단거리’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영어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일 뿐인데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 아깝잖아요.”

박 원장은 경남 진주 출신으로 교수를 지낸 아버지와 큰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으며 성장했다. ‘당연히 교수가 될 줄 알았던’ 그의 엇나간(?) 선택을 보수적인 집안 어른들이 반대한 것은 불 보듯 훤한 일. 그러나 스스로 ‘청개구리과’라고 말하는 그의 소신을 꺾을 순 없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땐 주위의 도움을 받았는데, 이젠 손익분기점을 가뿐히 넘어섰습니다. 컬럼비아대에 입학할 때도 장학금을 받아 경제적 고민을 해소할 수 있었고…. 지금껏 받은 게 너무 많아요. 이젠 제가 받은 걸 교육사업을 통해 돌려줄 생각입니다.”

강남 사교육 시장 몰려드는 전문직들
‘영어도서관’ 일군 의사, 닥터정이클래스 원장 정형화



“제 꿈은 ‘영어도서관’을 만드는 거예요. 많은 사람이 영어책을 읽고, 영어로 사고하며 지적 능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돕는 거죠. 닥터정이클래스는 그런 취지에서 탄생했어요.”

영어도서관을 표방하는 닥터정이클래스의 정형화(鄭熒和·40) 원장은 서울대 출신의 의학박사(약리학)다. 의학을 전공한 그가 영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6년 다국적 제약회사 ‘로슈’의 임상연구부장으로 근무하면서부터. 외국인과의 회의에서 자기 의견을 마음껏 표현할 수 없을 때나 영문 문서를 작성하며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영어만 잘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가슴을 쳤다. 그때부터 독하게 영어공부에 매달렸다. 닥치는 대로 영어책과 영어 테이프를 구입해 반복해서 읽고 듣는 것이 그의 공부법이었다.

2000년 그는 하버드, 스탠퍼드, 와튼 MBA 스쿨에 지원했지만 탈락의 고배를 맛봤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수중에 있던 자금으로 어린이 놀이교실 ‘블록피아’를 창립했다. 2002년엔 안목을 넓힐 생각에 미국 시애틀에 있는 바스티어(Bastyr)대 자연의학대학원에 진학했다. 비록 학업을 마치진 못했지만, 정 원장은 그 시절 두 자녀를 캐나다에서 공부시키기로 결심한다. 자녀에게 영어로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기 때문.

닥터정이클래스의 커리큘럼은 정 원장이 두 자녀의 영어공부를 돕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그는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4학년인 두 아들이 캐나다 생활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해리포터’ ‘피노키오’와 같은 다양한 영문소설을 읽혔다. 책을 읽을 땐 그 내용이 녹음된 영어 테이프도 함께 듣게 했다. 내용 이해에 꼭 필요한 구문이나 해석이 어려운 문장은 따로 정리해 아이들이 숙지하고 넘어가도록 했다. 두 달 동안 하루 10시간씩 영어책을 독파한 정 원장의 두 자녀는 영어 독해, 듣기, 말하기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보였다.

그의 특별한 교육법을 눈여겨본 캐나다 밴쿠버 ‘명문학원’ 관계자가 지난해 10월 그의 독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어 그는 올해 5월 서울 대치동에 닥터정이클래스 1호점을 열었다. 두 달 후 서울 대치동(본점과 다른 곳)과 개포동에 2호점, 3호점을 냈다.

영어 공부에 관심이 많거나 1년 이상 해외 체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이 커리큘럼에 공감한다. 이들은 고전, 인문, 과학에 걸친 다양한 명서를 접하며, 단순히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지적 소양까지 키워나간다. 독서가 끝나면 영어로 독후감을 쓰고 중요 구문을 익힌다. 담당교사의 역할은 학생들의 공부 의욕을 돋우고, 난관에 부닥칠 때 격려하는 것.

“자기주도적인 학습에 익숙지 않은 학생은 이 프로그램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요. 그러나 고비를 넘기면 비로소 독서의 참맛을 알게 됩니다.

저는 그저 아이들 교육을 위해 구입한 1000권이 넘는 영어책을 다른 분들과 함께 볼 수 있도록 개방했을 뿐이죠. 제가 의사였다면 손님에게 약을 잘 처방하지 않아서-대부분의 질병은 휴식과 음식 조절로 자연스럽게 치유되기 때문에-가난뱅이가 되고 말았을 거예요. 제가 발견한 가치를 나누고 전파하는 지금 무척 행복합니다.”

신동아 2005년 9월호

5/5
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목록 닫기

강남 사교육 시장 몰려드는 전문직들

댓글 창 닫기

2021/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