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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高 6회 홈페이지에 비친 ‘40後男’의 자화상

“안녕 사오정, 굿바이 오륙도… 얘들아, 우리는 ‘구구팔팔’ 이여!”

  • 최영록 성균관대 홍보전문위원 goodjob48@hanmail.net

전라高 6회 홈페이지에 비친 ‘40後男’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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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高 6회 홈페이지에 비친 ‘40後男’의 자화상

고교를 졸업한 지 30년이 다 된 지금, 전라고 6회 동문들은 종종 부부동반으로 오프라인 모임을 갖는다. 지난해 6월6일에 있었던 무주구천동 야유회(왼쪽)와 지난해 9월12일 지하철 과천종합청사역 근처에서 열린 관악산 하산식.

우천(愚泉), 어느 어르신이 한 자를 주고 자기가 고향마을 이름에서 한 자 따 지어놓고는 불러주지 않는다고 성화다. 대우(大愚)는 대현(大賢)이라나 뭐라나(11/2 우천). 점잖은 처지에 언제까지 별명을 부를 것인가? 확실히 ‘선비틱’하지 않은가. 이런 멋스러운 별명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머지않아 호 모음집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기발한 제안 : 우리들이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고 사회에 대한 공헌도는 어떤지 제대로 알려면 모모한 학자들이 논문을 발표하듯이, 10여 명이 돌아가면서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자신의 직업세계를 자세히 30여 분 동안 브리핑하는 모임을 갖자는 거다(10/17 최규록). 1년이면 12개의 직업에 대한 지식, 정보, 경험을 공유하는 것 아니겠냐는 얘기인데, 모두 ‘굿 아이디어(good idea)’라 해놓고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이런 소모임이 활성화하면 사회가 그만큼 밝아지지 않을까.

백수일기, 자유인일기, 직딩일기

이쯤에서 ‘처사(處士)’를 자처하는 무명(無明)이라는 친구 이야기를 하자. 40대 중반에 그 어려운 직장 옮기기가 벌써 세 번째다. 친구들은 역마살이라고 빈정대지만,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지 않겠냐며 제법 의연하게 백수생활을 했다. “산전, 수전, 공중전 다 겪었다”며 낄낄거리는 친구다. 지금이야 옛 직장에 재입사하여 재미나게 다니지만, 당시 그 친구 실력이 썩고 있다고 생각한 동문들은 너도나도 속상해했다.

1년여를 놀며 쉬며 지난해 9월부터 게시판에 1주일에 두세 번 ‘백수일기’라는 제목의 글로 도배질을 시작했다. 술도 잘 먹고 말도 잘하는 친구인지라 글도 역시 매끄럽다. 어떤 주제로든 썼다 하면 보통 5000∼6000자니 읽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지만, 워낙 구수한 입말로 일필휘지한 까닭에 술술 읽힌다. 구어체의 달인이다. 날로 달로 우리들끼리 화제가 됐다. 아는 친구야 알지만 모르는 친구들은 “무명이 누구야?” “우리 동창 맞아?” 한동안 소문이 요란했다(11/3 X맨, 네가 혹시?).



그런데 이 친구, 갈수록 글 내용이 장난이 아니다. 솔직하다 못해 너무 까발리는 것 아닌가 싶게 속내를 드러낸다. 이 땅의 40대가 살아가는 이야기가 주요 테마다. 거기에 백수가 된 본인의 애로사항을 줄줄이 읊어댔다. 우려의 댓글도 있는가 하면(3/6 장준상, 이래도 되나). 통쾌하다는 댓글도 있었다(3/7 김종태, 괜찮아). 여고생들의 환호성도 여러 차례 들렸다(12/30 여고6회생).

어떤 친구는 일기를 읽으며 하루를 시작한다고 하고, 어떤 친구는 아침 밥상머리에서 도란도란 얘기를 듣는 것 같다고도 했다(6/15 윤경래). 심지어 공무원 친구는 ‘그대가 누구인지는 모르나 리버럴한 사상가 같다’며 극찬 했다. 어느 날부턴가 ‘백수일기’ 문패를 ‘자유인일기’로 바꾸어 달았다.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일기글이 점점 농익는 느낌을 주었다. 글도 칼럼마냥 점점 짧아졌다. 한 일주일 글이 올라오지 않으면 아프거나 신변에 무슨 일이 있냐며 근황을 묻는 댓글도 생겼다.

이제는 ‘직딩(직장인) 일기’를 쓰고 있는데, 최근에 올라온 ‘하얀 나비’라는 별명의 친구는 댓글에서 그의 매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7/23 그의 글은?).

“처사의 글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 그대로(우리의 일이기도 하고), 느낀 그대로 자연스럽게 상대방에게 전달한다는 것입니다. 구태여 꾸밀 일도 없고, 구태여 미사여구를 동원할 필요도 없이…(중략)… 채근담 102편 ‘문장주지극처 무유타기 지시흡호(文章做至極處 無有他奇 只是恰好)’ : 문장이 경지에 다다르면 다른 기이한 것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꼭 알맞을 뿐이다. 참으로 큰 재주는 별달리 교묘한 재주가 있는 것이 아니다. 재주를 부리는 것은 곧 재주가 서툴기 때문이다. 경지에 이른 사람은 그저 평범할 뿐이다.”

2등 콤플렉스

전라고 6회 수준이 보통 이 정도다. 채근담 한두어 줄 제대로 소화해 인용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그런데도 명문고를 떨어지고 후기고에 진학했다는 콤플렉스는 오래 남았다. 이른바 ‘2등 콤플렉스.’ 살다보니 행복은 성적순도 아니고 뭣도 아닌데, 주입식 교육과 입시경쟁에 찌든 우리 아이들의 삶을 보면 가슴이 짠해지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날마다 “공부하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며 안절부절못하는 게 또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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