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호

누가 한반도를 내려다보는가… 주변 강국의 인공위성 파워

24시간·365일, 점 하나까지 응시하는 ‘하늘의 눈’

  • 김권혁 고려대 환경GIS/RS센터 전문위원·(주)이미지인포 대표 kkim1004@korea.ac.kr

    입력2005-09-08 10: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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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한반도를 내려다보는가… 주변 강국의 인공위성 파워
    2003년겨울, 북한 영변의 5MW 원자로 가동 여부가 세계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각국 언론에 ‘익명의 정보당국자’를 인용한 보도가 나올 때마다 한국 증시와 외환시장은 심하게 요동쳤지만, 정작 서울의 민간 전문가들은 상업용 위성이 간헐적으로 촬영해 판매한 영상밖에는 달리 판단할 근거가 없었다. 냉각탑에서 흰색 수증기가 흘러나오는지로 가동 여부를 가늠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습도가 높은 날이면 실제로 수증기가 나온다 해도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수증기가 나온다고 해서 정말로 원자로가 가동 중이라고 단언하기도 어려운 노릇이었다.

    같은 시기, 미국 에너지부 산하 국가핵안전국(NNSA·National Nuclear Security Admini-stration)은 영변 원자로심의 온도 및 냉각수의 온도를 MTI(Multi Thermal Imager) 위성을 통해 살피고 있었다. 2000년 3월 궤도에 오른 이 위성은 핵 활동과 관련된 열 감지를 주 목적으로 미 에너지부가 쏘아올렸다. 이 위성에서 수신한 정보를 미국은 영변 원자로가 언제부터 언제까지 대략 어느 정도의 출력으로 가동됐는지, 현재는 어떤 상태인지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무기급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위해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면 여러 가지 불활성 기체가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그 중에서 크립톤85는 다른 기체보다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폐연료봉에서 추출한 무기급 플루토늄의 양을 역산하는 가늠자 구실을 한다. 의심 지역의 대기 중에 흩어져 있는 크립톤85의 양을 계산하면 실제로 생산된 무기급 플루토늄의 양을 알 수 있다. 크립톤85를 검출하는 데 쓰이는 LIDAR(Light Detector and Ranging)라는 장비는 레이저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3년 겨울 영변에서 폐연료봉을 재처리할 경우 발생하는 크립톤85의 양을 확인하기 위해, 미국은 LIDAR가 탑재된 정찰기 RC-135를 띄웠다(위성은 거리가 너무 멀어 이 경우에는 측정하기 어렵다). 편서풍의 영향으로 남동쪽으로 이동하는 대기 중의 크립톤85를 검출하는 방식이었다. 대기 샘플을 공중에서 채취해 방사성 물질을 추출하고 분석하는 작업도 병행됐다.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 정보당국은 무기급 플루토늄의 양을 계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3년 3월2일, 동해상에서는 북한의 미그23, 29 전투기가 RC-135를 위협하는 비상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서울의 민간 전문가들과 언론에서 극히 제한된 정보만을 갖고 ‘과감한 추측’을 늘어놓고 있을 무렵, 미국 정부는 모든 데이터를 확보해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이러한 미국측 정보가 한국 정부에 얼마나 정확하게 전달됐는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이 시기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한국 경제가 입은 타격이 만만치 않았다는 점이다.





    사실 ‘정보’의 힘은 그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은 실감하기 어렵다. 그 정보를 모르는 사람이 느끼는 불확실성이야말로 정보의 가장 큰 힘이다. 흔히 응용경제에서는 ‘불확실한 상황이 최악의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정보를 수집하는 작업의 목적은 기본적으로 이런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003년 겨울의 한국은 분명 그 불확실성을 감소시키지 못했다. 북한 핵개발 관련 정보의 부족은 국가신용도의 하향평가를 초래했고, 주식시장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태에 놓였다. 정보 수집능력 및 가공능력의 부재가 엄청난 국가적 손실로 나타난 대표적인 사례다.

    이 글에서는 주로 주변국들의 위성 정보 역량과 그 전략적 활용에 중점을 두고 설명하기로 한다. 한반도 정세에 이해관계가 있는 주변국가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어떠한 위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어떻게 운용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여기서 수집된 정보를 자국의 이익과 국가 전략에 어떻게 활용하는지 하나하나 확인해 보기로 하자.

    동맹국에도 안 주는 군사위성 정보



    지구 주변의 궤도를 돌며 자국에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군사용 정보위성에는 통신위성, 기상위성, 항법위성, 조기경보위성, 감청 및 전자전 위성, 영상위성, 감청 및 해양감시위성, 기술위성이 있다. 2004년 12월 미국 글로벌시큐리티 대표 존 파이크와 위성관찰 전문가인 테드 몰잔의 조사에 따르면, 한반도 주변 주요 국가에서 운용 중인 군사용 위성의 명세는 에서 보는 바와 같다.

    이 가운데 영상위성과 감청 및 전자전 위성은 일반적으로 스파이 위성 또는 첩보위성이라고 부른다. 스파이 위성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궤도 수정이 자유롭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계열의 위성에는 자체 추진체계와 연료가 탑재돼 있는데 이러한 기능을 갖춘 위성은 두 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 하나는 상대방이 자신이 촬영당하고 있음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위성공격용 무기로부터 안전하다는 점이다.

    이 같은 스파이 위성의 궤도를 추적하기 위해 구(舊)소련은 남태평양 해상에 위성추적 시스템을 갖춘 대형 선박을 배치했다. 미국 역시 추적장비를 갖춘 대형 선박을 곳곳에 두고 있음은 물론 알래스카에 X-밴드 레이더 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북태평양의 마우이 섬에는 해발 3000m 이상의 고지에 광학장비를 설치해 우주에서 궤도를 수정하는 위성을 추적, 감시해왔다.

    애초의 목적이 다르다 해도 쓰임새는 같을 수 있다. 1999년 이후 발사된 상업용 위성 및 과학 연구용 위성은 대부분 군사용 및 정보 수집용으로도 충분히 사용될 수 있다. 과학 연구용으로 2000년 발사된 EO1(Earth Observing-1)이 촬영한 영상은 2002년 아프가니스탄전쟁과 2003년 이라크전쟁 당시 위장한 적군과 아군을 식별하는 데 사용된 바 있다. 기술적으로 군사위성과 과학위성이 구별되는 부분은 많지 않다. 대신 군사위성은 국가안보 및 군사작전에 최우선으로 사용되며, 획득한 정보는 철저한 비공개를 원칙으로 해 동맹국에도 조건부로 제공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미국은 군사용 영상위성 관련 기술의 판매나 확산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프랑스가 해상도 1m급 군사위성 힐리오스(Helios)를 판매하기 위해 아시아 국가와 접촉하다가 싱가포르 언론에 이 사실이 보도된 후 미국의 강력한 항의를 받고 철수하기도 했다.

    주야·날씨에 구애하지 않는 전천후 감시: 광학위성과 레이더 위성



    앞에서 본 표에서 알 수 있듯 군사위성 분야의 절대강자는 미국이다. 그 가운데 가장 널려 알려진 것이 광학위성인 KH-12(Keyhole-12)와 레이더 위성인 라크로스/오닉스(Lacrosse/ Onyx)이다. 광학위성이란 쉽게 말해 카메라를 장착한 위성이다. 레이더 위성은 야간이나 구름이 많이 낀 경우에도 전파 반사 특성을 이용해 촬영할 수 있는 위성을 말한다. 미국이 운용 중인 위성은 모두 디지털 방식으로 영상정보를 송신해, 지상수신소에서 실시간으로 위성이 찍은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1972년 이전에는 캡슐을 투하해 공중에서 비행기로 필름을 회수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KH-12호의 해상도는 기밀사항이지만 15cm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겉모양은 허블 천체망원경과 유사하며, 자체 궤도 수정이 가능해 원하는 시간에 목표지점을 촬영할 수 있다. 궤도 수정에 필요한 추진연료는 우주왕복선을 통해 재충전한다. 추진연료를 포함한 무게는 18t, 길이는 15m다.

    이 위성은 흑백영상을 주로 촬영하지만, 열을 탐지해 위장 목표물을 쉽게 찾아낼 수 있는 열적외선 영상을 제공한다. 문제는 구름이 덮인 지역을 촬영할 수 없다는 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운용하는 것이 라크로스/오닉스 레이더 위성이다. 라크로스/오닉스 위성은 햇빛이 아니라 전파를 이용하므로 주야 관계없이 목표물을 식별해 촬영한다.

    미국은 이외에도 핵 활동 감시, 미사일 발사 감시, 지뢰지대 탐지, 목표지역 위장 탐지, 피아 식별,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의 핵탄두와 기만용 탄두를 우주에서 구별하는 기능을 갖춘 위성을 운용하고 있다.

    북한의 주요 군사징후가 논란의 도마에 오를 때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이 실제인가 기만전술인가를 두고 설전을 벌이지만, 미국의 위성 자산 수준을 감안하면 펜타곤은 이미 사실을 알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이러한 미국의 위성 관련 기술은 향후 미사일 방어체제(MD·Missile Defense)에 효율적으로 사용될 것이다.

    누가 한반도를 내려다보는가… 주변 강국의 인공위성 파워

    러시아가 발사 준비 중인 디지털영상 군사위성 레스루스의 개념도.(출처 : www.sovinformsputnik.ru<br>/images/resurs_f1_scheme.jpg)

    러시아 역시 냉전 초기부터 정찰위성을 개발해 운용해왔다. 초기 위성으로 미국에 코로나(Corona)가 있었다면 러시아에는 제니트(Zenit)가 있었다. 이들 영상위성은 냉전시대에 만들어졌지만, 미국과 소련이 군축(軍縮)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서로 무기해체 약속을 성실히 이행하는지 감시하는 데 사용되어 신뢰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러시아는 지금까지 필름 방식과 디지털 방식을 동시에 운용하고 있다. 현재 운용 중인 러시아 얀타르(Yantar) 위성이 쵤영한 필름 캡슐을 특정지역 지상까지 낙하시켜 필름을 회수한다. 회수한 영상은 다시 디지털화 과정을 거쳐 디지털 영상으로 만들어진다. 얀타르 위성의 해상도는 최대 20cm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가 이처럼 필름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기술적인 한계도 있지만 해상도면에서 디지털 방식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생산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반면 필름 방식의 단점은 실시간 확인이 불가능해 필름이 회수된 다음에야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러시아는 디지털 방식으로 영상을 송신하는 아락스(Araks) 위성을 운용하고 있으나 해상도는 2~5m급으로 높지 않은 편이다.

    그간에는 군사위성이 주를 이뤘지만 러시아 역시 2000년부터 상업용 위성영상 계획을 추진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올해 안에 발사될 예정인 디지털방식의 원격탐사 위성인 레수르스-데카1(RESURS-DK1)이다. 최대해상도는 40cm며, 외부에 제공하는 영상은 해상도 1m급으로 제한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러시아의 영향을 받아 필름 방식과 디지털 방식을 동시에 운용하고 있다. 필름 방식의 대표적인 위성으로는 FSW(Fanhui Shi Weixing)을 운용 중이다. 일본측 자료는 중국의 영상위성 해상도가 20cm 내외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러시아 군사용 위성이 20cm의 해상도를 갖고 있다는 사실에서 유추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보유한 디지털 방식 위성으로는 2000년, 2002, 2004년 각각 발사된 ZY-2(자원-2) 위성 3기가 있다. 2002년 발사한 ZY-2-2 위성의 해상도는 3m급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이 위성을 자원탐사용 위성이라고 대외에 공표했다. 그러나 2002년 5월 중국이 4000만달러 상당의 대형 영상처리 컴퓨터를 구매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해상도 60cm급 디지털카메라를 탑재한 위성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2004년 발사된 ZY-2-3호의 해상도는 전혀 알려지지 않고있다.

    일본은 2003년 3월부터 해상도 1m급 광학위성 IGS-1A(Information Gathering Satellite-1A)와 해상도 3m급 SAR 레이더영상 위성 IGS-1B 각 1기를 보유하고 있다. 원래는 광학 위성 2기, 레이더 위성 2기를 궤도에 진입시켜 원하는 지역을 매일 한 번 이상 관찰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2003년 11월 위성발사가 실패하는 바람에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일본 광학 위성의 해상도는 1m급이라고 하지만 실제 촬영된 영상을 본 전문가들은 1m보다는 저해상도라고 평가한다. 일본은 올해 안에 해상도 50cm급 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다.

    군사위성 따라잡은 고해상도 : 상업용 영상 위성

    군사부문이 위성의 발달을 주도해온 것이 사실이지만, 냉전의 해체와 과학기술의 민간화에 따라 상업용 위성 역시 위협적인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고해상도 상업위성으로는 미국의 1m급 IKONOS-2, 60cm급 QuickBird-2, 1m급 Orbview-3이 있고, 프랑스의 2.5m급 SPOT-5, 이스라엘의 2m급 EROS-1A도 널리 알려져 있다. 미국의 영상 분석전문가에 따르면 해상도 1m급 영상은 군사목표물의 85%까지 판독할 수 있고, 50cm와 30cm는 각각 90%, 95%까지 판독이 가능하다고 한다.

    미국의 고해상도 상업위성사업은 1994년 대통령령이 제정되면서 법적 근거를 갖고 출범했다. 이 법에 따르면 고해상도 상업위성은 일괄판매방식으로만 해외에 팔 수 있고, 프랑스가 이미 해외에 제공하고 있는 지상 처리시스템과 비슷한 성능의 시스템만을 판매할 수 있다. 모두 기술유출을 우려한 미국 정부의 강력한 통제조치들이다.

    재미있는 것은 미 의회가 이스라엘 지역을 촬영한 것에 대해서만 미국 외의 국가가 판매하는 영상보다 높은 해상도의 영상을 판매할 수 없도록 법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러시아 역시 이스라엘 지역에 한해 2m급보다 높은 고해상도의 영상은 판매하지 않고 있다. 자국의 주요 시설을 촬영한 고해상도 영상이 적국에 넘어갔을 때의 위험을 염려해 이스라엘 정부가 이들 국가에 적극적으로 로비를 펼친 결과다. 1999년 IKONOS-1 위성이 궤도진입에 실패했을 당시 관련업계에서는 이스라엘 스파이가 궤도진입을 막은 것 아니냐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미국이 이런 예외 규정을 부여한 지역은 이스라엘밖에 없다. 뒤집어 말해 북한은 미국의 상업위성을 통해 남한 전체를 꼼꼼히 들여다볼 수 있다. 이는 위성 사진을 통해 남한이 북한 지역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심지어 미국의 상업 위성은 자국 영토에 대해서도 제한 없이 영상을 촬영해 판매한다. 백악관이나 미 국방부 같은 정부 시설물은 물론 군사기밀 시설이 있는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어떤 고객이 주요 군사시설물의 영상을 요청한다 해도 해당 시설물이 보이지 않도록 검게 처리한다거나 이미지 편집 등을 통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하는 식의 보안처리는 전혀 하지 않는다.

    언뜻 무모해 보이는 이 같은 미국의 상업위성 영상판매에는 사실 교묘한 이유가 숨어 있다. 특정시설만 검은색으로 가리거나 숨긴다면 이곳에 민감한 시설이 있다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광고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또한 위장이나 기만전술을 통해 적을 속일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끝으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적(敵)이 미국 내 주요 시설을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이다. 누군가 주요 시설물의 정확한 좌표를 제시하며 촬영을 요청한다면, 적이 이 시설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거나 사용목적을 파악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자국 영토를 촬영한 영상판매와 관련해 특정시설에 대해서만 보안처리를 한 후 영상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의 보안 전문가들은 이러한 방침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한다. 해당 국가 정보당국 관료들은 보안처리만이 자국의 주요 시설물 위치를 숨길 수 있다고 믿지만, 거꾸로 검은색으로 가려진 지역에 ‘무언가 중요한 것’이 있음을 잠재적국이나 테러리스트들에게 노출한다는 지적이다.

    1999년 11월 발사된 미국 스페이스이미징사(社)의 IKONOS-2는, 상업용 위성으로는 최초로 군사위성에서나 쓰이던 기능을 갖고 있다. 기존의 상업위성은 각각 다른 궤도에서 동일지역을 촬영해야만 입체영상을 생산할 수 있었기 때문에, 구조물의 높이 등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입체영상을 만드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IKONOS-2 위성은 이를 개선해 동일 궤도에서 입체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또한 위성의 자세제어가 용이해 짧은 시간에 여러 곳을 촬영할 수 있으므로 다른 위성에 비해 효율이 높은 편이다.

    2002년 발사된 QuickBird-2는 상업용으로는 최고해상도인 60cm급 영상을 제공한다. 그러나 위성의 관제 및 수신이 미국 본토 외 지역에서는 불가능하다. 다른 나라 고객이 영상을 주문할 경우에는, 본토 수신소에서 일단 영상을 받은 다음 이를 가공해 FTP를 통해 전송하거나 DVD 등에 담아 배달하는 방식을 취한다.

    2003년 발사된 OrbView-3는 기존의 상업용 위성과 달리 상당히 깊은 각도까지 기울여 촬영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위성 위치에서 수직지점이 아닌 먼 지역까지 촬영할 수 있으며 빌딩 같은 구조물의 측면을 찍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산속에 있는 지하터널의 입구 등 수직촬영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지점을 찾아내고 상대방이 미처 예상치 못한 각도에서 촬영할 수 있다.

    대부분의 위성영상 판매회사들은 영상의 판매 및 홍보를 위해 홈페이지에 촬영된 영상에 대한 정보를 공개한다. 이렇게 공개된 정보만 잘 활용해도 각 나라의 어느 지점이 중요한 곳인지 파악할 수 있다. 2003년 이라크전쟁 즈음에는 이라크 지역을 촬영한 영상이 가장 인기 있었다. 한 회사는 한 번 촬영한 이미지를 12곳에 판매한 적도 있다고 한다. 전쟁 기간에는 미군의 작전상황이 알려지면 안 된다는 이유로 미국 정부 외에는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2006년과 2007년에 해상도 50cm 및 40cm급 상업용 위성 발사를 허가했다. 이처럼 미국이 고해상도 상업위성을 허가하는 것은, 자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이 고해상도 위성을 개발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이를 통해 미국은 위성영상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고수하면서 자신들이 기술을 제공하고 싶은 국가에만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국제역학 관계에서 주도권을 잡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상업용 위성의 사용권 판매를 통해 각국의 경쟁을 유도하고 해당지역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부시 행정부는 2002년 아프가니스탄전쟁 때 미국에 길을 내준 파키스탄에 2000만달러 상당의 IKONOS 위성 수신소를 판매했다. 덕분에 파키스탄은 위성 영상정보에서 경쟁국인 인도에 비해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인도가 이에 반발하자 미국은 인도에 대한 최신예 전투기 판매를 승인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서남아시아의 군사현황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비약적으로 강화됐다.

    일본 방위청은 미쓰비시, 히타치, NTT 등의 기업을 경유해 IKONOS-2, QuickBird-2, Orbview-3의 정보를 구매 및 직수신하고 있으며, 도쿄 근처와 오키나와에서 IKONOS-2 위성의 영상을 직접 수신할 수 있는 수신소를 운영하고 있다. 도쿄수신소는 한반도·중국·러시아 관련 정보를, 오키나와수신소는 중국 및 동남아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일본은 태국에도 위성정보 수신소를 건설해 동남아 관련 정보 수집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태국에 수신소를 제공하고 자국이 사용할 수신소를 그 옆에 따로 건설했다. 명목상으로는 태국의 정보수집을 돕는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자국의 이익을 위한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친구’와 ‘이익’을 동시에 챙기는 일석이조인 셈이다.

    일본은 거의 모든 상업용 및 과학 연구용 위성 영상정보를 수신 및 구매하고 있다. 프랑스의 2.5m급 SPOT-5 위성, 이스라엘의 2m급 EROS-1, 인도의 위성영상, 러시아의 위성영상 등 사실상 구매할 수 있는 위성영상은 모두 수집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상업용 위성영상을 구매할 때 이를 관련 부서에서 모두 볼 수 있도록 충분한 양을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북한 핵 시설을 촬영한 SPOT-5 위성의 영상을 구매할 때 내각조사실, 방위청, 외교부, 에너지 담당부서, 관련 연구기관 등 유사 관련 기관에 모두 제공한다는 것이다. 일본이 주변국가에 대한 정보수집을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핵잠수함에 위치좌표를 제공하라 : 항법위성

    누가 한반도를 내려다보는가… 주변 강국의 인공위성 파워

    인공위성 카메라로 잡은 인천공항. 맨 위 사진은 한국의 아리랑 1호(컴샛I)가 찍은 해상도 6.6m급이고 가운데는 미국의 상업용 위성 아이코노스가 잡은 4m급 해상도 사진. 맨 밑은 역시 아이코노스가 찍은 해상도 1m급 사진이다.

    군사위성이 정보를 수집하는 데만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자체에서 정보를 생산해 제공하는 위성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 길안내 시스템에 사용되어 우리에게도 익숙한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위성이다. 위성에서 수신자에게 정확한 위치정보를 제공하는 이 시스템은 본래 군사용으로 개발된 것이지만, 1983년 KAL 007기 추락을 계기로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이 민간용 항공기의 보조항법장치로 사용하도록 허가하면서 민간용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본래 GPS는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Submarine Launching Ballistic Missile)의 발사지점을 적에게 드러내지 않으면서 잠수함에 정확한 위치좌표를 제공하기 위해서 개발된 것이다. 즉 남들은 잠수함이 어디 있는지 모르지만 잠수함에서는 제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러시아 또한 같은 목적으로 GLONASS (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 위성을 개발한 바 있다. 미국이나 러시아는 핵 잠수함과 정밀유도무기를 원활하게 운용하기 위해 지구 전체에 24시간 정확한 위치정보를 제공해야 했다. 현재도 이러한 성능이 있는 항법위성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과 러시아뿐이다.

    현재 각국이 위성 개발에 국력을 쏟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08년까지 지구 전체에 위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갈릴레오(Galileo) 항법위성을 보유할 계획이다. 중국은 현재 인도양과 태평양 일부에 신호를 보낼 수 있는 베이더우(北斗) 항법위성 3기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자국을 중심으로 반경 5000km 안에서 높이정보를 포함한 정확한 위치정보를 제공하는 위성시스템JRANS (Japanese Regional Advanced Navigation System)를 발사할 계획이다.

    GPS와 GLONASS는 적에게 노출되지 않으면서 전파 수신만으로 제 위치를 계산할 수 있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 방식에는 초정밀 시계기술과 함께 위성이 계획된 궤도에 따라 정확히 움직이게 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기술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미국의 GPS가 제공하는 위치정보는 매우 정확한 편이다. 덕분에 미국은 미사일을 정밀유도할 수 있게 되어 소형 다탄두 미사일을 장착한 핵 잠수함의 실전배치가 가능해졌다.

    위치정보의 오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은 전세계 200곳에서 지구의 극운동(지구가 자전할 때 회전축이 약간 불규칙하게 꺾이는 것)을 측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감안하지 않으면 매일 15m 내외의 오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GPS는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48시간 이내의 극운동 예측값을 추정할 수 있어 핵 공격을 받는다 해도 최소한 48시간은 적의 목표물을 오차 없이 정확히 반격할 수 있는 위치정보를 제공한다.

    냉전 시기에 설계된 GPS의 군사적 성격은 이외에도 여러 곳에서 확인된다. 우선 위성의 궤도가 발사 당시 대부분의 군사목표물이 있던 북반구 중위도에서 최대 정확도를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따라서 극지방이나 적도에서는 상대적으로 정확도가 낮다. GPS가 보내는 전파를 역으로 추적해 삼각측량으로 계산해도 위성의 위치를 정확히 찾아낼 수 없도록 시스템을 구성했다. 심지어 지상과 통신이 완전히 두절되어도 6개월 동안은 오차범위 이내의 위치정보를 제공한다. 반면 미국이 해외로 수출하는 GPS 수신기는 이 위치정보를 미사일 등에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다.

    GPS의 목적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GPS 위성에는 지구 전체에서 발생하는 핵 활동을 우주에서 감시하는 장비가 장착되어 있다. 미국 샌디아국립연구소(Sandia National Lab)에서 개발한 이 시스템으로 미국은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핵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핵 잠수함? 위성부터 띄워라!

    반면 GPS의 가장 큰 약점은 전파방해에 취약하다는 사실이다. 2003년 이라크전쟁 당시 바그다드 근처에서 러시아 회사가 제작한 GPS 전파방해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는 사실이 포착되자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항의전화를 한 일은 그 심각성을 말해주는 일화다. 전파방해에 영향을 덜 받는 새로운 GPS 위성은 2009년부터 배치된다고 알려져 있다.

    중국이 2000년부터 2003년까지 발사한 3기의 베이더우 항법위성은 GPS나 GLONASS와는 달리 정지궤도에 위치해 있어 위성을 볼 수 있는 곳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이 정보를 받아 위치를 파악하는 중국 핵 잠수함의 작전범위는 베이더우 위성의 궤도에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위성이 적도상의 동경80。부터 동경140。 사이에 위치하므로 중국의 핵 잠수함은 전파 수신이 가능한 인도양에서부터 서태평양까지만을 작전범위로 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중국은 EU에서 구축하는 갈릴레오 위성항법시스템의 군사용 코드 PRS(Public Regulated Service)를 제공받기로 했다고 전한다. 이렇게 되면 중국 핵 잠수함의 작전범위는 전세계로 확대된다. EU가 갈릴레오 위성개발을 포기하도록 미국이 갖은 노력을 기울인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일본이 추진 중인 JRANS 위성항법 시스템은 1개의 정지궤도위성과 고도각 70。 이상의 위치에 있는 3개의 보조위성(Quasi-Zenith Satellite·의사천정위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처럼 높은 각도의 위성을 개발하는 이유는 일반 시민에게 고층빌딩 숲 사이에서도 정확한 위치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공식적인 설명이지만, 달리 해석하면 일본과 근접한 중국 동부연안지역 도심에 있는 군사목표물에 정확히 공격을 가할 수 있는 위치정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이 시스템이 완성되면 일본은 머지않아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 및 순항 미사일을 개발하거나 일본을 중심으로 주변 5000km, 호주와 뉴질랜드 등 남반구까지 작전지역으로 삼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흔히 일각에서는 한국의 핵무장 방안을 거론하며 핵 잠수함 도입을 말하지만, 현실적으로 독자적인 위성항법 시스템 없이 핵 잠수함의 도입은 의미 없는 일이다. 목표물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장님’이 되기 때문이다. 일본의 JRANS 추진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위기도 알아야 피할 수 있다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는 한국은 ‘주한미군을 통해 미국의 군사위성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주변국들이 벌이고 있는 위성전쟁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이후 그러한 전제가 전적으로 옳을 수 없다는 사실은 여러 차례 입증된 바 있다. 앞서 말했듯 세계 어느 나라든 군사위성을 통해 수집된 정보는 동맹국이라 해도 무조건적으로 제공되지 않는다. 그 판단 기준은 ‘자국의 국익’이다.

    1996년 이른바 ‘로버트 김’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강릉에 북한 잠수함이 침투했을 때, 발각된 북한 정찰조를 수색하기 위해 한국군의 3분의 1이 작전을 펼쳤다. 그 사이 미국은 위성을 통해 제주도에 또 다른 북한 잠수함이 있다는 정보를 확인했지만 이를 한국 정부에 통보하지 않았다. 미 국방부에 근무 중이던 한국교포 로버트 김씨는 이를 한국 정부에 알려주었고, 이 때문에 간첩죄로 체포되어 옥고를 치렀다. 그와 접촉한 한국군 무관은 강제 추방당했다.

    정보 자산이 단순히 ‘전쟁을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제대로 된 정보 자산은 ‘불확실성에 따른 상호 공포’를 제거해 극단적인 위기상황을 피하게 해준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를 살펴보자. 쿠바에 배치된 미사일을 두고 미국과 러시아는 한치의 양보도 없이 으르렁거렸지만, 미국이 미사일 발사기지 공사현장을 담은 영상정보를 국제회의석상에서 공개함으로써 상황은 달라졌다. 이에 따라 국제여론이 급속히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돌아섰고, 결국 소련은 미국이 내민 협상안에 동의해 사태는 평화적으로 일단락됐다.



    한국 정부는 독자적인 위성정보 자산을 강화하는 한편, 이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인력을 육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자산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들의 존재다. 그런 의미에서 한 정보당국 관계자가 필자에게 들려준 말은 의미심장하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좋은 작전이 있어야 한다. 좋은 작전을 수립하려면 좋은 정보가 있어야 하다. 좋은 정보를 만들려면 우선 정보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언제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은 사람들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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