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호

빈 라덴, 자르카위, 그리고 유럽의 전투적 무슬림

자생적 이슬람 저항세력 ‘긴급 수혈’하는 핏빛 삼각 편대

  • 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입력2005-09-09 18:1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빈 라덴, 자르카위, 그리고 유럽의 전투적 무슬림
    7월의 런던 테러를 계기로 미국과 영국이 다시금 테러 공포에 떨고 있다. 8월초 알 자지라 방송을 통해 나온 알 카에다 2인자 자와히리의 비디오테이프는 공포감 확산에 불을 지폈다. 이집트 의사 출신인 아이만 알 자와히리는 테이프에서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침공을 비판하면서 “토니 블레어의 잘못된 정책이 런던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에 나온 테이프에서 자와히리는 이집트의 친미(親美) 무바라크 독재체제 비판에 초점을 맞췄다. 그 바로 한 달 뒤 휴양지 샤름 엘-셰이크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벌어졌다. 그런 까닭에 8월초에 나온 비디오테이프는 그 나름의 폭발력을 지닌다. 미영 양국은 주요 시설물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못하고 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적어도 겉으론 자신감에 찬 모습이다. 부시는 “자와히리의 위협은 이라크전쟁이 ‘테러와의 전쟁(war on terror)’임을 분명히 해준다”고 주장했다. 이라크 침공이 과연 테러와의 전쟁이냐 아니냐는 논란거리다.

    이와 관련, 런던 테러 뒤 달라진 점 하나. 부시 행정부와 블레어 정권은 ‘테러와의 전쟁’이란 표현 대신 ‘전세계 극단주의와의 투쟁(struggle against global extremism)’이란 표현을 즐겨 쓴다. 테러전쟁이란 용어가 군사적 측면을 나타내므로 범위가 좁아 현실을 규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8월 들어 블레어 총리는 새로운 테러 방지법을 설명하는 자리에서도 “일부 무슬림 극단론자(과격파)들을 영국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했다.

    유럽의 전투적 무슬림과 연합전선



    영국 정보기관 MI5는 런던 테러에 알 카에다가 관련됐는지를 캐내려 했다. 현재까지 내려진 잠정 결론은 “알 카에다를 비롯한 여러 저항조직과 (반미라는 잣대로 보면) 이념적으로는 서로 일치하지만, 직접적인 연결을 갖진 않았다”는 것. 런던 테러는 반미(反美)-반영(反英) 지하드라는 이념적 공감대를 지닌 몇몇 무슬림 청년이 한 짓으로 여겨진다.

    현재 알 카에다 조직은 잠행 중이다. 아프간 근거지는 없어졌고, 주요 간부들이 죽거나 체포돼 갇힌 상황이다. 빈 라덴과 2인자인 자와히리는 잠행하느라 활동다운 활동을 펴기 어렵다. 생존이 1차적 과제이지만, 그래도 알 카에다라는 이름이 지닌 상징성은 대단히 크다. 반미 글로벌 지하드의 이념적 중심축으로서 ‘알 카에다주의’는 여전히 큰 힘을 갖는다.

    그렇다면 자와히리는 테이프를 통해 무엇을 노린 것일까. 빈 라덴과 자와히리는 미디어 전쟁의 중요성을 훤히 꿰고 있는 인물들이다. 미국과 영국의 정보기관은 런던 테러를 알 카에다가 다시 한번 그 지도력을 전세계 동조자들에게 각인시키고 “투쟁을 계속하라!”는 지침을 내린 미디어 선전전으로 이해한다. 알 카에다의 직계조직은 거의 궤멸됐지만, 빈 라덴은 지금도 ‘지하드 닷컴(jihad.com)’의 회장이다. 결국 자와히리의 테이프는 빈 라덴의 존재를 전세계 추종자들에게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작업이다.

    알 카에다를 비롯한 전투적 이슬람 조직의 장기적 목표는 이슬람 신성국가를 세우는 것이다. 그러려면 이집트의 무바라크 같은 세속적인(이슬람 종교의 정치적 입김을 배제하는) 친미 독재자들, 사우디아라비아처럼 부패한 친미 왕조를 권좌에서 쫓아내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특히 빈 라덴의 전략적 공격목표다. 친미 노선을 걷는 사우디 왕조가 석유자원으로 생겨나는 부(富)를 미국 기업들과 함께 독식하면서 아랍 민중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중동 땅에서 이스라엘을 멸망시키는 것도 장기적 목표 가운데 하나다.



    9·11테러 뒤 4년이 지난 현재의 상황은 부시와 블레어의 시각에선 ‘테러와의 전쟁’ 또는 ‘전세계 극단주의와의 투쟁’이지만, 알 카에다의 관점에선 지하드(jihad·성전)다. 빈 라덴의 지하드와 부시-블레어의 테러전쟁 연합전선이 마주치는 대치전선의 한가운데는 유럽 내 1800만 무슬림이 있다.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전쟁이 지금 치열하게 벌어지는 중이다. 부시와 블레어는 ‘극단주의 집단’이라 일컫는 유럽의 일부 무슬림 과격파 세력을 쫓아내서라도 다수의 온건 무슬림 공동체로부터 떼어내고자 한다. 이에 맞서 빈 라덴과 자와히리는 잇단 미디어 선전전을 펴면서 이라크와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이슬람 영토에서 ‘이교도 군대’가 철수하지 않는다면 테러가 이어질 것이라 경고한다. 특히 유럽에 머물고 있는 전투적 무슬림의 투쟁을 독려하는 것이 9·11테러 이후 알 카에다의 새로운 전략이다.

    “영국 극단주의자들의 이슈는 이라크”

    유럽의 무슬림에게 유럽 땅은 ‘유라비아(Eurabia)’다. 몸만 유럽에 있을 뿐 그들의 의식세계는 아라비아 반도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유럽이 지닌 인구학적 문제는 현재 1800만명인 무슬림이 15년 안에 전체 유럽 인구의 20%를 차지할 것이란 점이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유럽의 백인문화에 동화되길 거부하면서 그들만의 공동체를 꾸려가고 있다.

    많은 이가 어릴 때 유럽으로 건너왔거나 현지에서 태어났으면서도 스스로를 유럽사회 구성원이라고 여기기는커녕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산다. 그런 감정은 유럽 곳곳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과격조직과 지하드를 외치는 웹사이트를 통해 반미-반서구 감정으로 증폭된다. 그들은 TV 화면에 비치는 무슬림 형제들(이라크, 팔레스타인, 체첸)의 고난을 자신의 것으로 동일시한다. 지하드를 향한 동기부여는 점점 커지고 드디어 행동에 나서게 된다.

    현 시점에서 이슬람권과 관련한 테러의 주요 배경은 이라크다. 이슬람 민중은 미국이 석유자원의 안정적 확보와 중동 및 중앙아시아 지역에서의 패권 확장을 노리고, 부수적으로는 이스라엘에 안보 이익을 안겨주려 유엔 안보리 결의를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이라크를 침공했다고 여긴다. 7·7테러와 7·21테러를 잇달아 겪은 영국의 정보기관 MI5는 내부 보고서에서 영국에 대한 국제테러의 위협수준을 언급하면서 “영국 극단주의자들의 주된 이슈는 이라크”라고 잘라 말했다. 이는 블레어 총리를 비롯한 영국 관리들이 “런던 테러는 이라크 침공과 관련없다”고 말한 것과는 상반된 분석이다.

    전투적 무슬림이 벌이는 반미 지하드 현장 가운데 현재진행형으로 가장 뜨거운 곳이 이라크다. 유럽의 전투적 무슬림에게 이라크는 서구세력과 이슬람이 싸우는 첨예한 전선으로 비친다. 그러나 이라크 반미 지하드는 심각한 문제점을 지녔다. 바로 지하드로 누가 죽느냐다.

    4월말 이래 3개월 동안 이라크 저항세력은 차량폭탄테러를 비롯한 여러 수단으로 1100명이 넘는 사람을 죽였다. 대부분이 친미 이라크 정권의 ‘협력자와 하수인’인 정부관리, 군, 경찰 또는 그 지원자들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애꿎게도 민간인의 희생이 컸다. 자르카위의 테러전술에 이라크 민초들이 ‘부수적 피해’를 당하는 일이 늘어나자, 반미감정이 높은 수니파 사람들 가운데 “이게 지하드냐?”며 등을 돌리는 이도 적지 않다.

    앤서니 조스 교수(성요셉대·정치학)는 게릴라 전쟁사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써냈다. 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라크 저항세력의 차량폭탄전술을 가리켜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전술이고 뭐고 없는) 터무니없는 폭력(wanton violence)이고 패자가 하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이라크 저항세력은 언뜻 보기에 이라크 민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전략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듯하다. 그들은 현대사에서 성공적인 여러 저항세력과 달리 정치세력화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반미투쟁의 장기적 전략이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받는다.

    미 육군대 전략연구소 스티븐 메츠 연구원도 웹사이트에 실린 한 논문에서 이라크 저항세력의 무차별 차량폭탄테러를 가리켜 ‘참으로 허무주의적인 저항’이라 비판했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이라크 저항세력이 이렇다할 정치 이데올로기도 보이지 않았으며, 정치적 대변인도 두고 있지 않다는 점도 지적한다. 게릴라전에서 민중 지지의 중요성을 강조한 마오쩌둥의 ‘물(민중)-고기(게릴라)’론에 비춰보면, 이라크 저항세력은 전략적 오류를 저지르는 듯이 보인다. 과연 그럴까.

    빈 라덴, 자르카위, 그리고 유럽의 전투적 무슬림
    “내전 일으켜 미국의 이라크 구도 깬다”

    역사의 기록은 뛰어난 전략전술가들도 무장투쟁에서 때때로 테러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음을 알려준다. 마오쩌둥은 ‘물과 고기’론으로 민중의 지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혁명은 만찬이 아니다”며 피의 테러를 인정했다. 베트콩도 호치민의 리더십 아래 베트남의 친미 정부관리들을 겨냥한 테러전술을 선택적으로 이용했다. 그것은 어느쪽에 붙을까 눈치를 보는 민초들에게 베트콩에 대한 지지를 강제로 끌어내는 효과가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아랍 게릴라들을 이끌며 터키군의 후방을 괴롭힌 영국군 장교 로렌스는 “반란군은 민중 2%의 적극적 지지와 98%의 소극적 지지만 얻으면 된다”고 단언했다.

    그렇다면 이라크 저항세력은 무엇을 노려 마구잡이 차량폭탄테러를 감행하는 것인가. 이라크 저항세력이 택할 수 있는 전술은 이라크를 혼란과 무정부상태로 몰고가는 것이다. 집권 바트당 간부들은 자르카위를 내세우면 여러 이점이 생겨난다.

    첫째, 미군 점령군의 화살이 자르카위를 쫓는 동안 직접적인 화살을 피할 수 있다. 둘째, 차량폭탄테러로 이라크에 혼란을 일으키는 과정에 이라크 사람들이 죽고 다치게 마련인데, 그 책임을 외국인인 자르카위에게 떠넘길 수 있다. 셋째, 시아파를 집중 공격함으로써 이라크를 내전상태로 빠져들게 할 수 있다. 이라크 전역의 혼란은 이라크 국민으로 하여금 무능력한 이라크 친미정권을 불신하게 만들고, 미국의 이라크 지배전략에 타격을 가하는 것이다.

    이라크 저항세력의 주축은 수니파고, 그들의 차량폭탄테러에 희생당한 사람들은 주로 시아파와 쿠르드족이다. 저항세력의 전략목표는 잦은 차량폭탄테러로 혼란을 부추기고, 이라크 종족 사이의 내전으로 양상을 발전시켜 친미 이라크 정권이 2006년에 정식 출범하는 것을 저지하려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무차별 테러를 보면서 일부 온건 수니파 사람들은 저항세력에 등을 돌리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뒤 그리스 공산당이 친미 아테네 정부군에 맞선 무장투쟁에서 실패한 것도 농민의 지지를 얻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시골 마을을 불태움으로써 그리스 경제를 마비시켜 친미 아테네 정권에 부담을 주려 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북아일랜드의 도시게릴라 IRA도 지난 30년 동안 영국 정부를 상대로 투쟁하면서 테러전술을 펴왔으나 북아일랜드에서 영국세력을 몰아내는 데는 실패했다. 이라크 저항세력도 결국 실패의 길을 걸어갈 것인가.



    자르카위, 이라크 정보기관의 산물?

    미국 정보기관원들은 이라크 차량폭탄테러의 뒤에는 요르단 출신의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라는 인물이 있다고 말해왔다. 지난해 여름 한국의 김선일씨를 납치해 죽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는 논란 속의 인물이다. 이라크 전문가들 가운데는 “그가 과연 실제로 이라크에서 저항세력을 지휘하는 인물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올 봄에 자르카위가 미군의 공격을 받아 심하게 다쳤다는 얘기가 나돌았지만, 누구도 정확한 내용을 모른다.

    이라크 주둔 미군은 올 여름 ‘새로운 시장(New Market)’이라 이름붙인 군사작전을 펴고 “자르카위의 측근들을 잡아들이면서 그에게 한 발짝씩 다가서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일부 이라크 전문가들은 “자르카위가 전부는 아니다”며 자르카위가 죽거나 잡힌다 해도 저항세력의 공격이 수그러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자르카위를 우두머리로 한 외국인 무자헤딘(아랍전사)은 저항세력의 일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담 후세인 체제 아래 악명 높던 정보기관 무카바라트(Mukhabarat)가 사실상 저항세력의 지휘부라는 분석에도 귀기울일 만하다. 무카바라트 간부들이 미군 침공에 앞서 이미 패배를 내다보고 반미 게릴라전을 어떻게 펴야 효율적으로 점령군을 물리치고 생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책을 후세인 시절의 집권 바트당 간부들과 함께 검토했다는 것이 ‘무카바라트 몸통설’의 뼈대다. 이 경우, 자르카위는 반미 지하드의 전략전술상 과대포장된 인물이 된다. 이와 관련된 진실은 시간이 흐르면 밝혀질 것이다.

    미 정보기관은 “이라크가 전투적인 이슬람 세력의 훈련장소로 쓰인다”고 분석한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지난 5월말에 작성해 미 의회와 정보관계자들 사이에 돌린 한 비밀보고서는 “테러리스트들에게는 이라크가 1990년대에 알 카에다가 훈련장소로 썼던 아프간보다 더 좋은 훈련장소인 듯하다. 아프간과 달리 이라크는 도시 게릴라들이 시가전을 경험하기에 더없이 좋은 실험장으로 여겨진다”고 썼다. 소련군의 아프간 침공 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각국에서 이슬람 전사(戰士)들이 아프간으로 몰려가 싸웠듯, 이라크에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프간보다 상황이 더 나쁜 것은 이라크로 넘어간 이슬람 전사들이 차량폭탄을 이용한 테러, 납치, 암살 등 여러 종류의 도시 게릴라 전술을 몸으로 익히고 있다는 점이다.

    이 보고서는 이라크 도시전에서 경험을 쌓은 이슬람 전사가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요르단 같은 친미 국가로 돌아가면, 그들은 그곳에서 반미저항운동의 중심이 될 것이라 내다본다. 따라서 이들 3개국은 전투적 이슬람 전사들과의 전투를 내다보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CIA 국장 자리에 오른 포터 고스도 올해 초 미 의회에 출석해 비슷한 내용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이라크에서 도시 테러리스트로 숙련된 외국인 저항분자들이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같은 나라에서 국제적 테러조직을 만드는 예비인력 풀(pool)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딕 체니 부통령은 이라크 저항세력이 이제 거의 막판 단계에 있고 곧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스 미 CIA 국장의 진단은 체니 부통령보다는 조심스런 편이다. 그는 최근 시시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막판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소멸될 것”이라는 신중론을 폈다.

    전투적 무슬림에게 평균적인 모습이 있다면, 그것은 어떤 것일까. 부시 대통령이 말했듯, 못 배우고 가난하고 이렇다할 직업이 없어 좌절감에 허우적대는 소외계층 출신일까. 테러 연구자들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미 미시간대 스코트 아트란 교수(인류학)는 7·7 런던 테러가 일어나기 직전 미 공영 라디오방송인 NPR에 출연, 미국인들이 테러리스트의 참모습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폭탄테러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들이 속한 사회에서 비교적 교육을 잘 받은 중산층 가정 출신이다. 종교적 믿음이 강하며 이상주의자다. 그들은 자신의 행위가 공동체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가난과 저학력이 테러의 근본원인은 아니다.”

    왜 폭력을 대안으로 여기나

    국무부 중동정세 분석가 출신으로 미 중동연구소 연구원인 웨인 화이트는 미 일간지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에 실은 글에서 테러리스트들의 동기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풀이한다.

    “폭탄테러는 그 스스로를 약하다고 여기지만 적에 맞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택하는 필사적인 전술(tactic of desperation)이다. 따라서 이를 단순히 광신적인 행동으로 여겨선 안 된다.”

    따라서 그는 테러를 이슬람 근본주의자들만의 잘못으로 몰아붙이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화이트는 이즈음 이라크에서 보듯, 이슬람사회에 미국과 서유럽국가들을 ‘(석유자원 약탈을 노리는) 서구 제국주의세력’으로 규정하고, “이에 맞서는 마지막 수단으로 극한적인 폭력문화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정서가 널리 퍼졌다고 본다.

    현실적으로 이슬람 성직자들은 대체로 극한적인 테러전술에 비판적이다. 그러나 또 다른 급진적이고 전투적인 이슬람 성직자들은 알 카에다와 같은 반미 저항세력의 투쟁 명분이 옳고 이슬람 민중이 그들의 대의(大義)를 따라야 한다고 설교한다. 실제로 빈 라덴을 비롯한 ‘테러리스트’들은 일단의 이슬람 성직자들에게서 그들의 투쟁전술을 합리화해주는 ‘파트와(fatwa·율법적 결정)’를 받아내왔다.

    미국과 서유럽의 젊은이들에게 영국의 베컴이나 프랑스의 지단 같은 프로축구 선수는 우상이다. 한편으로 자기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유럽의 일부 무슬림 청년들은 반미 지하디스트에서 ‘우리 시대의 영웅상’을 발견한다. 이것이 21세기라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지구촌 젊은이들의 현주소다.

    이슬람 세계에도 사이버 문화가 널리 퍼져 있다. 무슬림 청년들이 자주 드나드는 전투적 웹사이트에는 이라크와 이스라엘 등지에서 ‘영웅적 순교행위(자살폭탄 테러)’를 누가 어떻게 펼쳤다는 얘기들로 가득하다. 자기 정체성을 잃고 2등급 시민으로 차별받는 현실에서 벗어날 출구를 찾는 이슬람의 진지한 젊은이들은 그런 웹사이트에서 대안을 찾아내고 기꺼이 스스로를 던지는 것이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