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호

‘녹색혁명’ 서울, 1인당 녹지면적 도쿄 추월

서울숲·용산숲·뉴타운으로 격차 더 벌린다

  • 진양교 전 서울시립대 교수·조경학

    입력2005-09-28 13: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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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혁명’ 서울, 1인당 녹지면적 도쿄 추월

    맑은 물이 흐르고 동·식물이 다시 살게 된 서울 청계천.

    도로에가득 찬 자동차, 배기가스, 답답한 공기, 시끄러운 소음. ‘서울’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이것들은 행정수도 이전의 근거로 제시되기도 했다. 필자는 외국에서 조경학자들이 찾아오면 낮 시간의 도심을 피해 약속을 잡느라 애를 썼다. 미국의 한 지인은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비교하면서 “빌딩 숲에 둘러싸인 서울 도심엔 사람이 살고 있지만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은 성장 위주의 급속한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녹지 확보에 실패를 거듭해왔다. 자투리땅이 생기면 고층 빌딩을 지어 개발이익을 남기는 데 급급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성장 일변도의 도시 조성에 대한 반성이 일어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은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서울에서 벌어지고 있는 녹지 면적 증가는 가히 혁명적이라 할 만하다. 고가도로가 사라진 자리에 하천이 복원되면서 열섬 현상으로 높아진 도심의 기온이 낮아졌다. 35만평의 서울숲이 생겨나 꽃사슴, 고라니, 다람쥐가 ‘출몰’하고 있다. 지난 3년간 모두 75만평의 녹지가 서울 곳곳에 새로이 조성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서울에는 생태 네트워크라는 ‘녹색 혈관’도 생겨나고 있다.

    서울을 지켜보는 이웃나라 일본 도쿄의 시선은 범상치 않다. 도쿄는 서울의 청계천 복원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현 시점에서 서울과 도쿄의 녹지를 비교하는 것은 의미 있는 작업이 될 수 있다. 두 도시 모두 중세부터 양국의 수도였다. 일제 강점기 도쿄와 서울은 지배와 복속의 관계였다. 당시 도쿄는 서울의 도시계획을 주도하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두 도시 모두 급격한 인구·경제 집중현상을 겪으면서 오늘에 이렀다. 그래서 도쿄도 서울과 마찬가지로 녹지가 그리 풍족하지 않다. 서울과 도쿄는 도시의 생성·팽창 과정 및 부족한 녹지상태 등에서 이처럼 닮은꼴이다.



    그런데 녹지 확충에 관한 한 답보 상태인 도쿄와 달리 최근 서울은 친환경도시로 큰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두 도시의 현재 변화과정을 비교 분석하는 작업이 의미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일제가 건설한 서울시청 건물 앞에 녹색광장이 조성된 점은 상징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서울과 도쿄의 녹지면적 확충 추이를 종합적으로 비교해보자. 서울과 도쿄의 핵심적인 차이점은 서울의 경우 정책당국의 강력한 추진력에 의해 녹지면적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책결정권자의 의지는 도시의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 ‘녹지 확충의 의지’ 면에서 이명박 서울시장은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시자를 압도하고 있다.

    ‘녹색혁명’ 서울, 1인당 녹지면적 도쿄 추월

    서울광장에 들른 외국인들과 함께 포즈를 취한 이명박 시장.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지는 “CEO 시장이 그린(Green)으로 가다”라고 보도했다.

    日 언론, “니혼바시강을 청계천처럼”

    서울은 도심 소하천 복원 정책에서 도쿄보다 한걸음 앞서가고 있다. 복원 공사를 마치고 10월1일 통수식을 갖는 청계천은 서울 강북의 도심 5km를 지나며 주변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주게 된다. 이에 대한 도쿄의 관심은 매우 크다. 서울시는 청계천뿐 아니라 서울 강남·북 도심에 실핏줄처럼 흐르는 소하천들을 이른 시일 안에 깨끗한 물이 흐르는 녹색 하천으로 복원할 계획을 세워놓았다.

    도쿄 언론들은 지난해 말부터 서울의 청계천 복원사업을 경쟁적으로 보도했다. 보수 성향의 ‘산케이신문’조차 “서울 600년사(史)에 남을 대사업”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아사히신문’은 “하루 17만대 가까운 차량이 오가는 도로를 뜯어내고 하수구로 이용되던 하천에 물소리와 녹음을 되돌린다…1000만 도시 서울은 경제적 효과보다는 윤택함을 선택했다”고 썼다. ‘요미우리 위클리’는 연재특집 기사에서 “꿈 같은 계획이 현실로 실현되고 있다”고 표현했다. 주간 ‘니케이건설’은 “일본의 토목 기술자가 배워야 할 것이 많다”며 기술적 부분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이들은 말로만 듣던 청계천 복원이 눈앞에 현실로 나타난 데 대해 일단 놀라움을 표시한다.

    일본 언론은 청계천 복원 사업을 도쿄 시부야(澁谷)강과 니혼바시(日本橋)강과 비교한다. 한때 맑은 물이 흐르고 물고기가 노닐던 도쿄의 젖줄 시부야강은 도시의 찌꺼기만 모여드는 하수구로 전락했다. 니혼바시강의 운명도 마찬가지다. 1964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니혼바시강을 복개해 도심 고속도로로 만들어진 니혼바시는 한때 도쿄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회색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둘러싸인 애물단지가 됐다.

    ‘녹색혁명’ 서울, 1인당 녹지면적 도쿄 추월

    1 최근 개장한 서울숲. 2 도쿄 우에노 공원. 3 도심 ‘하수구’로 전락한 도쿄 중심부 시부야강.

    이와 관련, ‘요미우리신문’은 ‘경관대국 부활의 길’ 제하의 기사에서 니혼바시와 청계천을 비교했다. “고속도로로 덮여 있어 엉망이 된 니혼바시 일대의 철과 콘크리트 구조물이 철거된다면 도시 경관이 살아날 것”이라며 “한국의 수도 서울에서는 이와 비슷한 일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부러움을 표시했다.

    자극을 받은 도쿄도는 청계천 복원을 벤치마킹한 이른바 ‘니혼바시 부활대작전’을 발표해 시민의 한결같은 외침에 부응하고 있다. 시민단체들도 지난해 11월 ‘니혼바시의 경관을 생각하는 간담회’를 구성했으며, 일본의 많은 전문가가 청계천 공사현장을 찾아 토목기술에 관한 연구활동을 벌였다. 심지어 서울시민의 심성 변화까지 연구 대상으로 삼는 등 도쿄도의 청계천 배우기는 ‘용사마’가 일으킨 ‘연예한류’에 이어 ‘정책한류’로 자리잡고 있다.

    청계천, 녹지확산의 거점

    청계천 복원 공사가 착공될 즈음만 해도 복원의 효과는 주로 안전성과 도시 경관 개발 측면에 집중돼 있었다. 지금은 여기에다 생명이 꿈틀대는 소리까지 들린다. 복원 이전 청계천은 상상하기도 싫을 만큼 악취가 풍기고 쓰레기로 가득해 쥐와 고양이가 득실댔다. 그러나 청계천 통수(通水) 이후 다양한 생물종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청둥오리, 황조롱이, 중대백로 같은 조류와 메기, 버들치, 미꾸라지, 피라미가 찾아들고 장마철에는 팔뚝만한 잉어가 올라왔다. 서울시는 청계천 잉어가 무사히 하천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전담팀을 만들었다.

    청계천 주변은 전형적인 도시 열섬현상(Heat Islands)이 관찰되던 곳이었다. 그러나 2005년 7월 현재 ‘열섬지수’는 1.12로 고가도로 철거 전인 2003년 1.59에서 눈에 띄게 떨어졌다. 기온의 변화도 뚜렷하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시정연)에 따르면 7월27일 오후2시 청계천 주변 청계 8가의 기온은 32.7℃로 신설동 왕산로(36.3℃)보다 크게 낮았다. 특히 청계천 수면 위 온도는 27.7℃까지 하락했다. 본격적으로 물이 흐르게 되는 10월 이후에는 기온이 평균 5%에서 최고 13%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꽉 막힌 도심을 시원하게 뚫는 바람길(wind corridor)이 열렸다. 하천을 따라 찬 공기가 흐르는 도시 협곡(street canyon)이 만들어진 것이다. 청계천 주변 토지의 활용도는 크게 높아졌다. 이렇게 되면 자연히 민간자본이 활발하게 유입된다. 자본 투자와 적절한 정책에 의해 노후 건축물들은 풍부한 녹지를 갖춘 첨단 건축물로 급속히 대체될 것이다. 청계천이 지나는 지역에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녹지 공간은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청계천의 이 같은 친환경적 복원 계획은 세계 건축계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특히 2004년 9월 제9회 베니스건축비엔날레에서 ‘최우수 시행자상’을 받은 것은 청계천 복원의 역사·문화·친환경적 의미를 나란히 인증받은 성과로 기록된다. ‘물 위의 도시’라는 주제로 열린 당시 행사의 디렉터인 리니오 부르토메스는 “2005년 9월에 완성될 이 놀라운 프로젝트는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수변공간의 도시적 개입을 보여준다”고 극찬했다. 또한 미국 하버드대는 건축 및 도시설계학과에 청계천 관련 강좌를 마련했다.

    서울은 청계천 외에도 대형 녹화 프로젝트가 줄을 잇고 있어 녹지면적이 대폭 확충되고 있다. 이에 반해 도쿄의 녹화는 답보 상태다. 서울시 행정구역 면적은 605㎢. 이중 공원 면적이 159.26㎢로 공원율은 26%에 달한다. 1인당 공원면적은 2004년 12월 현재 15.65㎡다. 그러나 여기엔 북한산, 남산, 관악산 등 생활 무대와 떨어져 있는 녹지가 다수 포함돼 있다. 녹지 체감도와 직결되는 서울의 1인당 생활권 공원 면적은 4.77㎡다. 이는 2002년 4.51㎡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로써 도쿄의 1인당 생활권 공원면적 4.46㎡를 앞지르게 됐다.

    “우에노 공원을 따라잡아라”

    도쿄를 다녀온 서울 시민은 도쿄 도심의 공원에 감탄하곤 한다. 연간 250만명이 찾는다는 쇼와(昭和)기념공원이나 63만여 평의 광활한 면적을 자랑하는 우에노(上野)공원이 대표적이다. 이제 상황이 역전되었다. 생활권 공원면적에서 도쿄를 추월한 서울은 앞으로 그 격차를 더 벌려 나갈 가능성이 높다. 최근 조성된 서울숲의 면적이 반영되고 이어 용산숲 등 대규모 녹지가 속속 조성될 계획이기 때문이다.

    쇼와공원이 위치한 도쿄 다치가와(立川)지구는 1970년대 주일미군 시설의 정리통합계획에 따라 통합된 일본내 5개 미군기지 중 가장 면적이 넓은 곳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도는 기지 반환 1년 전 141만평에 달하는 거대한 기지를 국립공원으로 조성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2009년에는 마침내 공원조성사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는 용산 미군기지 자리를 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한국 정부 및 서울시의 계획과 유사하다. 용산 미군기지는 115만평 규모다.

    서울은 대규모 공원 조성에서도 도쿄를 빠른 속도로 따라잡고 있다. 녹색 물결이 서서히 서울을 물들이고 있다. 서울에 도심 공원이 본격적으로 출현한 것은 1990년대 말쯤이다. 1999년 콘크리트 광장을 공원으로 바꾼 여의도공원을 필두로 영등포공원, 천호동공원 등 다른 기능을 공원으로 환치시킨 소위 ‘이전적지 공원조성’이 시작됐다. 이어 여의도 샛강 생태공원, 길동 생태공원, 강서 습지생태공원 등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공원’들이 속속 등장했다. 한강 한복판 선유도를 공원으로 개발한 것도 새로운 실험이었다.

    월드컵 유치를 계기로 상암동 개발이 본격화된 것은 서울 서북지역 녹지확충의 중요한 계기였다. 월드컵 주경기장 건설에 이어 주변에 월드컵공원이 잇따라 생겨났다. 1988년 서울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올림픽공원이 들어서 서울 동남권 녹지확충에 기여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가져왔다. 주거·업무 지역과 인접한 공원은 효용성이 훨씬 크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이와 함께 한강의 활용도를 극대화하려는 각종 공원정책도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서울의 공원정책이 절정이 다다른 것이 바로 서울숲이다. 서울숲은 ‘도시숲’의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다. 서울숲은 강남과 강북이 만나는 지리적 결절점이며 한강, 중랑천, 응봉산(남산)으로 이어지는 생태 네트워크의 연결축이다. 특히 청계천 복원 구간과 맞물려 한강에서 도심까지 녹색 네트워크가 구축된다.

    서울의 허파 구실을 하게 될 서울숲은 도쿄 우에노공원에 뒤지지 않는다. 뉴욕 센트럴파크, 런던 하이드파크 등 서구의 유서 깊은 도심공원과 어깨를 나란히할 만한 수준이다. 이로써 서울을 대표하는 도심 녹지는 여의도공원, 월드컵공원, 올림픽공원, 서울숲, 용산숲(예정), 청계천, 한강변, 남산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당초 골프장, 승마장이 있던 뚝섬 일대는 주거업무지역으로 개발될 경우 약 4조원에 달하는 개발이익이 예상되던 곳이었다. 서울시는 이런 ‘황금알’을 포기하고 서울 동부지역에 절대 부족한 공원 녹지를 확충하기 위해 서울숲을 조성했다. 공원 조성을 바라는 시민의 강한 욕구, 이를 반영하려는 정책당국의 정책이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도쿄 재개발과 서울 재개발의 차이

    서울숲은 조성 과정에서 시민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서울그린트러스트를 통해 2003년 봄부터 매년 시민 식수행사가 열려 현재 4만8000주의 ‘시민 식수’가 자라고 있다. 서울숲 안의 생태숲(16만5000㎡)은 야생동물의 서식공간이 되고 있다. 꽃사슴, 고라니, 다람쥐, 다마사슴이 방사돼 뛰어다니며 연못에는 원앙,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쇠물닭 등이 노닌다. 인근에서 왜가리, 물총새가 합세했다.

    이제 서울시민의 시선은 서울 중부의 거대한 녹지인 용산 미군기지로 쏠리고 있다. 이곳이 공원으로 조성되면 서울의 1인당 생활권 공원면적은 무려 5.16㎡에 이르게 된다.

    도쿄의 공원은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도쿄는 자연생태적인 도시가 아니다. ‘토건국가’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말해주듯 일본은 도쿄에서 인공 시설을 짓기에 바빴다.

    도쿄는 거대한 규모의 도심 재개발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일본은 도쿄 중심지와 주변을 5개 존(Zone)으로 나눴다. ▲국제 비즈니스센터 기능을 살린 센터코어 존 ▲세계의 창(窓) 기능을 수행하는 도쿄만 워터 프런트 존 ▲주택밀집지의 안전을 위한 도시환경 재생 존 ▲역 주변 업무기능을 살리는 광역연계 존 ▲자연경관을 강조하는 자연환경 보전 존 등이 그것.

    이 같은 정책으로 태어나 도쿄를 대표하는 명소가 된 곳이 ‘도시 속 도시’로 불리는 초거대 건물 ‘롯폰기(六本木) 힐스’와 바다를 메워 조성한 신도시 ‘오다이바’다. 신주쿠, 시부야, 신바시 등 도쿄 중심에서 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롯폰기 힐스는 야구장 8개를 합한 면적인 11만6000ha에 조성된 일본 최대 재개발구역. TV아사히와 맨션, 수많은 상업공간으로 채워진 이곳이 완공되기까지 17년이 걸렸다. 용지 수용 9년, 컨셉트 설정 5년, 건축 3년 등 오랜 기간에 걸쳐 갖가지 이해관계로 얽힌 수많은 사람을 설득해가며 공사를 조금씩 진척시킨 끝에 지난해 4월 문을 열었다.

    바다를 메워 만든 오다이바는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첨단 모노레일을 타고 진입하는 항만 부도심이다. 방송사, 쇼핑센터, 공연장 등이 들어선 이 곳은 도쿄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올라 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몰리고 있다.

    최근 도쿄엔 이처럼 첨단 고층건물과 부도심이 조성되고 있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체적인 도시 경관을 생각하지 않고 ‘나홀로 건축물’로 건립됐다는 것. 또한 도쿄에서 부족한 녹지를 확충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도쿄는 대형 빌딩이 급증하면서 에어컨 배출열기 등으로 인한 열섬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1980년대엔 20여 일에 불과하던 열대야 일수가 2000년대 들어서는 두 배 이상 늘었다. 이에 도쿄도는 수년 전 신축 대형빌딩에 옥상공원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녹색혁명’ 서울, 1인당 녹지면적 도쿄 추월

    ‘주민생애사를 통해 본 20세기 서울현대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개장식.

    도쿄에선 니혼바시나 시부야강을 필두로 ‘환경복원’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녹지 확보와 생태환경 조성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다. 인구 1300만이 거주하는 ‘일본의 자존심’ 도쿄의 생활권 녹지면적이 런던이나 뉴욕의 2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은 확실한 자극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롯폰기 힐스의 재개발에 17년이 걸렸다는 사실은 도쿄의 재개발 사업이 서울보다 더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도쿄는 19세기부터 근대도시화가 진행된 만큼 도로 등 교통망이 대체로 서울보다 더 좁고 복잡하다. 이처럼 불규칙하게 얽혀 있는 교통망을 따라 주거·상업·업무시설이 뒤섞여 들어선 지역이 많고, 토지 보상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때문에 롯폰기 힐스와 같은 단일 건물 신축이 아닌, 서울의 뉴타운 사업과 같은 광역단위 재개발은 결코 쉽지 않다. 이와 관련, 신도시 오다이바도 바다를 매립해 지어졌다는 점이 관심을 끈다. 신도시 건설자들은 아마 바다 매립비용과 도쿄시내 토지보상비를 비교했을 것이다.

    뉴타운은 녹지확충의 대안

    도쿄에 비하면 민간 혹은 공영 방식에 의한 서울의 재건축·재개발·뉴타운 사업은 활발한 편이다. 서울시민은 주거지역을 친환경적으로 개선해 부동산 가치를 높이려는 욕구가 매우 강하다. 앞으로 서울에선 아파트를 고층으로 지어 지상 녹지 공간을 최대한 확보한 주거단지가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뉴타운 사업도 이러한 경향을 반영한 것이다. 뉴타운 예정지는 담장이 없어지고 녹지를 최대한 확보하는 방향으로 꾸며진다. 광역단위 개발인 만큼 비교적 정밀한 도시계획도 가능해 중급 규모 공원도 들어서게 된다. 학교는 생활공원으로 꾸며진다.

    서울 또한 용산숲을 정점으로 대규모 도심 공원 조성이 한계에 부딪힐 듯하다. 서울의 1인당 생활권 공원 비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져 2004년엔 4.77㎡가 됐다지만 세계식량기구(FAO)나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고하는 9.0㎡에는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뉴타운 사업 등 도심 재개발 사업을 친환경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이를 통해 생활권 공원 비율을 높이겠다는 서울시의 방향은 일견 현실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 억제 등을 고려하는 대안도 필요한 부분이다.

    지난 3년간 늘어난 서울의 생활권 녹지공간은 모두 75만평에 이른다. 서울시 민선(民選) 3기 시정이 출범하면서 내놓은 ‘생활권 녹지 100만평 늘리기’ 목표에 근접해가고 있는 것이다. 과거 서울시 정책의 주안점은 녹지 확충이 아니라 택지 확충이었다. 따라서 생활권 녹지를 100만평이나 늘리겠다는 현 서울시의 정책은 무모해 보였다. 그러나 3년 후인 지금 이 목표는 달성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늘어난 75만평 중 서울숲, 나들이공원, 푸른수목원, 암사역사생태공원 등 ‘중대형 도시계획공원’이 51만평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기존 주택을 허물고 지하주차장과 지상공원을 복합조성한 1동 1마을 공원화, 학교공원화, 옥상녹화, 걷고 싶은 녹화거리 조성 등으로 발생한 소형 녹지가 24만평에 이른다. 특히 소형 녹지 24만평은 ‘손에 닿는’ 녹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학교 공원화는 학교 담장을 허물고 운동장 주변과 공터를 녹화하는 사업이다. 인근 주거지의 주민들이 학생들과 학교 녹지를 공유하게 한다.

    광화문-용산-관악 녹지 연결

    서울시내 녹지 분포의 특성은 주택·도로 건설 등 급속한 도시화 과정에 따른 파편화에 있다. 이는 외부로부터의 생물종(種) 유입을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겉만 녹지일 뿐 사실상 생물거주공간 기능을 상실한 공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도쿄도 마찬가지다. 도쿄의 공원들도 녹지로 서로 연결되어 있기보다는 단절된 경우가 많다.

    현재 서울에선 생태녹지축(그린 네트워크) 사업이 벌어지고 있다. 도시화 과정에서 단절된 공원녹지 132개소 중 24개소를 잇는 것이 목표다. 남북 녹지축 3개, 외곽환상 산림축 3개, 지선 산림생태축 6개, 지선 조성녹지축 7개, 하천축 5개가 그것이다. 가령 서울의 녹지를 북한산-광화문-시청-남대문-남산-용산-한강-관악산 등 남북으로 잇겠다는 구상도 있다.

    2004년부터 추진되고 있는 공원내 생물서식공간(Biotop) 조성 사업도 그린 네트워크를 떠받친다. 도시개발로 인해 지하수위가 낮아지고 계곡이 건천화(乾川化)해, 생물들의 서식공간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따라서 소형 댐 형태의 서식공간을 인위적으로 조성하는 일은 시급한 생태환경 과제의 하나다. 서울시는 올해까지 남산공원에 2개소, 월드컵공원에 2개소, 보라매공원, 길동생태공원, 용산가족공원에 각각 1개소씩을 조성하며, 내년엔 여의도공원, 양재 시민의 숲 등 5개소에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명박 시장은 지난 3년간 강력한 의지를 갖고 서울 녹화를 추진했다. 청계천 주변 상인들을 4200번이나 만나면서 청계천 복원을 관철시킨 점, 4조원에 이르는 개발이익을 포기하면서 서울숲을 조성한 점, 친환경적 도심재개발인 뉴타운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점, 교통체증 우려를 무릅쓰고 서울시청과 남대문에 녹색광장을 조성한 점, 서울시청을 용산 미군기지 부지로 이전하기로 했던 계획을 백지화함으로써 향후 조성되는 용산숲의 면적을 최대로 넓히려 한 점 등이 지난 3년간 동시에 일어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 시장이 녹지 면적을 넓히는 일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두고 일관되게 밀고 나간 결과다. 이는 행정당국의 정책적 관심이 크지 않아 녹지 확충에 별다른 진척이 없는 도쿄와 대비된다.

    서울시의 이렇듯 강력한 ‘녹화 드라이브’는 서울시민 대다수의 친환경 선호 여론과 맞아떨어졌기에 여론의 지지 속에 더욱 탄력을 받은 측면이 있다. 청계천 복원 등 일부 녹화사업에서 서울시의 성공 사례는 서울시민의 지지여론을 더욱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를 낳고 있다.

    “친환경이 웰빙”, 녹색혁명 시작

    서울시민은 불과 수년 만에 친환경이 곧 고효율, 고부가가치이며 선진화임을 깨달았다. 이런 인식이 초고속 인터넷처럼 빠른 속도로 시민 사이에 확산됐다. ‘웰빙 열풍’은 이러한 의식전환이 표출된 단면이다. 서울은 달라진 서울시민에 의해 언젠가는 녹색으로의 대탈출을 시도했을 것이다. 건설회사 출신으로 ‘회색 콘크리트 성공신화’의 대명사로 통하던 이명박 시장이 이러한 변화의 욕구에 불을 지핀 것은 아이러니하다. ‘그린피스’도 최근 청계천을 방문, ‘녹색지도자’로 변신한 이시장을 지지했다.



    그러나 서울은 아직도 녹색에 굶주려 있다. 인공위성 사진을 보면 서울엔 여전히 붉은색이 많다. 사실 진정한 녹색도시를 지향한다면 서울의 경쟁 상대는 도쿄가 아닌, 캐나다나 유럽의 도시가 돼야 한다. 녹색혁명의 불씨가 번지고 번져 서울권역 전체를 푸르게 바꿔놓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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