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심층 취재

통일부, ‘한반도 평화체제 실행 프로그램’ 작성 중

외교·국방·남북관계 총망라하는 외교·국방·남북관계 총망라하는 ‘한국 안보정책 마스터플랜’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통일부, ‘한반도 평화체제 실행 프로그램’ 작성 중

2/4
말은 많았으나 준비된 것은…

사실 노무현 정부는 평화체제에 대한 의지를 이미 여러 차례 표명했다. 출범 초기부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대북외교정책의 핵심 과제로 설정했고, 노 대통령은 2003년 8·15 경축사를 통해 평화체제 구축의 필요성을 강하게 언급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국정홍보처는 ‘NSC 사무처 한반도 평화체제 담당관’이 작성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제목의 정책 설명자료를 펴냈고, 2004년 3월 NSC 사무처가 발간한 ‘참여정부의 안보정책 구상’도 이 부분에 한 절을 할애했다.

그러나 정부가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는 징후는 확인하기 어렵다. 앞서 설명한 NSC 관련 자료들은 총론 수준일 뿐 지향하는 평화체제의 특정한 국제법적 형식이나 틀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후 북핵 문제 등 현안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NSC 평화체제 담당관 역시 관련 논의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태. 대통령이 평화체제와 관련한 지시를 내리고서야 NSC 내 6자회담 담당자들이 이 문제를 챙기기 시작했다는 전언이다.

이러한 상황은 “평화체제라고 말은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들여다보니 준비된 것이 거의 없더라”는 정부 관계자들의 토로에서도 확인된다. 이 문제를 북핵 문제가 해결된 이후의 장기적인 과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보니, 6자회담 등의 정세변화에 맞춘 구체적인 그림이나 공식적인 실행 플랜은 완성된 게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 또한 원론적인 차원에서 의지를 갖고 있을 뿐, 정교한 복안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는 얘기도 들린다. 김천식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이 9월12일 남북장관급회담에 대해 브리핑하면서 “어떤 식의 평화체제가 돼야 하고 그 구성 요소는 무엇인지,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것이 되어야 하는지 등은 추후 계속 논의할 사안”이라고 말한 사정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통일부 평화협력기획과의 준비작업도 평화체제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예상되는 쟁점을 정리하고 신경 써야 할 과제들을 확인하는 ‘목록작성’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이전 정부가 밝힌 평화체제 관련 견해 가운데 현재 상황에 맞게 수정하거나 새로운 요소를 반영할 부분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작업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누가 주체가 될 것인가

그 가운데서도 통일부가 가장 고심하고 있는 것은 평화협정의 ‘주체’의 문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정전협정은 형식상 유엔군과 북한 인민군, 중국 인민해방지원군의 3자(者)가 체결했으나, 한국 정부는 교전국이었음을 근거로 평화협정의 당사자 자격을 주장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에는 이러한 논리를 바탕으로 이른바 ‘2+2’(남한과 북한에 미국과 중국이 참여하는 형태) 체제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4자회담이 진행되기도 했다. 이후 한국 정부의 공식적인 평화체제 구축 방향은 ‘2+2의 평화협정 체결’로 모아졌다.

그러나 문제는 2005년의 상황이 4자회담 당시와는 상당부분 차이가 있다는 점. 핵심 당사자인 북한이 미국과의 협정을 주장하면서 굳이 중국의 참여를 고집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눈치이고, 미국은 중국의 참여를 껄끄러워하는 분위기다. 중국은 1957년 인민해방지원군을 북한에서 철수하면서 정전협정의 관리를 북한에 위임했고 이후 정전체제 운영에 사실상 무관심해왔기에, 국제법상 중국의 권리는 이미 소멸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결국 중국의 의사가 변수가 되겠지만, 남·북·미 3자가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누가 평화협정의 주체가 될 것인지의 문제는, 당장 4-2차 6자회담에서 관련 포럼이 만들어질 경우 어떤 나라가 포럼 참가국이 되느냐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더욱이 이 문제는 향후 한반도 평화관리기구 참여 주체 등 주요 쟁점으로 고스란히 이어지므로 한국 입장에서 어떤 것이 더 유리한지 사전에 면밀히 분석하는 작업이 긴요해진 셈이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통일부는 내부적으로 2+2안(案)을 기본으로 하되 3자안(案)도 탄력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기조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의 2+2안과 비교해볼 때 3자안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어떤 다른 결과를 가져올지를 분석하는 것도 평화체제 준비작업의 주요 포인트다.

통일부는 그간 진행해온 평화체제 관련 연구에 대해 쟁점별로 관련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쳐 통합·검토한 뒤 외교통상부나 국방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해 최종 방안을 정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평화체제는 남북 문제뿐 아니라 외교·군사 문제가 긴밀하게 얽힌 복잡한 주제이므로 부처간 논의는 필수적이다. 한 관계 당국자는 “사실상 대한민국 외교안보정책의 그랜드 마스터플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했다.

그러나 9월 중순 현재까지 부처간 논의는 구체적으로 진행되지 않은 상태. 때문에 평화체제 문제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인 주한미군 지위 문제나 정전협정을 대체할 DMZ관리기구 설치 문제도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한 평화체제 주무 부서는 통일부이지만 6자회담 주무 부서는 외교통상부다 보니, 평화체제 구축 일정을 북한의 핵 폐기 및 검증 스케줄과 연동해서 설정하는 작업도 별다른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이슈는 향후 세부 추진단계가 얽히고설켜 ‘저쪽에서 하나를 진행하면 이쪽에서도 하나를 진행하는’ 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2/4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목록 닫기

통일부, ‘한반도 평화체제 실행 프로그램’ 작성 중

댓글 창 닫기

2019/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