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列國志 兵法 ⑩

범려의 처세, 손자의 병법

‘시기적절한 퇴진’으로 명철보신(明哲保身)

  • 박동운 언론인

범려의 처세, 손자의 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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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의 시기를 헤아린 손무

범려의 처세, 손자의 병법

손무는 은퇴 시기를 절묘하게 헤아린 군사가였다. 손무의 초상화.

춘추시대가 낳은 세계적 군사가 손무(孫武)의 인생항로에서 보는 출처진퇴(出處進退) 또한 슬기롭기 그지없다. 특히 은퇴의 시기 측정 면에서는 우러러보일 정도다.

그는 원래 제나라에서 출생했으나 내란에 말려들어 신변에 위협을 느끼자 오나라로 단신 탈출했다. 오늘날의 저장성(浙江省) 부춘강변에 정착해 농사를 지으면서도 전쟁에 대한 자타(自他)의 관찰과 경험을 집대성하여 불후의 명저 ‘손자병법’을 남겼다.

근처에 초나라 망명객인 오자서(伍子胥)가 살고 있었는데, 친교가 깊었다. 후일 그의 소개로 오왕 합려를 만나 장군으로 임명되어 초나라를 격파하는 전쟁에서 탁월한 군공을 세웠음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다.

그런데 손무는 개선 후 오래지 않아 현직에서 깨끗이 사퇴하고 다시 은거생활로 돌아갔다. ‘자아실현’을 일단락지은 다음에는 뒤늦지 않게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실천에 옮긴 것이다. 이로써 그는 안전할 수 있었고, 정계에 저항감을 남기지 않고 후세에 길이 빛나는 인물이 됐다.



그의 사후 약 100년이 지나 제나라에 남긴 후손 중에서 손빈(孫?)이라는 위대한 군사가가 출현하여 ‘손빈병법’을 썼다. 오늘날도 출신지인 산둥성 혜민현에는 ‘손자 고원(故園)’이 남아 있고, 양측에 손무서원과 손무박물관이 건립되어 관광 명소로 유명하다.

한편 손무가 거주하던 오늘의 저장성 부양시에는 ‘손권고리(孫權故里)’라는 관광지가 보존되어 있다. 삼국지의 영웅 손권의 고향이라고 해서 여러 가지 시설이 있는데, 그 손권이 바로 병법가 손무의 후손이라고 정사(正史) 삼국지는 밝히고 있다.

애당초 권력과 지위에 집착하거나 명성과 평판에 과민하면 비속할뿐더러 위험해진다. 그러한 바깥 치장은 자아실현을 위한 내실화 노력과는 판이하다. 식자들의 빈축을 사다가 만인에게 외면당하게 마련이다. 오늘날 장기집권의 비참한 종장(終章)이라든지, 일부 정치인의 ‘신문과 벌이는 신경전’에서 보는 바와 같다.

손자병법의 특징

손자병법의 저작·성립 연대는 춘추시대 후기라고 알려져 있으니 지금부터 약 2500년 전이다. 저간에 세월의 유수에 따라 많은 것이 변천했다. 특히 인류가 인류를 대량 살상하는 군사전쟁과 막다른 생존경쟁의 승패에서 그러했다. 본시 무기가 달라지면 투쟁기법도 변화하고, 전쟁의 형태도 상이해지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아득한 옛날인 기원전 770년∼기원전 403년이라는 시대적 제약성을 면치 못했을 ‘전쟁의 예술(The Art of War)’에 관한 저작이 21세기의 오늘날까지 중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거듭 숙독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현대의 통설은 명백하다. 손자병법은 결코 단순한 전쟁기술에 대한 연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우승열패(優勝劣敗)라는 자연현상의 유추에 기초해 사회현상을 간단히 해명하려는 시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일까.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기본적으로 다를 바 없는 ‘인간성’의 본질적 양상에 대한 예리한 통찰에 입각하여 경쟁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행동의 원리를 찾아보려는 개연적 법칙성의 탐구 노력이다. 이 경우 온갖 사물과 현상은 결코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라는 ‘만물유전(萬物流轉)’의 철학적 사유가 뚜렷하다.

스스로 변화하고 발전하며 운동할 뿐만 아니라 상대적인 관계에서 위상이 바뀌고 상호 전환하는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쟁과 대결과 경쟁에는 언제나 허다한 모순이 존재하며, 대(大)와 소(小), 강(强)과 약(弱), 실(實)과 허(虛), 공(攻)과 수(守), 정(正)과 기(奇) 등 모순이 상호 전환될 수 있다. 형세가 불리하더라도 전화위복을 위해 주도권을 장악하면서 두뇌를 유연하게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전쟁은 희생이 크므로 피해야 한다. 하물며 바보천치나 떠벌이처럼 패배할 게 뻔한 싸움을 시작해선 안 된다. 그런데 승패는 체력이 아니라 지혜로 가름된다. 그리고 전쟁의 지혜란, 평시와 달라서 ‘비정상적 수법의 적용’ 즉 궤도(詭道)에 좌우된다. ‘비정상적 수법’이란 단순한 ‘속임수’에 그치지 않는다. 그 이상으로 손자가 중시한 것은 현대 심리학과 행동과학에서 자주 거론하는 ‘동기부여’ 또는 ‘유인 조성(Motivation)’이다. 이것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아군측이 의도하는 행동을 취하게 만드는 ‘밖으로부터의 자극’ 즉 유인(誘因)의 제공이다. 바꿔 말하면, 상대방이 이쪽에서 바라는 특정한 행동을 보이게 하는 심리적 조건을 형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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