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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김광화의 몸 공부, 마음 이야기 ⑧

빨고 씻고 버무리다 보니 잊힌 내 반쪽이 꿈틀대네!

  • 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빨고 씻고 버무리다 보니 잊힌 내 반쪽이 꿈틀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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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나는 대로 요리를 해보자. 그렇게 마음먹으니 틈틈이 요리 관련 책도 보게 되고, 영화를 보면 요리 장면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아내가 하는 요리에 대해서도 새삼 호기심이 살아났다. 요리법 하나를 물으면 아내 입에서 열 가지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새삼 아내가 커 보인다. 아내 이야기에 너무 빠져들면 주눅 들기도 한다.

이웃집에 가서 밥을 먹으면 밥상에 오른 반찬 하나하나에 관심이 많이 간다. 이웃 음식은 평소 안 먹어 보던 음식이라 호기심을 더 자극한다. 재료는 무얼 썼는지? 양념은 어찌 만들었는지? 그렇게 관심을 보이면 이웃에게 점수 따는 데도 유리하다. 아주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한번은 저 멀리 울산에 갔다가 한주(7) 어머니한테 순두부 만드는 법을 배웠다. 간수를 쓰지 않고도 순두부가 된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간수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말이 많다. 바닷물이 오염됐다는 둥 화학 처리한 간수는 어쩌고저쩌고….

나는 두부가 사치스러운 음식이라 생각했다. 콩을 심고 가꾸는 건 그렇다고 치고 도리깨로 두드리다가 낟알로 흩어지는 콩을 밭고랑에서 하나하나 주워 모은 콩. 두부를 만들자면 콩이 너무 헤프다. 그리고 시간도 품도 많이 든다. 그동안 우리 집에서는 주로 콩을 간 생비지로 요리 해 먹었다. 그러던 차에 한주네서 배운 무간수 순두부는 내 앞날에 뭔가 큰 변화를 가져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호기롭게 팔을 걷어붙였다. 그러나 막상 시작하자니 살림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 콩물에서 비지를 걸러낼 베주머니가 어디 있는지, 쓸 만한 냄비? 식초는? 그 하나하나마다 아내 힘을 빌려야 했다. 요리한답시고 온갖 살림살이 다 꺼내고 수선을 떨며 순두부를 만들었다. 간수 대용으로 만든 염촛물을 붓고, 순두부가 되기를 기다렸다. 아, 엉기는구나. 그 감동이란! 맛을 보지 않아도 충만감이 밀려왔다.



이것이 순두부다!

그 다음부터 마음이 내키면 식구들에게 한턱 내듯 순두부를 만들었다. 아내 도움을 받으면 순두부로 손님을 치를 정도의 실력이 되었다. 그런데 ‘즐거운 문제’가 생겼다. 먹어본 손님들이 만드는 법을 자꾸 알려달란다. 그럼 아내 대신 내가 나서서 막 자랑을 한다. 그렇지만 손님 질문이 이어지면 금방 내 바닥이 드러난다.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요리법을 인쇄해둔 종이를 보여준다. 그렇게 해서 넘겨준 인쇄물이 제법 많다. 웰빙 바람에다가 집에서 누구나 손수 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기가 좋은가 보다. 이참에 한주 어머니가 알려준 요리법을 간단히 설명할까 한다.

빨고 씻고 버무리다 보니 잊힌 내 반쪽이 꿈틀대네!

끓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그릇 위로 솟구치는 순두부. 손수 해봐야 실감이 난다.

무간수 순두부 만들기재료 : 불린 콩 500g, 물 3컵 , 소금 2큰술, 식초 3큰술(마른 콩 500g일 때 콩 불리는 물과 콩물 받아내는 물 합해서 4.5컵, 산도가 낮은 유기농 식초를 쓸 때 3.5 또는 4큰술)

도구 : 믹서, 베주머니, 큰 그릇

만들기1. 마른 콩은 적어도 8시간 정도 미리 물에 담가 불려놓는다.2. 불린 콩과 콩 불린 물을 믹서에 다 넣고 곱게 갈아낸다.3. 갈아낸 콩물을 베주머니에 넣고, 큰 그릇에 밭는다.4. 밭아낸 콩물을 끓인다. 끓이면서 나무주걱으로 계속 저어줘야 눋지 않는다. 거품이 조금씩 생기는데 걷어내지 않는다. 어느 정도 시간이 되면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이때 불을 끈다. 끓어오르기 시작하면 금세 넘치기 때문이다.5. 간수 대용으로 염촛물을 만든다(염촛물 : 물 400cc, 소금 2큰술, 식초 3큰술. 콩물을 끓이기 전에 만들어놓으면 좋다).6. 끓인 콩물을 5분 정도 식힌 후 염촛물을 부으며 주걱으로 잠시 적당히 저어준다. 너무 많이 저으면 응고가 잘 안 된다.7. 다시 5분 이상 기다리면 콩물이 엉기어 굳는다. 이것이 순두부다.

나는 숫자에 약하다. 솔직히 이 요리법만 보고 그대로 하자면 지금도 머리가 굳을 정도다. 몇 번을 그대로 따라 하다가 이제는 대충 한다. 집에서 자주 쓰는 컵에 콩을 담고 무게를 재어보니 200g이다. 마른 콩 한 컵을 밤새 물에 불리면 두 컵 정도 된다. 우리 네 식구가 한 끼 먹기에 넉넉한 양이다. 물도 대충 가늠한다. 불린 콩을 믹서에 갈 때는 물이 콩보다 넉넉하다 싶게 한다.

곱게 가는 것도 기준이 없다. 지금도 아내는 내가 가는 걸 지켜보고 좀더 오래 갈아야 한단다. 곱게 갈수록 비지가 적게 나오고 맛도 부드럽단다.

염촛물을 만들 때 물과 소금과 식초의 비율이 중요한데 주의할 것은 식초다. 식초만 잘 쓰면 순두부는 어렵지 않다는 걸 알았다. 염촛물과 단백질이 만나 엉기는 작용이 너무 신기해서 나름대로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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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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