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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방어 포기해야 제2의 외환위기 막는다

재야 경제학자 최용식의 역발상 경고!

  • 최용식 21세기경제학연구소 소장 ecnms21@hanmail.net

환율방어 포기해야 제2의 외환위기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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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당국자의 속임수

간단하게 말해서, 정책 당국이 달러를 비싼 값에 사들인 뒤에 싼 값에 되파는 것을 반복해 국가경제에 큰 손실을 입힌 것이다. 지금도 이 같은 환율방어는 계속되고 있으며, 손실도 쌓이고 있다.

정책 당국자들은 이것을 ‘실현되지 않은 평가손실’인 것처럼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한다. 그렇지만 평가손실은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다음 표의 수치로 추정하면 외환위기 이후에 누적된 외환보유고의 평가손실은 약 37조원에 이른다. 외환위기 이후에 사들인 외환보유고의 원화가치는 240조원, 지난해말 환율로 환산한 원화가치는 약 203조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240조원-203조원=37조원).

지금도 국제수지는 대규모 흑자를 기록해 환율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평가손실 규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엄청난 재정·금융 손실액을 국가경제 발전에 사용하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 기회를 외환보유고 과다가 빼앗고 있는 것이다.

승률 0%의 가위바위보 놀이



그렇다면 위와 같은 평가손실과 기회손실이 발생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당시 외환보유고는 많을수록 좋다고 떠들던 자들이 져야 한다. 지난해까지 현재의 외환보유고는 과다한 것이 아니라고 억지를 부린 정책 당국자들도 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환율방어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앞서 지적했듯 거래 손실 누적액이 12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이것은 직접손실이다. 그 책임은 아무리 가혹하게 묻더라도 지나치지 않다. 만약 기업에 이런 정도의 손실을 끼쳤다면 그 책임자는 어떻게 되겠는가.

더욱이 정책 당국은 한쪽 방향으로만 환율방어를 하고 있어서 손실은 마냥 커지고 있다. 환율이 떨어질 때만 외환을 적극적으로 매입하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어린아이들이 가위바위보 놀이에서 항상 가위만 내는 꼴이다. 비쌀 때 사서 싸게 팔고 있으니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런 방법은 외환보유고를 늘리는 기능을 하며, 이에 따라 외환보유고가 누적되면서 평가손실까지 키우고 있다.

양 방향으로 환율을 방어하면 손실을 줄일 수 있다. 환율이 오를 때 외환을 팔면, 거래이익을 남길 수 있다. 최근에 그런 기회가 있었다. 환율은 9월 중순까지 1020원 선을 유지하다가 10월 중순 한때 1058원을 기록했다. 이런 때에는 달러를 적극적으로 매각해야 했다. 이후 환율이 다시 1020원으로 내려갈 때 되사들이면, 1달러당 38원의 거래이익(380억원)을 남길 수 있다.

이런 간단한 거래기법조차 외환 당국은 모르고 있다. 그래서 거래손실이 무려 12조원에 이르고 이런 추세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 참고로 지난 9월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조사에서 한국의 환율정책은 85위를 기록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22단계나 하락한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환율을 적절하게 방어하기 위해서는 외환을 매각하기도 해야 한다. 그래야 거래이익을 남긴다. 장차 환율이 갑자기 폭락하는 사태도 예방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환율 목표를 어느 선에 둬야 하는가의 문제가 있다. 예를 들면 1020원을 목표로 할 것인가, 아니면 1050원을 목표로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환율 목표를 정책적으로 점차 하락시켜야 한다고 결정했다면 해마다 환율을 얼마나 떨어뜨려야 하는지도 결정해야 한다. 이 또한 쉽지 않다. 국제경쟁력과 국제수지, 잠재성장률과 경기 동향, 외환보유고의 기회손실과 통화량 및 이자율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반성할 줄 모르는 정부 엘리트

아쉽게도 정책 당국은 이 같은 노력을 거의 기울이지 않아 능력을 키우기 위한 수련을 쌓을 기회도 잡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문가에게 자문이라도 구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평가손실과 거래손실을 합하여 무려 50조원의 손실이 생기는 일은 앞으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엘리트의식은 하늘을 찌른다.

외환 당국의 반성을 모르는 자세가 국가경제를 병들게 하는 사이에 외국인은 환차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를 들어보자. 지난 9월14일부터 10월14일까지 한 달 사이에 외국인이 순매도한 주식대금을 거래당일의 달러가치로 환산하면 23억8000억달러에 이른다. 만약 주식매입 대금을 2003년에 들여왔다고 가정하면, 이 매각대금의 당시 달러가치는 20억7000만달러다. 외국인이 불과 한 달 사이의 주식 순매도로 얻은 환차익이 3억1000만달러, 우리 돈으로 3100억원인 셈이다. 여기에는 주가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런데 정책 당국은 어떤 짓을 하고 있는가.

2004년 10월, 정부가 개입해 환율을 방어하는 것이 문제라는 주장이 나오자 재정경제부는 “외환시장 문제와 환율문제는 국익과 직결된 사안이므로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지 않도록 협조해달라”고 언론에 공식 요청했다. 환율방어에 따른 손실은 국가경제를 위한 비용이라는 것이 정책 당국의 해명이다. 그렇다면 환율방어는 무엇을 위한 비용일까.

그 비용 지출의 목적을 굳이 찾는다면, 수출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경제를 성장시키거나 국내 경기를 안정시키는 비용이다. 그런데 환율방어가 진짜로 이런 목적에 기여할까. 과거에는 환율방어가 이런 목적에 기여했을지 몰라도(나는 이것도 부정한다), 최근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이미 두 차례나 증명됐다. 환율방어는 수출을 촉진하지도 않았고, 경제성장이나 경기의 안정에도 기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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