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교육 특집

자녀 특·목·고 보내 행복하십니까?

사교육비 월 700만원, 자기 비하 못 이겨 정신과 치료…

  • 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자녀 특·목·고 보내 행복하십니까?

3/5
자녀 특·목·고 보내 행복하십니까?

6월13일 전교조는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서울 종로구 국제고, 구로구 과학고 설립에 대한 반대 견해를 밝혔다.

서울대에 못 가는 학생은 선생님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어요. 제 입학원서를 쓰시는 담임선생님을 보면서 ‘이분이 내게 얼마나 관심을 갖고 계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졸업할 때 서울대 진학생은 30만원, 연·고대 진학생은 20만원, 나머지는 10만원씩 모아서 담임 선생님께 드렸어요. 이건 공공연한 비밀이자 전통이죠. 입시지도 하느라 고생하신 선생님께 감사드리는 건 좋은데, 그것도 학교별로 ‘계급차이’가 나니 유쾌하진 않았어요.”

물론 학생을 성적대로 줄 세우는 입시위주 교육의 폐해는 특목고뿐 아니라 일반고 전반에서도 드러난다. 문제는 상위권 학생일수록 성적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이다. 최근 특목고에 다니며 받는 스트레스로 인해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받는 학생과 학부모가 꾸준히 늘고 있다.

특목고 적성, 일반고 적성

교육컨설팅업체 와이즈멘토의 조진표 대표는 “자녀가 주변에서 돋보이고 칭찬 받아야 더 힘을 내서 공부하는 스타일이거나 소심하고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라면, 특목고에 보내지 않는 편이 낫다”고 조언한다. 이런 유형의 학생은 특목고에서 중하위권으로 뒤처지면 자신을 ‘문제아’라 여기고 자책하기 쉽다는 것. 일반고에서 우수한 실력을 발휘할 학생이 특목고에서 오히려 자신감을 잃고, 중하위권 학생의 부정적인 행동 양상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과도한 경쟁 속에서 무리하게 공부하다 보니 결승점에 다다르지도 못한 채 지쳐버리기도 한다. 서울 모 외고에서 전교 1등을 다투던 윤민정(가명·18) 양은 고3이 된 올해 4월 모의고사와 내신성적이 모두 바닥권으로 떨어졌다. 입학 당시만 해도 중간 정도 성적이던 윤양은 독한 마음을 먹고 하루에 3~4시간만 자며 공부에 매달려 7개월 만에 성적을 최상위권으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윤양의 심신에 이상신호가 켜졌다. 체력 안배에 실패한 그는 공부할 기력도, 학습에 대한 흥미도 잃어버렸다.



수험생 컨설턴트이자 한의사인 황앤리 한의원 황치혁 원장은 “특목고의 빡빡한 커리큘럼과 숨 막히는 경쟁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일부 특목고 학생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한계 이상으로 몰아넣다가 결국 스프링이 탄성 한계를 넘어서듯 의욕을 완전히 상실한다”고 설명했다. 체력 저하와 성적으로 고민하는 많은 특목고 학생을 상담해온 그는 “특목고에서 심리적·정신적 타격을 입고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도 적지 않은 만큼 특목고의 교육 시스템이 늘 높은 학습 성과를 보장한다고 믿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목고 선택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인은 학생의 적성이다. 그러나 학부모는 자녀의 특기와 적성은 무시한 채, 그저 성적에 맞춰 민족사관고, 과학고, 외국어고 순으로 보내려 하는 우를 범한다.

올해 아들을 서울 B외고에 보낸 어머니 이모(47)씨는 “성적이 과학고에 들어가긴 아슬아슬해 외고에 진학시켰는데, 아이가 이과를 지망해서 고민스럽다”고 털어놨다. 2008학년도 입시안에 따라 특목고에서 설치(전공)학과 이외의 별도과정을 개설하는 것이 금지됐기 때문. 외고에서 어문 계열이 아닌 의대, 한의대 등 이공계열을 지원할 경우 고등학교에서 해당 과목을 공부할 수 없다. 이씨는 “아들을 학원에 보내 이과 수학 및 과학을 미리 공부시키고 있다”며 “이공계로 진학하기에 불리한 내신과 교육 여건을 감수하고서 아이를 외고에 보낸 것이 바른 선택이었는지 늘 갈등한다”고 말한다.

특목고 진학 후 뒤늦게 진로를 바꿔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는 상황도 벌어진다. 교육컨설팅업체 에듀플렉스의 이병훈 감사는 “외고에 다니던 학생이 학습 부적응으로 인해 자신감을 잃고, 과거 미술을 배웠던 경험을 살려 예고로 옮기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교육전문가들은 “무작정 성적에 맞춰 특목고에 진학했다가 고교 시절이 오히려 자녀의 인생에 ‘독(毒)’이 되기도 한다”며 “자녀가 무엇을 원하고 잘하는지를 파악해 그 특성에 맞는 특목고를 선택하라”고 입을 모은다. 외국어에 소질이 있거나 외국 대학에 진학하길 원한다면 외고나 민족사관고를, 이과에 소질이 있다면 과학고를 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것이 특목고의 설립 취지를 제대로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사교육비 상승 주도하는 외고

내신 비중을 강화한 2008학년도 입시안이 특목고생에게 유리한가, 불리한가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우선 외고나 과학고의 경우 동일계열에 진학하면 다양한 특별전형에 지원할 수 있어 내신에서의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일반고 학생과 특목고 학생이 비슷한 수능 성적을 받았을 경우, 내신이 좋은 일반고 학생이 대학과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훨씬 넓은 편. “일반고에 다녔다면, 그 수능 점수로 더 좋은 대학, 좋은 과에 갈 수 있었는데…” 하며 아쉬워하는 특목고 출신도 적지 않다.

3/5
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목록 닫기

자녀 특·목·고 보내 행복하십니까?

댓글 창 닫기

2019/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