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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특집

제3국 ‘징검다리 조기유학’ 열풍

뉴질랜드·캐나다 ‘무공해 교육’ 거쳐 아이비리그로!

  • 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제3국 ‘징검다리 조기유학’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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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국 ‘징검다리 조기유학’ 열풍

잡지, 소설, 사회과학 서적 등 수만권의 책을 보유한 크리스틴 스쿨 도서관.

올해 가을 예일대에 입학한 박승아(19)양은 크리스틴 스쿨의 ‘전설’로 통한다. IB에서 45점 만점을 받고, SAT에서도 만점에 가까운 1550점을 얻은 것. 이모인 탤런트 최명길씨를 쏙 빼닮은 외모에, 교내 댄스파티에서 동양인 최초로 퀸에 오를 만큼 다방면에 재능을 지녔다. 크리스틴 스쿨에서 4년간(한국의 중3~고3) 전체수석을 놓치지 않은 그는 자유로운 뉴질랜드 교육의 수혜자다.

“아홉 살 때 아버지의 건강이 나빠 요양차 뉴질랜드에 왔어요. 원래는 1년만 있다 귀국할 예정이었는데, 답답한 서울의 아파트 생활로 돌아가기 싫더라고요. 부모님께 뉴질랜드에 살자고 졸랐죠. 뉴질랜드에선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드럼, 승마, 골프, 테니스, 힙합 등 여러 가지 취미 활동을 맘껏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한국인 학생회, 유네스코 등 15개나 되는 사회봉사활동까지 하느라 고등학교 다닐 땐 점심을 제대로 먹어본 기억이 없을 정도예요. 지난해 10~11월엔 SAT 시험, IB 시험, 학교 내신 리포트까지 겹쳐 2주 동안 하루 한 시간밖에 못 잤다니까요.”

시사잡지, 명작 읽고 몸풀기

크리스틴 스쿨에 다니는 김나경(17·고2)양은 선배인 박승아양을 모델 삼아 아이비리그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희망 대학을 정하고, SAT를 치르기 위한 몸풀기에 들어갔다. SAT에 출제되는 단어를 매일 200~300개씩 외우고, 아이비리그 대학 선정 독서목록에 오른 책들을 찾아 읽고 있다. 김양이 가장 즐겨 보는 잡지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자연, 인류, 문화, 역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쌓을 수 있어, 깊이 있는 공부에 도움이 된다. 올해 겨울부터는 SAT 실전 문제풀이에 들어갈 생각이다.

김양의 꿈은 세계적인 작가. 그래서 중학교 2학년 여름,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싫다’며 뉴질랜드로 나홀로 유학을 왔다. 일본어 에세이 경시대회에 출전해 1등상을 수상할 만큼 뛰어난 글솜씨도 갖췄다. 그러나 유학생활을 성실하게 해온 그에게도 슬럼프는 있었다.



“크리스틴 스쿨에 입학한 2년 전 가을, 친구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학업 수준도 갑자기 높아지면서 우울증 같은 게 생겼어요. 부모님이 옆에 없어 고민을 털어놓을 사람도 없었고요. 인터넷에 중독될 뻔한 위기도 있었답니다. 이후 어머니가 저와 1년간 함께 지내기로 하고 오클랜드에 오셔서 뒷바라지해주신 덕분에 슬럼프를 극복했어요.”

김양의 경우처럼 부모는 자녀의 조기유학 성공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조기유학생의 일탈은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부모와 함께 생활하는 조기유학생은 영어가 빨리 늘지 않고, 외국 문화에 쉽게 동화하지 못한다는 단점도 있다. ‘부모가 자녀의 조기유학에 동행할 것인가’ 여부는 학생의 성격, 가정의 경제적 여건과 학생이 처한 환경에 따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2001년 부모와 함께 ‘이민형 유학’을 온 랑기토토 칼리지 최경식(18·고3)군은 “부모님이 옆에 계시지 않았다면 뉴질랜드에 오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최군의 가족은 뉴질랜드로 여행을 왔던 아버지의 강력한 권유로 이민을 결심했다. 이민자는 학비 부담이 거의 없다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중학교 1학년을 마치고 왔는데, 한국에서 공부한 영어가 별로 소용이 없더라고요. 등교 첫날 도시락을 가져오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못 알아들어서 비를 흠뻑 맞으며 집으로 돌아간 적도 있어요. 이동 수업인 걸 몰라서 학교를 한참 헤매기도 했고…. 그처럼 힘들 때마다 절 감싸주는 가족이 큰 힘이 됐지요. 2개월 정도 지나니 영어가 자연스럽게 귀에 들어오더군요.”

최군은 이과 과목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 프린스턴대나 MIT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얼마 전 치른 SATⅠ에서 1520점을, SATⅡ의 화학 물리 수학에선 모두 만점을 받았다. 최근엔 대만인 친구에게 수학을 가르치며 시간당 10달러씩 레슨비도 받고 있다. 본인의 의지로 시작한 유학은 아니지만, 지금은 좋아하는 과목을 마음껏 공부하고 세계로 안목을 넓힐 수 있어 자신의 생활이 흡족하다.

부모의 역할

조기유학 성공을 위한 부모의 바람직한 역할은 무엇일까. 다음은 크리스틴 스쿨 IB 코스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한국 학생 코디네이터를 겸하고 있는 주경진(47) 교사의 조언이다.

“학생이 유학에 강한 의지와 좋은 학습습관을 갖고 있다면 부모가 꼭 동행하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자녀가 다닐 학교와 머물 홈스테이 가정에 대해 꼼꼼하게 사전 점검해야지요. 아이를 담당할 가디언(guardian·보호자)과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한 달에 한 번씩 가디언을 통해 아이의 출석기록과 성적표를 확인하세요. 다만 진학 준비로 학업 부담이 매우 큰 고2~3학년 시기엔 부모가 자녀의 곁에 있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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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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