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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혈맹’? 중국 자본, 북한 점령 가속화

  • 남성욱 고려대 교수·북한학namsung@korea.ac.kr

‘경제혈맹’? 중국 자본, 북한 점령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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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관리권 잃은 조선족 자치주

국제법적으로 ‘조차지’란 두 나라 맺은 조약에 따라 한 나라가 다른 한 나라로부터 차용한 영토를 가리킨다. 이러한 조차지에는 무기한·영구적인 것도 있으나 보통은 홍콩처럼 조차기간이 붙고, 이 기간에 영토를 내주는 나라(租貸國)의 영유권이 유보되는 형식을 취한다. 조차지는 조대국의 통치작용이 포괄적으로 배제된다는 점에서 특정한 통치작용만 제한 또는 배제되는 국제지역(國際地役)의 승역지(承役地)와는 구별된다. 중국이 북한으로부터 확보한 라진항의 50년간 부두사용권이 조차인가 아닌가는 논란이 일 수 있다. 그러나 라진항의 관련 부두시설은 조대국의 통치작용이 포괄적으로 배제된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조차지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이렇게 보면 중국과 북한의 중장기적인 조차협약은 국제법적으로 통일한국의 권리를 상당히 제약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기업들과 북한 당국이 체결한 계약은 국제계약이다. 국가가 외국의 사기업에 대하여 자원개발에 관한 양허(concession)를 부여한 것으로 일종의 경제개발협정이 되는 것이다. 이들 협정의 대부분은 일부는 공법, 다른 일부는 사법에 의해 규율되는 동시에 계약의 존속기간 동안 개인 및 법인은 본국인 중국정부의 외교적 보호 아래 놓이게 된다.

국제법적으로 경제개발협정의 법적 성질에 대해서는 일방적인 파기가 가능하다는 주장과 가능하지 않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경제개발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면 불법행위나 계약위반의 책임이 발생한다는 견해가 유력하다. 따라서 북한이 붕괴하더라도 중국 기업이 체결한 독점적 권리는 당초 기간대로 인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향후 통일된 정부 또한 라진항에 대한 50년 조차를 인정할 수밖에 없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확인할 사항이 있다. 북한과 중국이 체결한 계약에, 만일 해당국가가 금전적 보상 없이 이미 부여된 독점적 권리를 몰수하거나 파기할 경우 외국 기업의 본국이 외교적 보호권을 발동해 권력적으로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는 이른바 ‘칼보 조항(Calvo Clause)’ 등이 포함됐는지가 그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중국의 영향력과 유효한 계약서 등을 감안하면 이러한 조항이 있다 해도 통일정부가 중국과의 마찰을 감수하면서까지 조차권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외에도 홍콩의 시사지 ‘아주주간(亞洲週刊)’은 중국과 북한이 양국간 물류 활성화를 위해 합작 철도회사를 설립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7월 중국 정부가 옌볜의 조선족 자치주가 갖고 있던 백두산 관리권을 중국의 지린성으로 이전한 것도 유사한 사례다. 중국은 옌볜의 조선족 자치주를 철저히 배제한 채 백두산 개발계획을 내놓았다. 이는 백두산 관광수입에 의존해 생계를 유지하던 조선족은 물론 자치주 전체가 붕괴될 수 있는 치명적인 조치다. 향후 백두산 관리권의 환원을 둘러싸고 통일한국이 부딪쳐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그밖에 중국은 톈진시 등에서 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여 북한 남포시를 개성·금강산과 유사한 개발특구로 육성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화교가 밀집한 함흥에 중국 자본을 끌어들여 새로운 화교경제구역을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소문도 있다.

중국인이 중국 물건 파는 백화점

마지막으로 살펴볼 것은 북한 시장을 점령해 들어가는 중국산 소비재 상품과 호텔업 등 서비스업의 직접 진출이다. 평양시내 호텔 구내상점에서 사 먹을 수 있는 라면, 과자, 초콜렛 등 과자류와 셔츠, 신발의 85%가 중국산이다. 북한이 10월말 열린 11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회의에서 옷 3만t, 비누 2만t, 신발 6000켤레를 요구했다고 해서 화제가 된 일이 있다. 엄밀히 말하면 이러한 북한측 요구는 해당 소비재가 없어서가 아니라 중국산 소비재의 수입대체를 위한 것이었다.

북한에서 가장 규모가 큰 평양 제1백화점의 임대권과 경영권이 중국 기업에 넘어가는지 여부도 관심사다. 2004년 8월 중국 선양(藩陽)에 있는 중쉬그룹의 쩡창뱌오 회장은 홍콩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제1백화점에 대한 10년 임대차권을 따냈고 2004년 말까지 5000만위안(약 65억원)을 투입해 내부를 개조한 뒤 중국 상인들이 직접 중국 상품을 팔 수 있게 할 것”이라며 합의내용을 공개한 바 있다. ‘중국의 유대상인’으로 불리는 원저우(溫州) 상인인 그는 “앞으로 제2백화점, 평양지하백화상점 등 4개의 백화점을 맡아 북한 주민이 필요로 하는 의류, 신발, 식품, 가전제품, 조명기기 등 모든 생활용품을 중국의 상인들이 공급하도록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언급했다.

중쉬그룹이 10년간 우리 돈으로 75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자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한국 정부는 이를 서둘러 부인하며 “여전히 북한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제1백화점에 중국 자본이 투업되고 있으며, 다만 그 이윤의 배분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는 정도이다. 북측 처지에서는 호텔 경영권이 넘어갔다는 사실이 자존심 상하는 일이므로 외부에는 숨기고 있을 따름이다.

이러한 구체적 사실은 자매결연한 평양신문사의 초청으로 9월17일부터 5박6일간 평양을 방문한 중국 선양시 흑룡강신문 기자단 일행의 취재에서도 밝혀졌다. 중국 조선족 동포신문인 이 매체는 중국과 조선이 합작해 경영하는 대형백화점이 3개이며, 합작경영 호텔도 2개나 된다고 평양신문사 관계자를 통해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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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 고려대 교수·북한학namsung@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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