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노 대통령 경제 브레인 유종일 교수의 쓴소리

“사후약방문 양극화 대책이 국민을 빈곤의 나락으로 몰고 있다”

  •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경제학 jyou@kdischool.ac.kr

노 대통령 경제 브레인 유종일 교수의 쓴소리

3/5
노 대통령 경제 브레인 유종일 교수의 쓴소리

불경기 탓에 문 닫은 종로4가 지하상가.

양극화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몇 가지 오해가 있다. 우선 양극화는 세계화의 필연적 귀결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들은 세계화는 좋건 싫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성장에는 자극을 주지만 경쟁이 확대되고 심화돼 분배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근거가 미약하다. 1980년대 이후 주로 영·미계 국가의 빈부격차가 확대된 것을 근거로 나온 주장이다. 그러나 분배 문제에 관한 당대 최고의 권위자라 할 앤터니 앳킨슨이 지적한 대로, 소득분배는 제도와 정책에 따라 상이한 결과를 보이며 대다수 유럽 국가는 세계화 과정에서도 분배의 악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경제개방으로 분배 악화?

경제의 개방화와 무한경쟁 압력 때문에 분배와 복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일견 그럴 듯한 주장도 허구에 불과하다. 미국 하버드대 대니 로드릭 교수는 경제개방과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분배나 복지부문의 사회지출이 많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밝혔다.

또한 선진국은 개방화와 세계화가 급속히 진전된 1980∼90년대를 거치면서 사회지출에 상당부분 치중했다. 모든 나라가 앞다퉈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추진한 결과 사회지출이 감소한 것은 아니다. 1980년부터 2001년까지 원래 OECD회원국이던 선진 21개국의 GDP 대비 사회지출 평균은 17.7%에서 21.9%로 증가했다. 미국·일본·영국 등 거의 모든 국가에서 사회지출은 증가했고, 아일랜드·네덜란드·룩셈부르크 3개국만 감소했다. 참고로 한국의 2001년 GDP 대비 사회지출은 6.1%로 OECD 30개 회원국 중에서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양극화와 관련, 또 하나 잘못된 생각은 경제성장만이 바람직한 양극화 해법이라는 것이다. 이는 적하(滴下)이론(Trickle down theory)에 근거한 것으로 성장이 최선의 분배정책이며, 분배를 강조하는 정책은 성장을 저해하여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한 상황에서 성장이 증가하면 고용이 증가하고 소득분배가 개선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함정은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한 상황에서’라는 가정에 있다. 실제로는 경제성장을 제고한다는 명분 아래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을 약화시키고 고소득층이나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분배가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선 1980년대에 레이건 정부가 적하이론에 입각한 정책을 펼친 결과, 분배가 매우 악화됐고 성장률마저 침체됐다. 소위 ‘고용 없는 성장’이 일어나는 경우에도 분배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 경제성장 자체가 나쁘다거나 분배를 저해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단지 성장 지상주의에 빠지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분배의 개선 또는 재분배를 추진하면 경제의 효율과 성장이 저해된다는 주장도 편견이다. 예를 들어 복지지출이 노동공급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복지병(病) 논리, 조세부담 증가가 경제활동 유인을 약화한다는 것, 최저임금제가 노동수요를 위축시켜 실업증가를 낳는다는 게 이러한 주장의 밑바탕을 이룬다.

성장 강조한 세계은행도 태도 바꿔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부정적 효과의 크기는 의문이며, 재분배 정책이 지극히 미약한 우리나라의 경우 우려할 만한 문제는 아니다. 미시적으로 약간의 부정적 효과가 있더라도 소비수요의 견고화 같은 긍정적 효과와 함께 평가해야 한다. 공교육에 대한 투자나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 효율적으로 추진되면 분배의 개선과 성장의 촉진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분배의 개선은 성장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었다. 구미의 경우 19세기 자유방임주의하에서는 심각한 소득 불평등과 경제 불안정이 상존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본격적으로 복지국가가 발달하면서 사회적 안정과 총수요 안정이 실현되고 고도성장을 구가했다. 개도국도 마찬가지다. 많은 학자는 토지개혁 성공 등으로 비교적 고른 분배구조를 갖추고 경제성장을 시작한 동아시아의 성공과 극심하게 양극화된 분배구조를 지닌 남미의 좌절을 대비하며 분배의 형평이 지속성장의 조건임을 지적하고 있다.

근래 들어서는 형평성 혹은 공평한 기회가 경제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는 인식이 경제학계의 대세다. 성장을 통한 빈곤의 해결을 고집해오던 세계은행도 태도를 바꾸고 있다. 지난 9월 ‘공평함과 발전(Equity and Development)’이라는 제목의 세계개발보고서(World Development Report)는 불공평이 심각한 나라는 경제성장이 저해될 수밖에 없고 빈곤 문제를 풀거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불공평을 해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3/5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경제학 jyou@kdischool.ac.kr
목록 닫기

노 대통령 경제 브레인 유종일 교수의 쓴소리

댓글 창 닫기

2021/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