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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김광화의 몸 공부, 마음 이야기 ⑨

음양오행, 열전도,벤투리 효과 공부하며 구들을 놓다!

  • 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음양오행, 열전도,벤투리 효과 공부하며 구들을 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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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양오행, 열전도,벤투리 효과  공부하며 구들을 놓다!

구들돌이 끄덕이지 않게 굄돌을 잘 놓아야 한다. 손끝으로 돌의 움직임을 느낀다.

구들을 놓는 사람마다 이론과 경험이 달랐다. 지역에 따라서도 많은 차이가 있다. 강원도 산간 지역의 구들과 제주도 구들이 다르다. 같은 지역이라도 집이 앉은 위치와 방 크기에 따라서 다 다르다. 구들돌은 자연 그대로이기에 모양이 제각각이다. 그러니 한 사람이 구들을 여러 번 놓는다 하더라도 똑같은 구들은 있을 수 없다. 어찌 보면 ‘자기만의 단 하나의 구들’이 정답일지도 모른다. 여러 사람이 해준 도움말을 내 나름대로 소화해야 했다.

그 과정을 여기서 다 설명하기에는 무리다. 대신 구들을 놓으면서 느낀 점과 고민과 설렘을 이야기할까 한다. 공부를 한다고 했지만 막상 손수 구들을 놓기가 쉽지 않았다. 구들 기초부터 고민이다. 우선 아궁이와 내굴길(연기가 굴뚝 쪽으로 나아가는 길)을 어디쯤에 얼마 크기로 해야 하나. 그림에 대략적인 구조만 나와 있지 가로, 세로, 높이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내 몸에 남은 하나의 업(業)

보통 전통 구들의 경우, 아궁이 바닥이 마당보다 낮다. 그렇다 보니 장마 때면 아궁이 바닥에 물이 고이기도 하고, 평소에도 눅눅하다. 불을 사랑하자면 불이 싫어하는 걸 막아주어야 한다. 불은 찬 것과 습한 걸 아주 싫어한다. 고민하다가 아궁이 바닥을 마당보다 10cm 정도 높게 했다. 대신 아궁이 바닥에 동판을 깔아 단열처리를 단단히 했다.

그 다음은 내굴길 구멍 내기. 이 높이도 사람마다 제각기 다르다. 크게 두 종류다. 먼저 고래 바닥보다 아래에 둔다는 주장. 그럼 고래 열기가 오래 저장되는 효과는 있겠다. 하지만 궂은 날은 연기가 굴뚝으로 잘 안 나가고, 아궁이 밖으로 내쳐지기 쉽다. 또 하나는 내굴길을 고래 바닥보다 높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흔히 말하는 ‘굴뚝효과’로 당연히 불은 잘 든다. 하지만 이 경우는 열 손실이 많고 땔감이 헤플 것 같다. 고민하다가 두 가지를 절충했다. 그러니까 내굴길 윗부분을 고래 바닥보다 조금 높게 하고 구멍을 크게 했다. 나중에 벽을 깨기는 어려워도 큰 구멍을 메우기는 쉽기 때문이다.



이제 함실(아랫목 바로 아래 불이 활활 타오르는 곳)과 부넘기를 만들고 구들돌을 덮어가야 한다. 여기서도 오래 뜸을 들였다. 그림이 머릿속에서 뱅뱅 돌기만 할 뿐 손발이 나가지 못했다. 불 때기 좋으면서도 열효율을 극대화하자면 함실을 얼마 크기로 해야 하나. 높이는 얼마까지 올라가야 방바닥 마감이 순조로울까.

부넘기 역시 고민이다. 열기가 방으로 골고루 퍼지게 하자면 불구멍을 어디에다가 틔우고 어디를 막아야 하나. 또 그 구멍이 목처럼 좁아야 한다는 데 그 기준이 뭘까. 여기서 흔히 벤투리 효과를 이야기한다. 유체는 넓은 곳에서 좁은 곳을 지나면서 이동 속도가 빨라진다는 이론이다. 이론은 구체적이지 않으면 현장에 적용하는 데 소용없다. 방 크기와 아궁이 그리고 부넘기와 비례 관계를 학문적으로 정리해둔 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부분에서는 물리학자의 연구가 있으면 좋겠다. 혼자 주먹구구식으로 하자니 자나깨나 구들 생각이다.

그러다 몸에 뾰루지가 났다. 손등과 팔뚝 그리고 정강이 둘레에 좁쌀만한 종기가 돋았다. 머리에 가득 찬 생각을 손발로 풀어내지 않으면 몸 안에 독소가 되는 모양이다. 그만큼 구들 생각만 했다. 생각을 덜 하자고 해도 이게 내 마음대로 잘 안 된다. 자꾸 구들 생각이 난다. 연인을 지극히 짝사랑하는 꼴이라고 할까.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구들을 놓아본 경험이 없기에 몸이 구들에 반응하는 현상일 수 있다. 어쩌면 지금 겪고 있는 피부 발진은 내 몸에 남아 있는 하나의 ‘업(業)’이 아닐까 싶다. 구들 놓는 게 어느 정도 몸에 밴다면 구들 생각이 이토록 많이 나진 않을 것이다. 이 기회에 내 몸에 남아 있는 업 하나를 구들불과 함께 불사르고 싶었다. 방을 이리 보고 저리 보다가 눈을 감고 불길을 떠올리면서 명상을 했다. 내가 불이라면 어디로 먼저 갈 것인가. 어디가 빈 구석인가.

‘고단한 몸과 마음을 풀어주겠지?’

구들 관련 사진을 보니 대충 20cm 간격으로 구멍이 나 있다. 이를 본받되 나만의 방식을 취했다. 아궁이가 방 중앙에서 마루방 쪽으로 쏠려 있으니까 불이 넉넉히 갔으면 하는 곳은 넓게, 좀 적게 가는 게 좋겠다 싶은 부분은 좁게 했다. 그리고 부넘기 한가운데는 오히려 막았다. 안 그러면 불길이 방 가운데로 곧장 빠져나갈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가운데를 막아 줌으로써 불길이 부넘기를 넘을 때 옆으로 골고루 퍼지지 않을까.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면서 뜸을 들이다 보니 한두 시간이면 될 일을 하루 종일 했다.

그 다음 이맛돌을 올렸다. 이맛돌은 워낙 크고 무겁기에 돌 한쪽은 땅바닥에 닿게 하고, 위를 굴리듯 구들방으로 끌고 왔다. 온힘으로 얹었다. 헉! 돌이 너무 두껍다. 구들장 높이가 방바닥 초벌 바르기를 할 높이만큼 올라와 있다. 이맛돌을 자로 재어보니 두꺼운 곳은 12cm다. 그대로 했다가는 방바닥이 얇아져 장판도 타고 사람도 타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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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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