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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기자가 만난 사람

사법 사상 첫 현직 인터뷰 이용훈 대법원장

“지금 국민의 바람은 ‘판사 앞에서 말 좀 하게 해달라’는 것”

  •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 위원 hthwang@donga.com / 사진·김성남 기자

사법 사상 첫 현직 인터뷰 이용훈 대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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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사상 첫 현직 인터뷰 이용훈 대법원장

6년 전 대법원장이 됐으면 국민의 소리를 들을 기회가 없었겠죠. 법원 내부의 시각에서만 법원을 바라보다 끝나지 않았을까 싶어요. 내가 판사들에게 바꾸자고 동기 부여하는 모든 것은 밖에서 법원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출발한 것이죠.

아까 법원행정처 법관들하고 점심을 함께하면서 ‘그동안 사법개혁이라고 해온 것들은 전부 법원과 판사들을 위한 것이었다’고 했어요. 국민이 법원에 무엇을 해달라고 했을 때 우리가 그것을 이해하고 친절하게 해주는 것이 첫째입니다. 다음으로 재판이 공평무사해야죠.

나는 판사들이 대한민국에서 제일 머리 좋은 사람들이고 대한민국 공무원 중에서 제일 청렴한 집단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지수는 낮습니다. 우리가 생각만 바꾸면 법원을 잘 개혁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대법원장은 2000년 윤영철 변호사와 함께 헌법재판소장 물망에 오르내렸으나 그때도 비켜갔다. 김 전 대통령에게 서운한 감정을 품었을 법도 한데 그는 2005년 12월8일 DJ의 노벨상 수상 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건배사를 했다. 전직 대통령이라고는 하지만 대법원장이 이런 행사에 참석해 6·15 정상회담을 평가하는 건배사를 한 것도 이례적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에 갈 때 저도 우려했습니다. 그런데 6·15 정상회담의 결과로 이산가족이 만나고 금강산이 열렸습니다. 개성공단에 한국 기업이 진출했고 백두산도 곧 열리게 됩니다. 김 대통령과 6·15 정상회담은 국민의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박시환 대법관의 경우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반대하는 바람에 다른 두 대법관에 비해 어렵게 임명동의안이 통과됐습니다.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2006년 7월 새로 임명될 대법관의 ‘코드 인사’를 막기 위해 경고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더군요. 대법관 제청의 기준은 무엇입니까.



“대법원은 지역, 출신학교, 연령이 다양해야 합니다. 40대, 50대, 60대가 사회를 보는 시각이 다 다르거든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법리 원칙을 제시하려면 최소한 그런 세대를 다 포괄할 수 있어야 하지요. 김영란 대법관이 갓 쉰이 됐다던가요? 그래서 40대인 김지형 대법관을 제청했지요. 2006년에도 똑같은 원칙에 의해서 할 것이지만, 그렇다고 40대만 너무 많아도 곤란하지요. 일부는 학계에서도 들어와야지요. 어떤 사람들은 검찰 출신은 필요 없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지 않아요. 법 해석의 최고 원리를 국민에게 제시하려면 검찰의 생각도 중요합니다. 모든 것이 다 포괄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법원 내부의 몫이 얼마가 될지는 잘 생각해봐야죠.

지금까지는 기수 순으로 내려가는 식으로 대법관을 선발했죠. 대법원이 고등법원 판결에 대한 사후 심사적 기능만 한다면 그런 방식이 괜찮을 거예요. 하지만 대법원이 정책법원이 돼서 법리해석의 원칙을 국민 앞에 세우는 기관이 되려면 시니어 법관들만 선발해선 안 되겠지요.

대법관에게 필요한 자질은 첫째 전문적인 법률지식, 둘째 합리적 판단력, 셋째 인품입니다. 청렴하고 도덕적으로 흠이 없는 사람들이 선발돼야겠죠. 덧붙여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대법원에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탄핵사건 대리인은 공부의 기회

이용훈 대법원장은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위원회’ 위원 3명(안경환 서울대 법대 교수, 박보영·오진환 변호사)을 지명했다.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임명 사례에 견주어 비교적 균형감각을 갖춘 인물을 선정했다는 평이 나온다. 대법원장은 중앙선거관리위, 국가인권위, 국가청렴위, 친일진상규명위 위원을 각 3명씩 추천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우리 사회 일각에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법치주의라는 헌법적 가치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세력이 있습니다. 작금의 현실과 관련해 어떤 원칙을 갖고 위원을 추천할 생각입니까.

“사법부를 대표하는 대법원장에게 지명권을 준 이유는 법치주의 근간인 사법부의 시각을 대변해달라는 뜻 아니겠어요? 원칙적으로는 법원의 주류적 생각을 반영할 수 있는 사람을 추천하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대법원장한테 추천권을 줄 필요가 뭐가 있겠어요.”

-대법원장 6년 임기 중 2년5개월은 노무현 대통령과, 3년7개월은 후임 대통령과 보내게 됐습니다. 헌법으로 대법원장과 대법원 판사의 임기를 보장한 것에는 임명권자로부터 독립을 보장하려는 뜻이 담겨 있는데요.

“법원이 정치의 영향을 받는 시대는 지난 것 같아요.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관계에선 걱정할 것이 없다고 생각해요. 대법원장이 된 지 두 달이 훨씬 넘었는데 재판에 관해 정치 쪽으로부터 한번도 얘기 들어본 적이 없어요. 대법관 제청 과정에서는 약간의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 대법원장의 할 일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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