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일민 미래국가전략 최고위과정 지상중계③

김명곤 국립중앙극장장의 ‘한한류(寒韓流)론’

“춘향가는 안숙선이 부르고,돈은 프랑스 감독이 벌고…”

  • 김명곤 국립중앙극장 극장장

김명곤 국립중앙극장장의 ‘한한류(寒韓流)론’

4/7
한 가지 사례만 더 들어보자. 중국이 추진하는 동북공정(東北工程)에 대한 얘기다. 동북공정은 중국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 역사로 만들기 위해 2002년부터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동북쪽 변경(邊境)지역의 역사에 관한 프로젝트다. 그런데 비단 동북공정뿐 아니라 ‘서북공정’ ‘북부공정’ 등이 사방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중원공정’이다. 이 공정의 핵심 산업이 ‘신화공정(神話工程)’인데, 중국 정부는 여기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신화공정은 중국 고대 신화에서 중국을 건국한 3황5제(三皇五帝)를 복원하는 사업이다. 3황은 황제, 염제(신농씨), 복희씨인데, 이들은 모두 우리나라 옛 판소리에 등장하는 중국 신화 속의 인물이다. 이 공정의 핵심 목표는 신화 속 인물을 역사화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황제씨(黃帝氏)’다.

황제씨와 치우천황의 대결

이런 작업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중국의 역사는 5000년이라고 하는데, 황제가 역사적 인물로 등장하면 1만년 역사로 확대된다. 그러다 보면 중국의 주변 국가는 전부 중국 역사에 귀속된다.

황제씨의 역사화 작업에서 중국이 가장 고민하는 인물이 ‘치우’다. 전설에 따르면 그는 염제씨를 보좌하는 장군으로 나온다. 염제씨는 황제씨와 싸워 패하자 남쪽으로 쫓겨 내려가 베트남 민족의 조상으로 등장한다. 치우는 염제씨에게 다시 한 번 황제씨와 싸우자고 건의했으나 염제씨가 이를 거부한다. 이에 치우가 홀로 황제씨와 전쟁을 벌이는데, 이것이 중국 고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전쟁이다.



중국 신화에 따르면 황제씨와 치우가 수십번 전쟁을 했으나 결국 황제씨가 승리했고, 치우가 죽은 자리에 붉은 안개가 치솟았다.

치우는 우리나라 신화를 통해 다시 부각됐다. 월드컵 때 붉은악마들이 치우의 형상을 마스코트로 삼은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고대사를 다룬 ‘한단고기’는 역사학계에서 이서(異書)로 취급되는데, 여기에 치우가 등장한다. 단군은 이 책의 가장 끝에 나오는 인물이고 단군 위의 환웅 시대, 환인(한인) 시대가 역사적인 시대의 왕조로 기술되어 있다. 환인은 7대, 환웅은 17대, 단군은 42대 마지막 왕검이다. 이 책에 따르면 우리의 역사는 1만6000년이 되고 선조의 영토는 중국 전반에 걸쳐 있다.

1990년대 초반에 이 책이 발간되면서 젊은이들 사이에 민족주의 열풍이 일었다. 이 책에 따르면 환웅시대 14대 임금인 ‘자오지 환웅’이 중국의 황제라는 인물과 싸워 수십 차례나 그를 물리쳤고 황제는 멀리 도망갔다. 장수, 천수를 누린 이 환웅이 ‘치우천왕’이다.

중국 신화에서 치우는 패배했지만, 우리 신화에서는 치우가 이겼다. 중국에선 치우를 황제가 지배한 세계에 등장한 반란군으로 묘사했다. 이 같은 묘사에 반발한 우리 젊은이들이 “치우천왕을 복원하자”며 응원단의 마스코트로 썼고, 치우천왕을 그린 만화와 판타지 소설이 등장한 것이다.

신화는 문화자원의 보고

말도 안 되는 신화가 왜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전통이 미래이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싶다. 신화야말로 핵심 전통이다. 그리스 문화는 그리스 로마 신화, 독일 문화는 게르만 신화, 중국 문화는 중국 신화로부터 시작한다. 신화에는 그 나라의 역사, 문화, 철학, 예술 등 모든 것이 농축돼 있다. 이런 이유로 나라마다 자기네 신화를 통해 민족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확립하려 노력한다. 만일 중국의 신화공정이 마무리되면 베트남 신화, 티베트 신화, 몽골 신화가 모두 중국 신화에 복속된다. 주변국의 신을 자기네 중원의 부속 신으로 만들려는 속셈이다. 이것이 지금 중국에서 어마어마한 작전으로 진행되고 있다.

요즘 ‘신화 전쟁’ ‘신화 마케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관심은 엄청나다.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를 위시해 ‘트로이’와 같은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판타지 소설은 전부 신화를 소재로 한다. 젊은이에게 신화는 옛이야기가 아니다. 신화 속에 등장하는 여신이나 전사들이 젊은이의 삶 속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앞으로 문화산업에서 신화는 자원의 보고(寶庫)가 될 것이다. 이런 이유로 각 나라가 고유한 신화를 확장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이웃나라와 신화의 정통성을 놓고 싸우는 ‘신들의 전쟁’을 벌일 것이다. 이미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그러면 우리나라 신은 어디에 있는가. 너무나 초라한 변방에 있다. 신화를 복원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의 전통을 미래로 연결할 수 있을까. 앞날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에너지로 삼을 수 있을까. 나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유랑민의 성격을 띤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앞서 얘기했듯 정착민의 태도에서 벗어나 유랑민의 사고(思考)를 가진 인물을 키워야 한다. 자크 아탈리는 한국이 인터넷 이용률 세계 1위라는 사실을 들면서 “앞으로 한국에서 유랑민적 인재가 많이 배출돼 한국 사회를 이끌 것이며 나아가 세계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넷을 이용한다는 것은 정보의 바다를 떠돌아다니는 행위다. 이 때문에 그는 한국에 유랑민적 감각과 사고를 지닌 인재가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4/7
김명곤 국립중앙극장 극장장
목록 닫기

김명곤 국립중앙극장장의 ‘한한류(寒韓流)론’

댓글 창 닫기

2022/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