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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부모보다 바쁜 초등학생 부모

퇴근 후 밤샘 숙제 도우미,주말엔 품앗이 일일교사

  • 장옥경 자유기고가 writerjan@hanmail.net

고3 부모보다 바쁜 초등학생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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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 도우미 사이트’에 SOS

“이번 주에 큰아이가 사회시간에 ‘우리 고장의 전통문화를 배운다’고 하면 각 고장의 민속놀이가 뭔지, 문화축제는 무엇이 있는지 인터넷을 뒤져 프린트해놓고 구립도서관에 가서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을 빌려옵니다. 그러면 아이가 학교 갔다와서 학원에 가기 전까지 제가 빌려다준 책을 읽습니다.”

둘째아이가 ‘슬기로운 생활’ 시간에 ‘주렁주렁 가을동산’에 대해 배운다면 ‘한국의 자연탐험’이나, ‘자연의 신비’ 같은 책을 찾아 읽게 만든다. 그러자니 그는 하루나 이틀에 한 번꼴로 도서관을 찾는다. 도서관 사서는 이웃집 아줌마보다 더 자주 보는 사람이 됐다.

아이들과 함께 가서 책을 골라오면 좋겠지만, 주중에 아이들은 도서관에 갈 시간이 없다. 정씨는 자녀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아이의 학습 목표를 ‘영어, 수학 마스터’에 뒀다. 두 아이가 6학년을 마칠 때까지 귀가 뚫려 웬만한 영어 문장은 들을 수 있게 하고 수학 경시대회 입상 경력도 쌓아 특목고 진학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려고 한다.

그래서 자녀를 기본적으로 영어, 수학 학원에 보내고, 보조적으로 집에서 영어 동화책을 읽히고 수학 학습지를 풀린다. 학원 수업과 학습지가 가진 장단점을 보완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두 아이는 하교 후 매일 영어와 수학 두 과목만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르다. 그래서 나머지 과목은 엄마가 알아서 자료를 준비하고 숙제를 챙기는 것이다. 만들기 숙제 같은 것은 능력이 못 미치다 보니 ‘숙제 도우미 사이트’를 찾아 도움을 청한다. 때로는 주변의 미술 전공 대학생에게 부탁하기도 한다. 돈은 좀 들지만, 숙제를 확실하게 잘 해가서 교사나 친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아이 공부를 돕는 데는 남편이라고 예외가 아닙니다. 남편도 퇴근해서 돌아오면 아이들과 함께 둘러앉아 영어 동화 테이프를 듣고, 큰 소리로 영어책 읽기를 합니다. 아빠가 옆에서 공부를 봐주면 아이들이 더욱 신나서 열심히 공부합니다.”

정씨는 두 아이 사교육비로 월 100여 만원을 쓴다. 그래도 자녀를 외국에 보내 가족이 떨어져 사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초등학생 부모가 바쁜 가장 큰 이유는 아이 혼자서 해결하지 못하는 숙제가 많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직장인 이모(38)씨는 “7차 교육과정으로 바뀌고 나서부터 아이들 교육에 어려움이 많다”고 하소연한다.

‘워킹맘’의 삼중고

21세기의 세계화, 정보화, 다양화 추세에 발맞춰 인재육성을 위한 수준별 교육과정이 도입된 것은 좋은데, 보충·심화학습이 늘고 체험학습의 비중이 높아져 대다수의 과제물이 아이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 게다가 토요 자율학습의 날이 확대되면서 부모가 모든 일을 제치고 아이와 현장학습에 나서야 하는데, 부부가 토요일에도 일해야 하는 경우엔 난감한 상황이 벌어진다고 한다.

“주5일 근무제가 됐다지만, 토요일에 쉬기 위해서는 주중의 업무량이 폭주합니다. 공무원이 아니고서야 자리 보전에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 직장인은 없지요.”

야근하고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자마자 아이 숙제를 봐줘야 한다. ‘가족신문 만들기’ ‘환경신문 만들기’ ‘식물의 생장 연구관찰 보고서 작성’ 같은 숙제라 도와주기가 결코 만만치 않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엄마도 막막할 정도라고 한다. ‘우리 동네 모형도 만들기’ 숙제를 받아왔을 때는 야심한 시각에 대형 도화지를 사고 크고 작은 상자를 구하느라 법석을 떨었다. 잠은 부족하고 신경 쓸 일은 많다 보니 위궤양이 생길 정도다. 수준별 교육으로 학생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창의력을 키운다는 교육 취지가 본의 아니게 맞벌이 엄마를 더욱 피곤한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씨처럼 전업주부가 아닌 ‘워킹맘’들은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데 이중고, 삼중고를 겪는다. 직장일과 집안일을 병행하면서, 이웃 학부모들에게 ‘왕따’ 당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워킹맘 임모(38)씨는 ‘학부모 네트워킹’에 열을 올린다. 맞벌이 엄마는 전업주부에 비해 정보면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어 주기적으로 아이 친구 엄마들을 집이나 음식점으로 초대해 못 들은 정보를 듣고 공부 방법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엄마들이 그룹화되어 있어요. 정보가 있어도 그 안에서만 교류해요. 특목고 진학을 목표로 한다면 중학교에 들어가기 3년 전쯤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특목고는 학교마다 문제 유형이 달라요. 여기에 대한 훈련이 돼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폭넓은 정보 수집이 필수적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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