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폭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문신이 운동선수와 연예인, 일반인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운동선수, 연예인, 그리고 일반인으로까지 고객층이 넓어지고 있지만 타투 아티스트의 주요 고객은 여전히 조폭이다. 그들은 소속감 때문에 문신을 하기도 하지만, 타인을 위협하는 수단으로 문신을 이용하기도 한다. 흔히 조폭들은 조직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는 의식으로 문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진씨에 따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벌벌 떠는 조폭
“조직에는 막내들이 모여 먹고 자는 숙소가 있는데, 대개 그곳에서 단체로 문신을 하죠. 하지만 누구나 해야 하는 강제사항은 아니에요. 윗사람들의 문신을 보고 멋있다고 생각해 따라 하기도 하고, 장난삼아 하기도 하죠. 그들도 알고 보면 단순하고 순수한 면이 있어요. 한창 몰입해서 작업하고 있는데 ‘어디 한번 보자’면서 자꾸 뒤돌아 작업을 중단시키기도 하고, 벌떡 일어나 거울을 보러 가기도 해요. 겁이 나 다리를 덜덜 떨기도 하죠.”
진씨는 축구선수 안정환이 조폭에 집중돼 있던 문신 고객층을 일반인으로 확대시킨 주인공이라고 말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반지에 키스하는 골 세리머니를 선보인 안정환이 2003년 한일전에서 또 한 번 색다른 골 세리머니를 해서 화제가 됐어요. 웃통을 벗어 양 어깨에 새겨진 문신을 보여준 것이죠. ‘혜원 러브 포에버’라며 아내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영문으로 새긴 것과 십자가 문신이었는데, 그 뒤로 문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어요. 그 즈음 문신 상담 전화를 하루 30통도 넘게 받았어요. 부부나 연인끼리 찾아와서 안정환 선수처럼 문신을 해달라고 한 적도 있고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패션 문신이 빠르게 확산된 것도 그 무렵입니다.”
무시무시하기만 하던 문신이 사랑스러워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안정환이 증명한 셈이다.
“안정환 선수의 골 세리머니 시점을 기준으로 그전까지는 고객의 70%가 조폭이고 나머지 30%가 일반인이던 반면, 그 뒤로는 비율이 50 대 50 정도 돼요. 조폭 중엔 다른 데서 문신을 새긴 게 잘못돼서 그 위에 다른 문신을 덧입히려는 ‘커버업’ 손님이 많고, 일반인 중에는 헬스클럽 사장이나 유흥업소 웨이터가 많아요.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의 패션 리더라고 할 만한 젊은이들도 자주 찾는데, 남녀 비율은 6 대 4 정도로 남자가 조금 더 많은 편이죠. 흔치는 않지만 고객 중엔 청와대 경호원이나 공무원도 있었습니다.”
애정의 증표
최근엔 배우 성현아씨와 사진작가 강영호씨가 연인 사이임을 공표하면서 각각 허리와 왼쪽 팔뚝에 천사 날개 문신이 반쪽씩 새겨져 있다고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요즘은 연인이나 부부가 사랑의 증표로 문신을 새기러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커플링을 나누어 끼듯 각각의 몸에 똑같은 문양의 문신을 하거나, 하나의 그림을 반으로 나누어 반쪽씩 새기는 것. 서로의 이니셜을 몸에 새겨 사랑을 증명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남녀간의 정을 확인하기 위한 문신은 조선시대에도 은밀하게 시행되고 있었던 듯하다. 조현설 교수는 ‘문신의 역사’에서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성종 11년에 어을우동이라는 여자가 정이 두터운 남자들의 팔뚝이나 등에 문신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했다.
패션 문신 유행을 가수·영화배우·운동선수 같은 대중 스타가 주도한 터라 문신을 처음 시도하는 사람들 중 다수가 스타의 문신과 똑같은 것을 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진씨는 “다른 사람의 문신을 그대로 따라 하거나 유행을 좇는 것보다는 자신과 관련이 있고, 남다른 의미가 있는 것으로 하라”고 권한다.
“요즘은 여성들에게 꽃이나 나비, 벌, 천사의 날개가 인기가 좋고, 남성들 사이에는 독수리, 용, 잉어, 호랑이, 벌이 유행이죠. 가끔은 인터넷에서 예쁜 그림을 골라와 똑같이 해달라는 사람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