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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시론

승자에게는 파티를, 패자에게는 쉼터를!

‘성장통’앓는 한국 경제,‘제3의 길’은 있다

  • 정덕구 열린우리당 의원, 전 산업자원부 장관

승자에게는 파티를, 패자에게는 쉼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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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참여정부’의 역사적 소명이라 할 만한, ‘구질서에 대한 창조적 파괴’가 진행되면서 이 같은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기존 지도층의 지각변동 때문이다. ‘창조적 파괴’를 통해 ‘참여정부’는 사회자본의 핵심 요소인 투명성을 높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신뢰 기반은 오히려 악화되어 과도기적으로 반목과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 한 마디로 투명성 경쟁이 치열해졌고,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신뢰의 위기가 드리워지고 있다.

신뢰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의 경제발전 과정을 역사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짧은 기간에 경제발전에 성공하면서 우리는 전근대, 근대, 탈근대가 공존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 경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는 시각이 완전히 정리되지 못한 상태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여러 시각이 공존하며, 이 같은 시각차가 우리 경제에 암적 요소라 할 불신의 싹을 틔우고 있다.

패퇴한 중산층 회복 시급하다

우리 경제를 한 단계 올려 선진국에 진입하려면 무엇보다 신뢰기반을 공고히 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러려면 불신에 대한 근원적인 처방이 있어야 한다. 상호불신은 외환위기 이후 사회적 완충 세력인 중산층이 약화되고 붕괴되는 과정에서 두드러졌다. 따라서 우리 경제·사회의 활력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의 중심세력인 중산층을 복원하는 일이 시급하다.

중산층 복원의 길은 무엇인가. 외환위기 이후 중산층은 고용시장에서 퇴출됐고 외환위기 극복 이후에도 고용시장에 복귀하지 못했다. 그들은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고 소규모 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한 자영업 부문에 대거 진출했으나, 2003년 이후 내수경기 퇴조로 자영업 기반이 약해져 저소득층으로 전락했다. 이들을 중산층으로 복귀시키려면 고용이 확대돼야 하며 기업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이 선행돼야 한다. 양극화 해소의 출발점은 기업투자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데 반론이 있을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외환위기 이후의 경제문제를 단순히 경제 처방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된다. 기업부문과 금융부문의 건전성은 높아졌으나 급격한 사회변동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국인 특유의 혼(魂)과 기(氣), 끼, 그리고 자신감을 잃었다. 때문에 최근의 경제문제가 오로지 경제에 국한된 것인지, 아니면 사회문제를 포괄하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에게 주어진 복잡한 방정식을 풀려면 먼저 몇 가지 근본적인 의문점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앞으로 한국을 어떤 나라로 발전시켜야 하는가.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는 무엇인가. 그동안 우리가 일궈놓은 것은 무엇이며, 우리가 가진 장점은 무엇인가. 우리의 치명적 취약점과 태생적 한계는 무엇인가.

‘따뜻한 사회안전망’

이에 대해 사람마다 정당마다 연령층마다 큰 폭의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견해차는 반목과 질시로 뒤엉켜 사회와 경제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미래 한국의 경제·사회를 여는 제3의 길, 우리가 추구해야 할 공동의 가치는 시장경제와 사회안전망의 균형 있는 발전이다. 이는 한마디로 경쟁에서 이긴 승자(勝者)에게는 파티를, 그리고 패자(敗者)에게는 안전한 쉼터(shelter)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이런 가정을 해보자. ①벼랑 끝에 선 나무 위에 달려 있는 꿀을 따기 위해 곰 두 마리가 각축하고 있다 ②힘센 곰이 약한 곰을 밀치고 꿀을 따는 데 성공한다.

우리는 두 가지 경우를 상정할 수 있다. 첫째는 약한 곰이 혼자 떨어져 죽거나 힘센 곰의 다리를 잡아 같이 떨어져 죽는 경우. 둘째는 나무 밑에 사회안전망이라는 튼튼하고 잘 짜여진 그물을 쳐놓았기 때문에 경쟁에서 탈락한 곰이 안전하게 보호되고 스스로 기어올라가 재시합의 기회를 갖게 되는 경우. 우리는 둘째 경우의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가 몸담은 시장경제 체제는 경쟁에 의한 생존방식이 전제돼야 하며 경쟁의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사회 분위기가 필요하다. 경쟁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극대화해야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 경쟁은 불가피하게 승자와 패자를 낳는다. 그러나 승자와 패자 사이에 불필요한 갈등이 양산될 경우 시장경제 시스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승자와 패자 사이의 갈등은 최소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 승자에게는 보상을, 패자에게는 재시합에 나갈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경쟁의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정서와 관행이 상존한다. 경쟁의 결과로 나타나는 차별화에 대한 거부감과 저항의식이 강하다. 가뜩이나 시장 시스템이 불완전한 우리 사회에서 국민 정서를 이분법적 분열로 몰고가는 보·혁 논쟁은 이제 끝내야 한다. 그 자리에 ‘건강한 시장경제’와 ‘따뜻한 사회안전망’을 동시에 추구하는 한국형 제3의 길이라는 기본 철학을 정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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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구 열린우리당 의원, 전 산업자원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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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Opinion Leader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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