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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의 삶

삼원론 철학자 박재우

“새천년은 ‘뉴트로’의 시대, ‘근원 미소’ 가득한 ‘제로 세계’가 온다”

  • 김서령 칼럼니스트 psyche325@hanmail.net

삼원론 철학자 박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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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하면 그 사람이 바로 뉴트로적 인간이었어요. 호텔 주방에서 음식 맛을 담당하던 50세가량의 여인이었는데 서툴게 일하는 내게 어디서 왔느냐고 말을 걸어요.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이 미국땅은 원래 아시아에서 건너온 인디언들의 나라였다고 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왠지 가슴이 펴지고 야릇한 힘이 온몸을 감싸는 듯한 기분이 들면서 일이 즐거워지기 시작했어요.

나와 같은 접시닦이 중에 파키스탄에서 온 불평 많은 젊은이가 있었는데 그에게도 여인은 말을 걸어요. 자신은 남편과 사별하고 자식도 없이 혼자 산다면서 젊은 부인과 어린 두 아들이 있는 당신이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부를 가졌다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조용한 목소리로 간단히 했을 말일 뿐인데도 이후 파키스탄 젊은이의 태도는 달라졌어요. 자주 휘파람을 불었고 전에 없이 밝은 미소를 보였지요. 일의 능률이 부쩍 높아지고 돈도 모인다고 했어요.

자기 일을 하는 중에 표나지 않게 곁에 있는 사람들을 격려하고 마음의 방황과 고통을 어루만져주는 사람, 그런 이가 많아지는 사회가 바로 좋은 사회 아닐까요? 우리 인류는 점점 뉴트로적 인간이 되어가고 있어요. 앞으로 그런 뉴트로적 인간이 부쩍 늘어날 겁니다. 기원후 첫 천년이 헤테로였다면 두 번째 천년은 호모였고 바야흐로 우리가 맞는 세 번째 천년이 그 둘을 조화하는 뉴트로의 천년이거든요. 개인의 운명보다 시대가 더 큰 개념이니 이번 천 년엔 호모와 헤테로의 대립보다는 둘이 상생하고 협력하는 뉴트로적 사건이 훨씬 많이 생길 거예요. 종교, 인종, 국가의 대립도 대부분 사라지고 사람들의 인성 속에 호모나 헤테로 보다 뉴트로가 자리잡기 시작하는 천년의 문이 열린 겁니다.”

이렇게 희망적인 메시지가 있다니. 2006년 한 해 운세가 문제가 아니라 이번 천년 전체가 투쟁과 갈등이 아닌 화해와 용서의 시대가 되리라는 예언이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서로 돕고 양보하고 희망을 준다면 세상은 고해는커녕 천국이 될 거다. 그렇지만 ‘수많은 가치가 충동할 수밖에 없는 이 세상에 갈등이 없을 리가?’ 반신반의했더니 그런 생각 자체가 호모나 헤테로적 편견이라고 박 선생은 부드럽게 웃어 보인다. 그 미소에서 내가 플라톤의 공화국에 나오는 ‘동굴의 비유’를 연상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남자와 여자가 섞인 한 무리의 죄수가 동굴 안에 갇혔다. 그들은 발에 무거운 족쇄가 채워져 조금밖에 움직일 수 없었다. 죄수들끼리 짝 짓고 자식 낳는 것 은 허용됐으나 형량은 모두 종신형이었다. 처음에는 목숨을 걸고 저항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체념 속에서 그 운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어둠 속에서 눈이 쓸모없어진 죄수들은 보는 대신 더듬었다. 짝도 더듬어 찾았고 새끼들도 더듬어 낳았다. 물론 자식들을 낳을 때 사슬도 함께 낳았다. 눈은 퇴화되어 갔지만 손은 익숙하게 적응해갔다.’

우리는 다들 동굴에 갇힌 죄수처럼 호모와 헤테로의 세계에서 보지 못하는 채 그저 세상을 더듬기만 하는 게 아닐까. 동굴에서 벗어나려는 노력 자체를 포기한 채! 나아가서는 자신이 동굴에 갇혔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채!

박 선생은 실은 우리가 동굴 안에 갇혀 있으며 출구를 찾는 간단한 방법도 있다는 걸 알려주러 온 선지자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의심 많은 나는 쉽게 믿을 수 없었다. 모든 것을 본 듯한 편안하고 충만한 웃음 앞에 자꾸 고개를 흔들며 이원론에 익숙한 머리를 아프게 굴리는 수밖에.

“미소명상~ 미소명상~”

그럼 우린 어떻게 뉴트로의 세계에 도달하나. 그 접근법이 요 몇 해 박재우 선생의 주된 연구였다. 그건 어렵지 않다. 하도 간단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단순명료하다. 그 대답은 미소다. 스마일! 입을 열지 않고 다만 양 입귀를 위로 살짝 들어올리는 자연스러운 스마일이 바로 뉴트로 세계로 들어가는 열쇠라는 거다.

“입을 벌린 것은 헤테로이고 다문 것은 호모인데 양 입귀를 위로 살짝 들어올린 것이 뉴트로거든요.”

박 선생에게 새로운 계기는 늘 신비하게 찾아왔다. 삼원 원리를 책으로 펴낸 후 인도 북서부 자이푸르에 묵던 중 야생 공작새가 날아다니는 것을 발코니에서 내다보고 있었다. 그때 공중에서 “미소명상~ 미소명상~”이란 음성이 들려왔다. 명상은 이전에 따로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다만 바라나시에 갔을 때 부처가 명상하던 자리가 보존돼 있길래 거기 앉아 잠깐 명상자세를 취해본 경험뿐이었다. 하늘에서 오는 음성을 들은 후 바쁜 일정 중에서도 틈만 나면 미소명상에 대해 사유했다.

“그 소리를 들었을 때 내 안에서 미소가 솟았어요. 생전 처음 느껴보는 영원성을 간직한 듯한 미소였고 마음과 육체를 신선한 기운으로 감싸는 힘이 있었죠. 그 느낌을 도무지 잊을 수 없는 겁니다.”

그 생동하던 힘을 어떻게 이해할까. 세상에서 미소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미소명상이란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건가. 우연한 기회에 키프로스 섬에 가서 1300m 고지에 올라가게 되었다. 거기 소나무 두 그루가 서 있는 고요한 장소가 있었다. 그 아래 앉아 명상을 시작했다. 일찍이 찾아낸 삼원의 원리에 따라 진행된 명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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