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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기자의 공군 전투조종사 훈련 체험기

고도 2만5천피트에서 산소마스크 떼고 “구일은 구, 구이 십팔, 구삼은… 컥컥”

  • 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이은영 기자의 공군 전투조종사 훈련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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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기자의 공군 전투조종사 훈련 체험기

원주기지에 있는 공군 제8전투비행단 207전투비행대대 조종사들과 함께.

곤돌라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교관의 지시대로 기자의 다리 사이에 있는 스틱을 양손으로 힘껏 당기자 수초 만에 고속회전했다. 한 바퀴 도는 데 1.3초가 걸린다니 30초간 23바퀴를 돈 셈이다.

“으아아악-.”

곤돌라가 움직이는 순간 비명이 절로 나왔다. 온몸이 자석에 끌리듯 의자 뒤로 철썩 달라붙었고 전신이 돌덩이처럼 뻣뻣해졌다. 교관이 가르쳐준 특수호흡(L-1기법·폐가 아닌 복부근육으로 호흡)은 소용이 없었다.

눈앞이 깜깜해졌다. 고속회전 탓에 피가 뇌의 뒤쪽으로 몰려 시야가 컴컴해지는 ‘블랙아웃’ 상태에 빠져버린 것이다. 또 너무 어지럽고 무서워서 눈을 감아버렸더니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듯했고 앞이 온통 붉게 보였다. 피가 뇌의 앞쪽으로 몰려서 망막의 혈관이 팽창해 세상이 붉게 보이는 ‘레드아웃’ 상태가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결국 의식을 잃고 말았다. 두 번째 도전에야 겨우 통과해 부축을 받으며 곤돌라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을 만큼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고 좀처럼 공포감이 가시지 않았다. 심한 현기증으로 구토를 참을 수 없었다.



훈련에 동행한 이종섭 대위는 “조종사들은 (전투기가) 급기동할 때 다반사로 겪는 고통”이라며 “가속도 내성훈련은 조종사들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기 때문에 큰 스트레스”라고 했다.

항공생리훈련장 교관 박현경(공사52기) 중위는 가속도 내성훈련의 필요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비행시엔 중력 때문에 판단능력이 지상에 있을 때의 6분의 1로 떨어집니다. 또 피가 머리에서 완전히 빠져나가 의식을 잃을 수도 있어요. 의식상실 상태를 G-LOC(G-induced Loss of Consciousness)라고 합니다. 혈액이 아래로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특수호흡을 해야 해요. ‘윽’ 소리와 함께 아랫배에 복압을 형성해야 합니다. 또 근육 내 혈관을 최대한 수축시켜야 해요. 조종사들은 G-슈트를 착용합니다. G-슈트는 피가 하체로 몰리는 것을 막는 압박붕대가 되죠. 9G까지 견뎌야 하는 F-16 조종사들은 온몸에 실핏줄이 터져 붉은 반점이 생기는 게 다반사입니다.”

조종사가 전투기에 탑승할 때는 몸을 의자에 딱 붙이고 목을 자라목처럼 집어넣고 온몸에 힘을 줘야 한다. 전투기가 급기동을 하면 엄청난 속도와 압력으로 온몸의 근육에 힘이 들어간다. 또 내장과 허파 깊숙이 고통이 따른다.

비행할 때 창공에서 자세를 바로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투기 안에서는 중력 때문에 몸이 천근만근이 돼 목과 허리를 좀처럼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조종사들이 허리통증을 호소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간혹 영화에서 조종사가 비행 중 산소 마스크를 떼고 말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영화니까 가능한 일이다. 고공에서는 기압 차이 때문에 산소 마스크를 떼면 입을 움직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정확한 발음조차 불가능하다.

“꼬르륵.”(뱃속에서 나는 소리)

“피식.”(방귀 뀌는 소리)

저압실. 산소가 부족한 고공환경을 모의 훈련장비로 재현해놓은 곳이다. 저압실 체험은 조종사만 하는 게 아니다. 산소가 부족한 고공환경에서 근무하는 공중근무요원이라면 누구나 이곳에서 극복방법을 익혀야 한다. 기자는 육군 공중근무요원들과 함께 저압실 체험에 참여했다. 총 24명이 저압실에 탑승했는데 기자는 24번 훈련생이었다.

공포의 저압실 훈련

저압장비 해발 2만5000피트(7.6km) 상공으로 향했다. 저압탱크 안엔 수술용 장갑이 걸려 있었는데 1만피트(3km) 이상으로 올라가자 팽팽하게 부풀기 시작했다.

“자, 순서대로 산소 마스크를 벗어보세요.”(교관)

“푸우….”(훈련생의 거친 숨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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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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