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 웹 사이트 4500여 개

공항, 발전소 같은 사회기반시설은 사이버 테러의 표적이다. 지난해 11월7일 미국 마이애미 국제공항에서 폭탄테러 위협으로 승객들이 손을 머리 위로 올린 채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미 국무부의 테러분석가 데니스 플루친스키를 비롯한 미국의 테러 전문가들은 반미 지하드가 인터넷 웹사이트에 의존하는 이런 현상을 일컬어 ‘웹 유도 현상(Web-directed phenomenon)’이라고 규정한다. 9·11 이후 잇단 검속으로 힘이 빠진 알 카에다 지도부가 상징적인 지도력을 발휘하면서 전세계 반미 테러집단이 참여하는 ‘글로벌 지하드운동’을 이끄는 것은 웹 사이트가 있기에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움마(공동체)와 콸라흐(요새)
1996년 아프간 동부도시 잘랄라바드에서 빈 라덴을 인터뷰한 파키스탄 언론인 압델 바리 아트완의 기록에 따르면, 빈 라덴은 그 무렵 막 상용화하기 시작한 이동통신 전화기를 사용했고 그의 아들들은 컴퓨터 게임을 즐겼다. 빈 라덴과 그의 오른팔인 아이만 자와힐리(이집트 의사 출신)는 컴퓨터에 관한 한 이슬람 젊은이들에 비하면 구세대에 속한다. 두 사람은 비디오 카메라에다 그들의 메시지를 녹음한 다음, 그 테이프를 아랍계 위성방송사인 알 자지라에 전달한다. 이에 비해 반미 지하드 이념을 따르는 젊은 추종자들은 웹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그들의 메시지를 수백만 대중에게 순식간에 전한다.
부시 행정부는 9·11 이후 이슬람권의 반미감정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거액을 들여 아랍어 TV와 라디오 방송국을 운영하고 있다. 테러 연구자로 잘 알려진 부르스 호프만(미 랜드연구소 소장)은 “미국이 아랍어 TV와 라디오 방송을 더욱 확대하겠지만, 그들(테러집단과 이슬람 젊은이들)은 인터넷으로 필요한 모든 정보를 얻고 있다”고 했다. 사이버 공간에서 반미 지하드 투쟁의 새로운 피를 수혈한다는 것. 미 행정부로부터 이런 반미 사이버 공간의 움직임을 모니터하는 용역을 맡은 회사가 ‘인텔센터(Intel Center)’다. 워낙 전투적 웹사이트가 많고 이동이 잦아 그 움직임을 추적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국경과 민족을 뛰어넘는 웹 사이트의 특성은 오사마 빈 라덴이 9·11 이전부터 추구하던 이상, 다시 말해 ‘전세계적 이슬람 움마(ummah·공동체)’를 세우려 했던 점과 맞아떨어진다. 오늘날 사이버 공간은 알 카에다 세력에게 실질적인 은신처와 투쟁공간을 제공한다. 랜드연구소 호프만 소장은 “익명성과 침투력을 동시에 지닌 인터넷이야말로 오늘의 테러리스트에게는 이상적인 매개수단”이라고 규정한다.
반미 이슬람 젊은이들은 여러 웹 사이트의 토론방을 드나든다. 이는 대단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그들은 토론방에서 반미투쟁 메시지와 투쟁기술을 나눈다. 배너를 클릭하면 20~30개의 유사 사이트로 연결된다. 토론방 가운데 잘 알려진 것이 ‘콸라흐(요새)’다.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에 등록주소를 둔 콸라흐는 미 텍사스주 휴스턴의 인터넷 공급자로부터 서버를 받아 운영해왔다. 휴스턴 공급자의 상호는 ‘모든 이의 인터넷(Everyone’s Internet)’이다. 급진적 이슬람 사이트들은 이 회사 서버를 사용해 왔다.
언젠가 알 카에다 요원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는 이슬람 젊은이들은 콸라흐 토론방에 들어가면 이라크에서 인질의 머리가 잘리는 화면을 담은 동영상을 볼 수 있고, 9·11 테러범들에 대한 찬가를 들을 수도 있다. 이슬람의 경전인 코란에 근거를 두고 자살폭탄 테러를 합리화하는 기다란 글들도 실려 있다. 최신의 컴퓨터 해킹 기술을 담은 웹 사이트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FBI, “내일은 안심 못 한다”
미 국토안전부가 사이버 공간에 눈을 돌린 것은 2005년 하반기부터다. 그 첫 작업으로, 그해 9월 국토안전부 마이클 처토프 장관은 컴퓨터-전화통신 안보 담당 차관직이란 새로운 자리를 마련했다. 그리고 두 달 뒤인 2005년 11월 국토안전부는 ‘사이버 폭풍(Cyber Storm)’이라는 암호명 아래 대형 사이버 테러가 일어났을 때 미국 정부가 민간부분과의 공조 아래 적절히 대응하는가를 시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