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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김광화의 몸 공부, 마음 이야기 ⑪

잃어버린 내 리듬을 찾아 덩실덩실…아, 무한의 경지가 여기 있었네!

  • 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잃어버린 내 리듬을 찾아 덩실덩실…아, 무한의 경지가 여기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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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이가 하는 춤 명상을 직접 보니 아주 새롭다. 생각했던 춤과는 거리가 멀다. 춤이라고 하기에는 운동 같고, 운동이라고 하기에는 어떤 흐름과 리듬이 있다. 마치 강물이 흐르는 모습이라고 할까. 수많은 요가 동작이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그이의 몸짓은 마치 뼈가 없는 사람처럼 부드럽다.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하다. 그러다가도 강물이 폭포를 만난 양 격렬한 몸짓도 나온다.

그이는 몸으로 춤을 추면서 입으로는 강의를 이어간다. 박씨도 우울증으로 몸이 망가졌다가 춤을 통해 거듭났단다. 인도에서 명상하는 도중, 몸에서 저절로 춤이 터져나왔다고 했다. 그이는 춤을 추면서 엉망이던 몸뚱이가 어느덧 정상으로 돌아옴은 물론 몸이 갖는 신비로움을 깊이 체험하면서 이를 명상법으로 체계화하여 세상에 알리고자 나선 것이다. 나 또한 몸이 망가졌다가 다시 살아나면서 몸의 신비로움을 느끼고 있어 그의 이야기에 쉽게 공감했다. 춤 명상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렇다.

“Shall we dance?”

‘명상 상태로 들어가는 여러 가지 방법 중에 춤을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춤은 원래 우리의 삶이며 우리의 숨결이다. 축제 분위기에서 춤이 나오듯 자연스럽게 춤이 일어나도록 한다. 내면에서 살아 꿈틀거리는 몸짓을 끌어내어, 몸의 흐름에 내맡기며 그저 따라간다. 그러다 보면 춤을 춘다는 사실조차 잊고 춤 그 자체가 된다. 춤과 춤추는 이의 구분이 사라질 때 명상이 일어난다. 춤은 자연스럽고 손쉽게 명상상태로, 즉 자연으로 들어갈 수 있는 가장 멋진 문이다.’

이론은 그럴듯하지만 몸으로 익히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사실 내가 춤 명상을 배우는 이유는 내 몸을 돌아보자는 데 있다. 같은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몸이 굳어지기 쉽다. 농사가 자연에 가까운 일이지만 그 하나하나 몸짓은 사실 자연스러운 몸놀림에서 대부분 벗어나 있다. 삽질, 낫질, 모내기, 도끼질. 그 모두가 따지고 보면 자연스럽지 않은 몸놀림이다. 글을 쓸 때도 그렇다. 때로는 내 안에서 솟구치는 글쓰기가 아닌 끙끙대는 몸짓이 있다. 자연스러운 몸놀림을 벗어난 몸짓은 몸부림이기 쉽다.



농사를 짓다 보면 춤이 나오기도 한다. 들깨를 털 때도 춤이 나오고, 기장을 거둘 때도 춤이 나온다. 지난 가을걷이 때 그랬다. 마당에 말리던 기장 이삭을 털었다. 도리깨로 대충 두드렸지만 이삭에서 다 떨어지지 않은 열매들이 남았다. 도리깨보다 발로 문지르는 게 더 빠르겠다 싶어 기장 이삭을 한 움큼씩 바닥에 놓고 발로 비볐다. 한 발로 비비다가 두 발로 비볐다. 몸을 오른쪽 왼쪽으로 번갈아가며 틀어야 잘 비벼진다. 저절로 트위스트가 된다. 동글동글 작은 기장 낟알들이 볼 베어링 구실을 하는 것 같았다. 몸이 잘 미끄러졌다.

일이 춤이 될 수 있구나! 갑자기 의식이 확장된다. 일이 춤이 된다면 춤도 일이 될 수 있지 않겠나. 이제는 춤을 의식하며 기장을 비빈다. 리듬을 살려가며 비빈다. 발만 비비는 게 아니라 허리도 흔들흔들, 팔도 몸 따라 출렁출렁. 자세도 낮추고 덩실덩실.

시간이 지나자 힘이 든다. 아직도 털어야 할 기장이 많이 남았다. 혼자 하자니 춤도 재미가 없다. 아내를 찾는다.

“Shall we dance?”

아내는 이유도 묻지 않고 따라온다. 마당에 펼쳐진 앞뒤 정황을 보더니 바로 알아챈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를 빤히 안다. 둘이서 신나게 ‘기장 춤’을 추었다. 처음에는 바닥에 깔린 기장만 보고 흔든다. 그런데 춤이라 생각하면 이 자세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아내와 마주보았다. 웃음이 나온다.

어느새 기장은 안 보고 아내 몸놀림만 보며 흔든다. 그러다 아래를 보니 기장 낟알은 떨어지다 못해 노랗게 껍질이 벗겨진 것도 있다. 이삭은 하도 비벼 너덜너덜해졌다.

지난 12월초, 자연이가 3박4일 일정으로 춤 테라피를 배우러 가겠다고 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아이가 잘 배워와, 식구들에게 가르쳐주면 얼마나 좋겠나. 춤 테라피에서 보조강사를 하는 친구에게 우리 식구 네 사람 몫을 가르쳐달라고 했다. 자연이는 우리 식구 춤 선생이 되었다.

이번 겨울에는 눈이 자주 온다. 산골 겨울은 몸을 움츠리기 쉽다. 추우니까 늦게 일어나고 일찍 해가 지니까 일찍 집안에 갇힌다. 거기다가 눈보라까지 치면 낮에도 밖으로 나가기가 꺼려진다. 몸은 덜 움직이고 아무래도 책을 보거나 컴퓨터를 많이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몸의 활력은 떨어지고 생각만 많아진다.

분노를 털고, 귀를 씻고

움츠러드는 몸을 살리고자 춤을 춘다. 춤이 좋아 춤을 추고, 음악이 좋아 춤을 춘다. 글을 쓰다가도 막히면 춤을 춘다. 손님이 오면 손님과도 춘다. 집이 좁아도 어렵지 않다. 자기 몸짓을 풀어낼 틈새는 어디에나 있다. 식구가 함께 추기도 하지만 혼자 출 때도 있다. 단조로운 생활을 벗어나고자 추기도 하지만 분노를 털어버리고 싶을 때도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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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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