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연구원들을 대동하고 서울대 조사위원회 발표내용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황우석 교수.
그후 6년. 2005년 새해가 밝자 황 박사는 “백두산 호랑이를 복제해 민족혼을 떨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 무렵 국내 언론에서는 백두산 호랑이 복제 프로젝트를 ‘다음 목표는 극비’라는 제목으로 다뤘다. 또한 지난해 8월, 복제 개 ‘스너피’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서울대 수의학과 이병천 교수가 언론 인터뷰에서 “민족혼을 상징하는 백두산 호랑이는 복제해볼 가치가 있다”고 했다.
황 박사는 2003년, 호랑이 복제기술에 대해 재단법인 서울대 산학협력재단 명의로 뉴질랜드, 러시아, 호주에 특허출원했다. 이를 두고 호랑이 관련 특허에 따른 효용성이 전무한 나라에 특허출원한 것은 ‘실적 부풀리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외국에 호랑이 복제기술 특허출원
순천대 동물자원학과 공일근 교수는 “황 박사의 호랑이 복제기술 특허출원은 표현부터 과장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 교수는 “‘체세포 복제 호랑이 생산방법’이라는 표현은 올바르지 않다”며 “호랑이 피부에서 떼낸 체세포를 소 또는 고양이 등 다른 동물의 난자에 이식해 이종간 핵이식 수정란에 성공했을 뿐, 새끼호랑이를 생산하진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공 교수팀은 현재 전북도로부터 기술개발비 1억원을 지원받아 호랑이 복제를 시도하고 있다. 2004년 8월엔 체세포 복제기술로 고양이 6마리를 생산한 바 있다. 또한 시베리아산 호랑이의 체세포를 확보해 고양이와 호랑이 간 이종복제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황 박사의 ‘사이언스’ 논문조작이 사실로 밝혀진 후 ‘영롱이’부터 백두산 호랑이, 줄기세포에 이르기까지 그간의 모든 연구물이 ‘신화 만들기’를 위해 부풀려졌거나 조작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끊임없는 언론 플레이로 조명받은 ‘백두산 호랑이 복제 계획’이야말로, 먼저 성과를 조작해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이를 이용해 대대적인 지원을 이끌어낸 다음 비로소 연구를 진행하는, ‘황우석식 부실연구’의 전형이라 할 만하다.
최근 밝혀진 바로는, 황 박사는 북한 난치병 어린이 치료와 남북한 줄기세포 공동연구 명목으로 남북협력기금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아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황 박사의 북한 프로젝트에는 호랑이 복제 공동연구도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황 교수의 한 측근은 “방북 일정은 극도의 보안사항이었다”면서 “(황 박사가) 북한측에 백두산 호랑이와 여우, 늑대 등 토종 야생동물에 대한 공동복제 연구를 제안할 계획이었다”고 전했다. 남북은 지난해 7월, 제10차 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과학기술협력을 적극 추진하기 위해 과학기술실무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키로 했다. 황 교수와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은 남북과학기술협력의 대상이 바로 황 교수의 생명공학 연구라고 밝힌 바 있다.
백두산 호랑이 복제의 진실은 무엇일까. 과학기술계는 언론이 이종간 체세포 이식에 대해 뚜렷한 논문이나 증거가 없이 받아쓰기 수준으로 호랑이가 곧 복제될 듯이 보도했다고 지적한다.
백두산 호랑이 기사가 집중적으로 나오던 시기는 2000년대 초반. 민족혼을 대표하는 백두산 호랑이 복제계획 기사는 특종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더욱이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으로 남북관계도 좋았던 터라 백두산 호랑이에 대한 관심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황 박사가 백두산 호랑이 프로젝트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그가 백두산 호랑이 복제를 시도하기도 전에 이미 그로부터 “‘큰 건’이 준비되고 있다”고 귀띔받은 기자가 한두 명이 아니다. 북한에서 ‘백두산 호랑이를 복제해 달라’며 자신에게 그 일을 맡겼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서울대공원측의 설명은 다르다. 대공원 관계자에 따르면 백두산 호랑이 ‘낭림이’는 황 교수가 동물복제 전문가로 유명세를 탈 무렵인 1999년 1월 서울대공원에 반입됐다. 그런데 서울대공원은 1998년에 이미 평양중앙동물원과 동물교류를 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서울대공원 강형욱 홍보팀장은 “‘낭림이’는 호랑이 복제 목적으로 들여온 게 아니다”면서 남북한 동물교류계획에 대해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