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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정(調停)의 달인’ 김종대 판사의 ‘법과 삶’

“자식 앞에서 거짓말하는 간통 피고인을 어떻게 꾸짖을 수 있어요?”

  • 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조정(調停)의 달인’ 김종대 판사의 ‘법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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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調停)의 달인’ 김종대 판사의 ‘법과 삶’

1986년 단독 판사 시절의 김종대 법원장.

“정말 분통 터지는 일이죠. 이순신은 해군 제독으로서 나라를 구했어요. 그때는 국가의 위기가 국방의 위기였지만 지금은 경제 아닙니까. 경제를 부흥시키고 국민 생활의 질을 높이는 것이 나라를 구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 뜻에서 강연 중에 ‘황우석은 국부(國富)를 만들 수 있는 과학자’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사기였단 말입니다. 이순신은 절대 사기를 치지 않았어요.”

김 판사의 이순신 얘기가 계속됐다.

“원균은 큰 병력을 갖고도 일본한테 패했어요. 이순신은 남은 12척을 모아 한 달 뒤에 명랑에서 일본을 물리쳤어요. ‘이순신은 악조건 속에서도 이겼는데, 원균은 왜 졌나?’ 의문스러웠어요.”

-답을 얻었습니까.

“인품이었어요. 이순신의 리더십에서 배울 점이 있어요. (이순신의) 리더십은 성(誠), 정(正), 애(愛)에서 나왔어요. 특히 애가 없었다면 백의종군하지 못했을 겁니다.”



-이순신 연구는 언제부터 했습니까.

“군 법무관 시절에 정훈교육을 위해 이순신 책을 한 권 사서 읽다가 푹 빠져들었어요. 인품에 반한 거죠.”

-이순신의 어떤 면에서 특히 감동을 받았습니까.

“흔히 이순신을 ‘명신(名臣)’ ‘명장수’ ‘전쟁영웅’이라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는 온 나라가 힘을 모아준 가운데 적(敵)과 싸운 분이 아니거든요. 겨우 12척 남은 전함으로 싸웠어요. ‘열 배, 백 배 넘는 적과 싸우라’는 재임명 교서가 내려왔을 때 불평은커녕 ‘12척이나 있으니 괜찮다’고 담담하게 재임명을 받아들였어요. 세 차례 파직당하고 두 차례 백의종군하면서 원망하거나 남을 탓하지 않은 그의 마음에는 도(道)가 있었던 것 같아요. 요즘같이 어지러운 때일수록 중심을 잡아줄 이순신 같은 스승이 필요합니다.”

절대적 ‘옳다’ ‘그르다’는 없어

법관은 대개 민·형사 좌우 배석재판관, 민·형사 단독부 재판관, 고등법원 좌우 배석재판관, 대법원 재판연구관, 지방법원 부장판사, 고등법원 부장판사 등을 거친다. 초임 판사로부터 민·형사 1심 단독부 재판관이 되기까지 대도시의 경우엔 6~7년, 중소도시에서는 4~5년이 걸린다고 한다.

-주로 형사재판을 많이 하셨더군요.

“(형사재판은) 결론을 내리는 게 머리가 아파요. 민사재판은 기록을 보는 과정에서 답이 나오거든요. 형사재판은 집행유예와 실형, 또 실형을 내린다면 몇 년으로 할까 등 판사의 재량이니 끝까지 고민합니다. 새벽에도 고민하고 밥 먹다가도 생각해요. 화장실에서도 고민하고요. 특히 단독을 맡으면 너무 외로워요.”

-재판에서 당사자들은 누가 잘못했는지 다 알고 있는데, 판사가 고민하는군요.

“맞아요. 당사자들은 다 알지요. 죄 지은 사람을 앞에 두고 아무런 관계가 없는 판사가 판단해야 하는 난센스 제도가 바로 재판입니다.”

김 판사는 “판사도 이순신의 인품을 닮아야 한다”고 말했다. 판사가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아닐진대 이순신을 닮아야 한다는 말이 얼른 이해되지 않았다.

“판사의 고질 중 하나가 바로 과한 자부심입니다. 어느 조직보다 심한 편입니다. 판사의 권한이란 게 굉장하잖아요. 어떤 사람에게 ‘죽어라’고 할 수도 있고, 재산을 ‘저쪽에 줘라’ 혹은 ‘교도소에 들어가라’고 명령할 수 있잖아요. 그러니 판사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합니다. 그 밑바탕에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해요. 법정에서는 극단을 보잖아요. 양쪽이 ‘정의’의 탈을 쓰고 싸웁니다. 그들을 ‘나쁜 놈들…’ 하는 시선으로 봐선 안 됩니다. 우리 삶에 절대적으로 ‘옳다’ 혹은 ‘그르다’는 없어요. 시대의 선택일 뿐이지 ‘맞다’ ‘틀리다’가 없는 거죠”

-시비를 가려야 하는 판사가 철학적이고 추상적일 수 없잖습니까. 또 법정에서 판사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고요.

“조정을 해야지요. 조정 한번 잘하면 재판 100번 하는 것보다 나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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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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