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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현장취재

일본 흔든 한국 통일교, 한국 뚫은 일본 창가학회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일본 흔든 한국 통일교, 한국 뚫은 일본 창가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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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경환씨는 “이 음파는 니치렌 대성인이 산스크리트어 발음과 일본어 한자 발음을 융합하고 다시 변화를 줘서 만들어낸 우주본연의 리듬이다. 남묘호렌게쿄를 반복해서 창제하면 이 리듬을 타게 돼, 숨어 있던 생명력이 일어나 희망을 놓지 않고 도전해볼 마음이 생겨난다”라고 설명한다. 그는 이를 이렇게도 설명했다.

“무도를 연마하면 나도 모르게 ‘얍-얍’ 하고 기합을 넣게 된다. 반대로 기합을 지르다 보면 기운이 일어나는 것도 경험하게 된다. 판매회사 사원들이 목청 높여 ‘할 수 있다’ 등의 구호를 외치고 나가는 것도 소리를 냄으로써 힘을 얻는 경우에 해당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남묘호렌게쿄를 반복해서 부르면 긴장이 풀리면서 할 수 있다는 생명력이 일어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文證, 理證, 現證

생명력이 일어난다는 것은 원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구체적인 ‘기복(祈福)’ 행위를 하지 않았음에도 결과적으로는 복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원하는 것을 이뤘다는 행복감 때문에 SGI의 교세가 확장된 것은 아닌 듯하다. 차씨의 설명이다.

“종교가 일어나려면 그 종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이 무엇인지를 묘사해놓은 문서가 있어야 한다. 성경이나 불경처럼 깨달음을 정리해놓은 문서가 있어야 누구라도 깨달음이 무엇인지 검증해볼 수 있다. 이를 문서화된 증거라는 뜻에서 ‘문증(文證)’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석가모니가 열반하시기 전에 남기신 말을 적은 묘법연화경을 문증으로 삼는다.



두 번째는 그 깨달음이 과연 이치에 맞는 것인지를 보여주는 ‘이증(理證)’이 있어야 한다. 불교 용어로 말하면 인과관계가 맞아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SGI는 인과론을 내놓은 불교의 일파이므로 ‘업보’등을 통해 이증을 보일 수 있다.

세 번째는 문증과 이증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현증(現證)’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남묘호렌게쿄를 부르다 보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고 바라던 일이 이뤄지는 것을 경험해 왔는데, 바로 이것이 현증에 해당한다. 문증과 이증, 현증을 갖고 있기에 한국 SGI는 빠르게 성장해왔다.”

현증은 행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자가 참관한 행복좌담회도 회원들이 경험한 현증을 밝히는 자리였다. SGI 측은 이러한 현증을 대중 앞에서 밝히게 함으로써, ‘나도 행복한 현증을 경험할 수 있다’는 희망을 일으킨다. 이러한 현증 도미노가 토종 한국인으로 하여금 일본풍 불교라는 장벽을 건너뛸 수 있는 용기를 준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행복만 현증할 수 있느냐라는 의문이 생긴다. 현증이 보편적인 현상이라면 행복뿐만 아니라 불행도 현증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해 차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만유불성(萬有佛性)이라고, 불교에서는 만물이 다 불성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사람으로 한정해서 말하면 사람 속에는 부처 마음도 있고 아수라(불교에서 말하는 나쁜 신)의 마음도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많은 마음 중에 어느 것을 일으키느냐는 것인데, 이왕이면 좋은 것을 일으키자는 것이 SGI의 신조이다.

예를 들어 내가 당신에게 ‘야 새끼야’라고 욕하면 당신의 마음에서는 화가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선생은 참 멋진 분이군요’라고 하면 얼굴에 미소가 번질 것이다. 당신 마음속에는 화도 있고 미소를 띄우는 마음도 있는데, 내가 어떻게 부르느냐에 따라 그중 하나가 일어난다. 부처도 있고 아수라도 있는 사람 마음속에서 부처 마음만 일으키면 우리는 행복해진다. 모두가 행복해지면 바로 그것이 극락세계다. 극락은 죽어서 가는 것이 아니고 살아서 이뤄야 하는 세계다.”

三寶가 다르다

SGI에서는 석가모니는 정법 시대의 부처이고 니치렌은 말법 시대의 부처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SGI의 회원이 되면 일본인을 모셔야 한다는 문제에 봉착한다. 한일 간에는 역사적으로 일본이 한국을 여러 차례 침략한 바 있고 현재도 역사교과서 왜곡과 독도 영유권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인이 일본 불교의 성인을 따르는 것은 꺼림칙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한국 SGI 관계자는 “기독교가 이스라엘 땅에서 일어났다고 해서 한국 기독교가 이스라엘을 숭배하는 것인가. 불교가 인도 땅에서 일어났다고 해서 한국 불교가 인도의 것인가. 석가와 예수는 깨달음을 얻은 분이기에 국경을 넘어 인류의 존경을 받고 있다. 우리는 니치렌 대성인을 깨달은 사람으로 보기 때문에 존경한다. 그가 일본 사람이라는 것과 SGI가 일본에서 일어났다는 것은 우리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불교에서는 부처(佛)와 경전(法)과 스님(僧)을 3보(三寶)라고 해서 매우 소중히 여긴다.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는 통도사를 불보사찰, 8만대장경을 갖고 있는 해인사를 법보사찰, 16명의 국사(國師)를 배출한 송광사를 승보사찰이라고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SGI의 3보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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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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