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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표기방식, 문제 있다!

‘일본경제신문’을 왜 ‘니혼게이자이신문’이라 합니까?

  • 김수훈 재미교포

외국어 표기방식, 문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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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에는 일본 문화가 상당부문 침투해 있는 상황이라 별 혼란이 없었다. 문제는 광복 후에 생겼다. 일본 발음대로 표기하던 것을 ‘중승’이니 ‘폐원’이니 하니까 무슨 뜻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중승’은 ‘오키나와(中繩)’, ‘폐원’은 ‘히데하라(幣原)’ 전 일본 수상을 가리킨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어느새 다시 일본 발음대로 표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일본식 발음대로 표기하는 건, 당시 일본식 교육을 받은 우리나라 지식인들의 편의에 의해 정착됐다고 볼 수 있다.

이 점에서는 북한도 마찬가지다. 북한에선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호금도’라 부른다. 그러면서 일본 수상은 ‘고이즈미’라고 부른다. 기회 있을 때마다 ‘민족’을 내세우고 ‘주체’를 외치면서도 몸에 밴 식민지 근성의 잔재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어쨌든 그후 우리 정부의 한자(漢字) 폐지정책과 더불어 어느덧 일본식 발음대로 표기하는 관행이 일반화됐다.

그러다 일본어에만 특별한 관행을 적용하는 것에 모순을 느끼고, 중국어에 대해서도 중국식 발음으로 표기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현지 조선족들조차 ‘흑룡강’이라고 부르는 강을 왜 갑자기 ‘헤이룽장’이라고 해야 하나. 이것을 알아들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베트남엔 ‘나트랑’이 없다



이른바 ‘원어음 준수’라는 주장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지 보여주는 예를 하나만 들겠다. 베트남에 ‘Nhatrang’이라는 도시가 있다. 베트남전 당시 우리나라 군대가 주둔했던 곳이다. 우리는 영어 표기법을 따라 ‘나트랑’이라고 발음한다. 그러나 현지인들은 이곳을 ‘낫짱’이라고 부른다. 만약 우리나라 관계자들이 원음원칙에 충실하다면 우리나라와 전혀 무관한 곳도 아닌 그 도시를 왜 그 나라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남의 나라 발음으로 표기하는가.

결국 이 ‘원어음 원칙’이란 구세대에 깊이 박힌 일제 식민지 의식을 감추기 위한 구실이며, 여기에 중국 등 그밖의 나랏말은 들러리로 끌어들인 것이다. 이것이 국치(國恥)가 아니고 무엇인가. 이 관행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일제 식민지였다는 오점을 세계에 널리 알리며 살아가는 꼴이 될 것이다.

이것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비교적 최근에 시작된 중국어 원음 표기를 당장 개선해야 한다. 일본어 표기는 문제가 심각하지만,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만큼 혼란을 줄이기 위해 단계적으로, 그러나 조속히 개선해 나가야 한다.

필자는 일제 강점기에 교육받은 구세대라 순수 한글보다는 한자가 섞인 일본식 표기가 읽기에 훨씬 수월하다. 그런 까닭에 개인적으로는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이 편리하다.

그러나 그것은 정도(正道)가 아니다. 우리가 아무리 ‘마오쩌둥’이니 ‘덩샤오핑’이니 ‘후진타오’니 하고 불러본들 중국인들이 결코 우리 대통령을 ‘노무현’이라고 불러주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신동아 2006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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