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호

‘여대생 하모양 청부살해’ 경찰 수사기록

‘이해찬 골프 동행’ 류원기 회장, 경찰 5명 동원해 ‘납치·피살된 여대생’미행했다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6-03-27 10: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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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대생 하모양 청부살해’ 경찰 수사기록
    류원기 영남제분 회장은 3·1절 철도 파업 때 이해찬 전 총리와 골프를 함께 쳤다. 다른 기업인들도 있었다. 류 회장은 이 전 총리와 ‘이칠회’라는 사적 모임을 같이 하고 있으며 총리공관에 초빙돼 오찬을 한 적도 있다. 그는 이 전 총리에게 정치자금 400만원을 기부한 사실이 확인됐는데 이기우 전 교육인적자원부 차관도 “류 회장은 이 전 총리의 후원자”라고 말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류 회장은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이 전 총리가 교육부 장관으로 입각한 뒤(1998년 이후) 본격적으로 서로 알고 지내게 됐다고 한다.

    이 전 총리의 측근인 이기우 전 교육부 차관이 이사장을 지낸 한국교원공제회는 100억원대의 영남제분 주식을 매집하기도 했다. 류 회장과 이 전 총리가 골프를 친 날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영남제분에 가격 담합으로 35억1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 전날이었다. 공정위가 담합 혐의로 영남제분 부사장을 검찰에 고발한 것에 대해서도 일부 언론은 “류 회장이 고발대상이 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류 회장은 자사주 매각시 주가를 조작해 차익 200억원을 남긴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로 구속돼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한 바도 있다. 그의 전 부인은 여대생 청부 살인죄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데 최근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류 회장은 일부 언론에 “이 전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어떤 부탁도 한 적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리 전력이 있고 현재도 불법의혹으로 사법 처분을 받고 있는 류 회장과 이 총리의 잦은 교류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교원공제회 등 당국의 류 회장 도와주기 논란까지 일면서 이런 의혹은 더 확산됐다.

    세상을 놀라게 한 ‘잔혹 살인극’



    이런 가운데 류 회장이, 자신의 전 부인이 주범인 ‘여대생 하모양 청부 살인사건’에서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경찰의 비공개 수사 기록에 따르면 류 회장은 자신의 부인(당시는 이혼하기 전)이 하양을 청부 살해하기 전, 부인과 함께 현직 경찰관을 여럿 동원해 하양 주변을 미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행 사주를 받고 미행한 사실이 드러나자 해당 경찰관들은 옷을 벗는 중징계를 받았으나 미행을 부탁한 류 회장은 ‘미입건’ 처분됐다.

    2002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잔혹 살인극과 이번에 새롭게 드러난 류 회장에 대한 경찰수사 기록을 재구성해봤다.

    2002년 3월6일 오전 5시55분쯤 서울 강남. 모 여대 법대 4학년 하모(22)양은 자택을 나선 직후 괴한들에게 납치됐다. 이튿날까지 하양이 귀가하지 않자 가족들은 남자 두 명이 하양의 뒤를 밟는 모습이 담긴 지하 주차장 CCTV 필름을 경찰에 제출했다. 그러자 경찰은 수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실종 후 열흘이 지난 3월16일 오전 9시쯤 팔당대교 인근 검단산 자락에서 하양은 숨진 채 발견됐다. 윤모(44 · 류원기 회장 부인의 조카)씨 등 공범 2명은 공기총으로 지름 5mm의 탄환 6발을 하양의 머리에 쐈다. 처음의 1, 2발은 눈썹 위에 대고 발사됐다. 치명상을 입혔음에도 범인들은 4발을 더 쏜 것이다. 검단산에 오를 때까지 하양은 살아 있었다. 그의 왼쪽 팔은 세 조각으로 부러져 있었다. 심하게 반항한 듯했다.

    “살려달라 애원하지 않습디까?”

    하양을 살해한 범인들은 나중에 붙잡혔다. 고법 판사는 ‘킬러’를 직접 심문했다. 하양이 처참하게 희생된 살해 현장이 법정에서 생생히 재현됐다. 살인범 변론을 맡은 엄상익 변호사는 이날의 법정 상황을 최근 글로 남겼다. 그의 동의를 구해 이를 일부 게재한다.

    돋보기를 코에 걸친 재판장이 기록을 읽다가 킬러를 내려다보면서 담담하게 물었다.

    “여기 기록을 보니까 총알이 네 발이나 귀밑의 같은 곳을 관통했네?”

    프로급 살인인가를 확인하는 것이다. 재판장이 말을 계속했다.

    “이 정도면 총구를 머리에 들이대고 확인사살을 한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재판장이 킬러를 쏘아봤다.

    “아, 아닙니다. 1m이상 물러서서 고개를 돌리고 쐈습니다.”

    킬러도 뭔가 감지한 듯 완연히 당황하고 있었다. 아마추어라는 것이다.

    “안 보고 쐈는데도 그렇게 잘 쏘나?”

    재판장이 다시 물었다. 그 어조에는 빈정거림이 묻어 있었다.

    “처음 한 번은 그 여대생 얼굴을 보면서 총구를 겨냥했습니다. 그렇지만 두 발째부터는 보지 않고 쐈습니다.”

    첫 발은 이마를 관통해 총알이 뇌에 박혀 있었다. 방청석 구석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죽은 여대생의 아버지는 얼굴이 백짓장같이 창백해져 있었다.

    “죽은 여대생의 팔뼈가 세 동강이 나 있던데 왜 그랬지?”

    재판장이 물었다. 여대생은 죽기 직전에 극도의 고통을 겪었을 것이다.

    “잘 모르겠습니다.”

    킬러가 고개를 흔들며 부인했다.

    “둘러메고 산으로 올라가다가 집어던졌나? 그래서 팔뼈가 부러졌나?”

    재판장이 다그쳤다.

    “아닙니다. 죽이기 전 땅에 내려놓을 때조차 안 듯이 내려놨습니다요.”

    킬러가 안절부절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안 듯이 조심스럽게 내려놨다? 그때 움직였어? 이미 죽어 있었어?”

    재판장은 킬러를 여유 있게 쫓고 있었다.

    “그 여대생을 포대 자루 속에 넣어 산으로 메고 올라가는데 힘이 들어 잠시 내려놓고 쉬었습니다. 그때 발가락이 꼼지락거리는 걸 봤습니다요.”

    “살려달라고 애원하지 않습디까?”

    재판장이 물었다.

    “입에 청 테이프를 붙여 놔서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류원기 회장의 당시 부인이던 윤모씨는 범인들에게 1억7500만원을 주는 조건으로 하양을 살해토록 했다. 범인들은 법정에서 “살인 대가로 2억원을 요구했는데, 사모님은 ‘1억5000 이상은 못 준다’고 해 중간인 1억7500만원에 ‘낙찰’했다”고 증언했다.

    류 회장 부인의 살해 동기는 자신의 판사 사위와 하양의 관계를 의심한 데서 싹 텄다. 판사 사위와 하양은 이종사촌간이었다. 한 경찰관은 “윤씨의 의심은 거의 ‘병적’ 수준이었다. 윤씨가 ‘의심의 근거’라고 주장하는 점들을 철저히 수사했는데 모두 말도 안 되는 것들이었다”고 설명했다.

    류 회장 부인은 여러 사람에게 돈을 주고 하양과 사위를 미행하게 했다. 미행에 투입된 총 인원은 20여 명에 이르러 하양 주변엔 2중 3중의 그림자가 둘러쳐졌다. 하양은 미행당하는 공포를 가족에게 하소연했다. 2001년 3월 하양의 부친은 류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 부인이 사주한 청부미행을 당장 중지하라”고 항의했다. 류 회장은 “3주만 여유를 주면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하양의 부친이 연락을 해도 류 회장은 연결되지 않았다고 한다.

    살인범 “꿈에 하양이 나타나더니…”

    2001년 6월 하양의 부친은 류 회장의 부인 윤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윤씨는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하양의 부친은 윤씨측 접근을 막기 위해 법원에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는데 2001년 10월 이것도 받아들여졌다. 하양의 가족은 이 같은 법적 조치에 안심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류 회장 부인은 5개월여 뒤인 2002년 3월 결국 하양을 청부 납치해 살해했다.

    살인범은 “류 회장 부인이 ‘왜 빨리 안 죽이느냐’며 우리를 잡아먹을 듯 독촉했다. 스트레스 엄청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특수 독극물 실험도 했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에 검사는 법정에서 “류 회장 부인은 밤에 서울로 올라와 살인범들이 보여주는 총까지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조카 윤씨의 공범이 법정에서 변호사의 질문에 답한 증언 내용이다. 살인범들의 법정 증언은 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변호사 “(하양은) 정말 그런 여자였나요?”

    살인범 “죽이고 나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까 하양과 판사 사위는 이종사촌간이라 연애할 사이가 아니었습니다. 그걸 알았더라면 당장 혐의가 올 이 사건을 맡지 않았을 겁니다.”

    변호사 “정말 살인을 청부받은 겁니까?”

    살인범 “처음엔 농담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무심코 2억원을 불러봤는데 계약이 성사되는 바람에 현실이 됐습니다.”

    변호사 “돈을 받은 이후의 상황에 대해 설명해주시죠.”

    살인범 “사실 착수금을 받은 그날부터 거의 개인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24시간 스탠바이상태였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성과는 없자 공범인 윤씨는 매일같이 고모인 류 회장 부인에게 야단맞는 눈치였습니다. 한번은 연락을 끊고 도망했는데 윤씨가 핸드폰 메시지로 ‘네가 안 나타나면 고모가 조폭을 동원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인다’고 했어요. 회장 부인에게 지독히 시달려서 (하양을) 납치하자마자 삼십 분 만에 바로 죽여 버렸습니다.”

    변호사 “살인 후 심정이 어땠어요?”

    살인범 “이런 소리 하는 거 어떤지 모르겠는데 도망 다닐 때 하루는 꿈에 제가 죽인 하양이 나타났습니다. 열 살 정도 소녀의 모습으로 드레스를 입고 춥다고 하면서 저를 따라 왔어요. 언제나 불안하고 제 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이 사건은 해외로 도주한 살인범들이 붙잡히면서 그 전모가 드러났다. 그런데 경찰은 “경찰관, 심부름센터, 경호업체, 운전사가 류 회장 부인으로부터 돈을 받고 청부미행을 했다”고 수사결과를 공개했다. ‘경찰관 미행’도 주범인 류 회장 부인이 청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과 류 회장이 함께 미행 부탁”

    그러나 당시 사건을 수사한 복수의 경찰관은 최근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사위와 하양의 관계를 의심하여 현직 경찰관들에게 미행하라고 부탁한 사람은 류 회장과 그의 부인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류 회장 부부로부터 미행 청부를 받은 경찰관들은 모두 파면 등 중징계를 받았으나 미행을 부탁한 류 회장은 ‘미입건’ 됐다. “류 회장 미행 청부 건은 상부인 경찰청에 보고된 후엔 손을 댈 수 없었고, 이 건은 살인사건 수사 과정에서 배제됐다”는 경찰 증언도 나왔다. 다음은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경찰관과의 일문일답이다.

    -사위와 하모양의 관계를 의심하여 경찰관에게 미행하라고 부탁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류원기 회장입니다.”

    -류원기 회장입니까, 아니면 류 회장의 부인 윤모씨입니까.

    “류 회장의 부인은 경찰을 알지 못했고, 경찰관을 아는 사람은 류 회장이기 때문에 류 회장이 경찰에게 먼저 부탁했고, 나중엔 류 회장과 그의 부인이 함께 부탁을 하기도 한 것입니다.”

    -류 회장은 어떠한 경위로 경찰관에게 그런 청탁을 할 수 있었습니까.

    “서울 모 경찰서 경찰관이 류 회장과 친한 사이였습니다. 류 회장과 그의 부인이 그에게 미행을 부탁했고, 그 경찰관이 주변의 동료 경찰관들을 끌어 들여 이들이 함께 하양을 미행한 것입니다.”

    ‘여대생 하모양 청부살해’ 경찰 수사기록

    이해찬 전 총리는 ‘3·1절 골프’ 파문으로 커다란 시련을 맞았다.

    -류 회장이 굳이 경찰관에게 미행을 청탁한 이유는 무엇이었습니까.

    “류 회장의 부인이, 남편이 높은 위치에 있고 경찰을 잘 안다고 하니까 ‘경찰에게 미행을 시켜보자’고 남편에게 얘기한 거죠.”

    -그래서 류 회장이 경찰관에게 미행을 부탁했다는 것이죠?

    “그렇죠. 자신의 부인이 그렇게 요구하니 행동으로 옮긴 거죠.”

    -미행에 동원된 경찰관은 모두 몇 명이었습니까.

    “5명입니다.”

    -미행한 경찰관들에게 미행 대가로 돈이 지급되거나 대가를 주겠다고 한 일이 있었습니까.

    “그랬던 것으로 수사결과 나타났습니다.” (당시 서울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미행에 가담한 경찰은 류 회장 부인으로부터 60만원을 받은 것으로 돼 있다)

    -미행에 나선 경찰들은 모두 징계를 받았나요.

    “그렇죠. 당시 파면·해임과 같은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경찰관들은 미행을 통해 취득한 정보를 류 회장에게 제공했습니까.

    “그런 부분까지는 정확하게….” (당시 서울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미행에 나선 일부 경찰은 류 회장 부인에게 사위와 하양에 대한 개인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돼 있다)

    -경찰관이 청부 미행했다는 사실은 어떻게 발각됐나요.

    “류 회장과 류 회장 부인의 통화명세를 조회하다 단초가 확인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관련자들은 왜 파면시켰습니까.

    “그건 경찰 공무원이 돈을 받고 시민을 미행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류 회장 통화명세가 단초”

    -경찰관에게 여대생을 미행하라고 시켰고 더구나 그 여대생이 얼마 뒤 납치돼 살해된 사안이므로….

    “그렇죠. 경찰관 청부 미행 건은 본청에 보고됐습니다. 그뒤 파면 등의 조치가 내려졌고 이 건은 손을 댈 수 없었습니다. 살인사건 부분에만 매달렸죠. 검찰에도 이런 게 있었다고만 했습니다.”

    다음은 하양 살인사건을 수사한 경찰의 수사기록 중 일부다. 이 기록은 검찰, 법원에도 증거자료로 제출됐다. 이 기록에 따르면 미행을 수행한 경찰관들은 “류원기 회장과 그의 부인(당시)이 ‘사위와 숨진 하양(사위의 이종사촌)의 관계’를 의심하면서 경찰에 미행을 부탁했으며 부탁 횟수도 여러 차례였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공무원 OOO 상대로 미행자 소개 여부를 수사한 바, OOO은 영남제분 회장 류원기와 알고 지내던 중 1999년 10월 중순 19시경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 레스토랑 내에서 류원기와 처 윤OO을 만나 식사를 하면서 ‘사위가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고 있어 미행을 할 사람을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후 계속해서 동료 경찰관인 OOO, OOO, OOO, OOO 및 일반인 2명을 소개하고 2000년 3월 중순 19시경 경찰관 OOO, OOO을 본인 승용차로 태워다 주며 윤OO에게 인계, 사위를 미행케 하였고, 2000년 11월말 경에도 류원기와 부인 윤OO이 ‘사위가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고 있는 것 같아 미행할 사람을 소개해달라’고 했으며…

    2001년 3월경 강남 한 식당에서 경찰관 OOO, OOO, OOO은 경찰관 OOO의 소개로 류원기와 부인 윤OO으로부터 ‘경찰관 OOO의 진급을 도와주겠다’는 언약과 식사 대접을 받고 2회에 걸쳐 류원기의 사위를 미행했으며…”

    다음은 당시 경찰공무원 OOO씨가 경찰조사에서 진술한 내용이다.

    “2001년 초봄경 영남제분 회장 류원기로부터 전화를 받은 뒤 류원기의 부인 윤OO으로부터 미행할 사람을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처음엔 거절했다가 평소 알고 지내는 OOO에게 전화하여 윤OO에게 미행자로 소개해줬고…

    2001년 초봄 14시경 강남구 한 호텔 커피숍, 2001년 9월 중순 강남구 한 호텔 커피숍에서 류원기의 부인 윤OO을 만났으며, ‘사위가 이종사촌 여동생과 바람이 났다’는 문제로 류원기가 재차 전화를 하여 ‘놀고 지내는 사람이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했고… 2001년 11월말 19시경(한 달 전인 10월 류원기 회장은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됨) 63빌딩에서 경찰관 OOO을 소개하여 미행케 하고. 계속해서 경찰관 OOO, OOO, OOO과 D사 용역경비업체 직원 OOO을 류원기 부인 윤OO에게 소개하여 사위와 하OO(살해된 하모양)을 미행케 했으며…”

    그러나 2002년 당시 구속돼 있던 류 회장을 접견, 조사한 경찰관은 “류 회장은 ‘나는 사위와 하양의 관계를 의심해 미행을 경찰에 부탁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류 회장의 이 같은 진술이 사실이면 미행한 경찰관들은 경찰 조사에서 사실과 다르게(류 회장 부인 한 사람에게서 미행부탁을 받은 것을, 류 회장과 류 회장 부인 두 사람에게서 부탁을 받은 것으로) 진술한 것이다.

    ‘신동아’는 경찰의 이 같은 수사결과를 영남제분 류원기 회장측에 소상히 설명한 뒤 류 회장과의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류 회장으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았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류 회장의 전 부인 윤씨는 2006년 3월10일 하양을 살해한 공범인 조카 윤씨(44) 등 2명을 검찰에 위증혐의로 고소했다. 윤씨는 “조카 등이 나로부터 살인청부를 받은 적이 없으면서도 법원에선 내 지시로 하양을 살해한 것으로 허위증언을 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양을 살해한 조카 윤씨도 검찰에서 “살인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며 증언을 번복했다. 류 회장의 전 부인이 하양을 청부살해했다는 혐의는 형사재판(무기징역)이나 민사재판(피해자 하양 유족에게 6억여 원 손해배상)이나 모두 대법원에서 사실로 인정돼 확정 판결이 난 바 있다. 그런데 류 회장의 전 부인은 자신에게 살인교사죄가 인정된 것은 억울하다면서 같은 사안에 대해 최근 다시 검찰의 판단을 구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검찰은 재수사에 착수했다. 조카 윤씨도 그간의 증언을 모두 뒤엎고 류 회장 전 부인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고 있다.

    “친척이 손을 뒤집어 보였어요”

    그런데 과거 조카 윤씨는 “고모(류 회장 전 부인)측으로부터 ‘살인청부 증언을 번복하라’는 회유를 받고 있다”고 법정에서 증언한 적이 있다.

    변호사 “잡혀와 검찰청에서 조사받을 때 복도에서 친척을 만난 적이 있죠?”

    윤씨 “…”

    변호사 “왜 대답을 하지 않죠?”

    윤씨 “그런 적이 있습니다.”

    변호사 “어떻게 했는데요?”

    윤씨 “손을 뒤집어 보였어요. 그건 고모의 진술에 맞추어 주라는 사인이었어요.”

    엄상익 변호사는 “살인범은 ‘증언 번복의 대가로 거액을 주겠다는 제의도 받았다’고 법정 증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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