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호

한나라당, 법무부의 성특법1년6개월 실태 보고서

“인권유린 줄었지만, 떠난 여성들 다시 돌아온다”

  • 최호열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oneypapa@donga.com

    입력2006-03-27 14: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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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법무부의 성특법1년6개월 실태 보고서
    ‘성매매란 금품,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을 주거나 받거나 이를 약속하고 다음의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가) 성교행위. 나) 구강, 항문 등 신체의 일부 또는 도구를 이용한 유사 성교행위.’(성매매알선 등 행위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2000년 9월에 일어난 군산 대명동 집창촌 화재참사는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 사건이 계기가 되어 여성계를 중심으로 그간 암묵적으로 인정되던 성매매에 대한 인식 전환과 함께 법과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 성매매가 단순히 성적 행위와 경제행위일 뿐 아니라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가해지는 인권 침해라는 것이었다.

    그 결과 2004년 3월22일 성매매특별법(이하 성특법)이 제정되었고, 같은 해 9월23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성특법은 크게 두 개의 법률로 되어 있다. 성매매 행위와 그것을 알선·강요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을 담은 ‘성매매알선 등 행위에 관한 법률’과 성을 파는 행위를 한 자의 자활을 돕기 위한 ‘성매매 피해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다.

    2002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성매매 산업 매출액은 약 24조원, 성매매 전업(full-time job) 종사 여성만 약 33만명으로 추산됐다. 20∼30대 여성인구 809만명의 4.1%에 해당하는 숫자다.

    성특법 시행 1년6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의 성매매 실태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여성가족부는 ‘성매매가 많이 감소했을 뿐 아니라 성매매가 불법이라는 국민적 인식이 더 높아졌다’고 자평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박현숙 권익기획팀장은 “성특법 이전에 5600명에 달하던 성매매 집결지(집창촌) 여성이 2300명 정도로 줄었다. 그것만 해도 큰 성과다. 아직 성매매 피해여성들의 자활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지는 않지만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성매매를 근절해야 한다는 정부 의지는 확고하고, 여성가족부가 존재하는 한 이 사업은 꾸준히 벌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집창촌은 크게 위축됐다. 성매매업소 관계자들의 모임인 자율정화위원회가 지난해 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집창촌에서 일하는 여성 숫자는 2830명. 취재 중 둘러본 서울 미아리, 청량리, 용산, 경기도 평택시 등지의 집창촌은 대개 썰렁한 풍경이었다. 불 꺼진 업소도 많고 찾아오는 손님도 드물었다. ‘미아리 텍사스’에서 만난 한 성매매 여성은 “손님이 한 명도 없는 날도 있다”고 했다.

    ‘성매매 근절’ 정부 의지 확고

    하지만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김희정 의원은 “성특법은 실패했다”고 단정했다. 성매매 업소는 성특법 실시 후 2005년 9월까지 36.8%가 줄었지만 2005년 3월 이후에 문을 닫은 업소는 0.9%에 불과하다는 것. 초창기 강력한 단속으로 문 닫은 업소들말고는 이후 문을 닫은 업소가 거의 없는 셈이다.

    또한 집창촌은 위축됐을지 몰라도 안마시술소, 룸살롱 등 산업형 성매매나 인터넷 채팅, ‘여관발이(여관으로 출장 성매매를 나가는 것)’ 같은 거리 성매매는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집창촌도 최근 새로운 인구가 계속 유입되고 있다.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이 남서울대 이주열 교수에게 의뢰해 전국 집창촌 성매매 여성 999명을 설문조사한 ‘성매매방지특별법 실시 이후 성매매 현황분석’(이하 현황분석)과 법무부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성 구매자와 성 판매자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성매매 사범 특성 및 유형연구’(이하 유형연구) 두 문건을 단독으로 입수해 우리 사회 성문화 실태를 점검했다.

    일반적인 성매매 현황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적은 있어도 성매매 여성을 상대로 한 전국 규모의 직접 설문조사는 고경화 의원과 이주열 교수의 ‘현황분석’이 처음이다. 고 의원은 집창촌 여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이유에 대해 “지난 1년6개월 동안 자활정책과 풍선효과, 성병실태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어 성특법이 정말 실효가 있는지, 어떤 변화가 왔는지 확인할 필요성을 느꼈다. 특히 성매매 집결지는 성특법의 주된 공격 타깃이 된 곳으로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준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설문조사는 집창촌 자율정화위원회의 동의 아래 이뤄졌다. 이들의 협조를 얻지 않고서는 성매매 여성에게 접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엔 집창촌에서 오랫동안 에이즈와 성병예방 강의를 하고 무료 콘돔 배포사업을 벌이며 신뢰를 쌓아온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이 때문에 여성가족부에서는 설문조사 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박현숙 권익기획팀장은 “업주들의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에서 조사한 것이기 때문에 설문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주열 교수는 “문항은 내가 직접 작성했고, 수정된 내용도 없다. 그런 상태에서 업주들이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설문조사는 지난 2월 초 전국 11개 지역 집창촌에 조사원이 나가 성매매 여성에게 직접 밀봉된 봉투를 나눠주면 성매매 여성 스스로 설문지를 작성한 후 곧바로 밀봉해 수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법무부의 ‘유형연구’는 크게 두 가지 설문내용으로 되어 있다. 하나는 성구매를 하다 입건돼 ‘성구매자 재발방지교육’(일명 ‘존 스쿨’)을 받는 남성 509명과 서울 수도권에 거주하는 일반 남성 44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성구매 실태를 담고 있다. 또 하나는 쉼터 등 여성단체 보호시설에 기거하는 성매매 피해여성 96명과 자발적 성매매자로 분류돼 재범방지교육 명령을 받은 78명을 대상으로 성매매에 대한 의식구조를 조사한 것이다.

    집창촌에서 안마시술소로

    ‘현황분석’과 ‘유형연구’를 살펴보면 지금까지 성특법이 성공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현황분석’에 따르면 성특법 시행 직후 집창촌을 떠난 여성들이 되돌아오는가 하면 새로 성매매를 시작한 여성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999명 중 성특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집창촌을 떠나지 않은 사람은 53명(5.3%)에 불과했다. 반면 302명(30.2%)은 성특법 이후 집창촌을 떠났다 다시 돌아왔다. 특히 성특법 시행 직후(2004년 9∼12월)에 가장 많이(63.9%) 떠났고, 시행 10개월이 지난 2005년 7월 이후 가장 많이(70.5%) 돌아왔다. 1년여 만에 법의 효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것이다.

    또한 644명(64.5%)은 오히려 성특법 시행 이후 새로 집창촌에 들어왔다. 그중 428명(42.8%)은 집창촌에 들어오기 전에 단란주점 등에서 성매매를 한 경험이 있지만 216명(전체의 21.6%)은 그전까지는 성매매 경험이 없다고 응답해 적지 않은 여성이 성특법 이후에 성매매를 시작했음이 확인됐다.

    검찰 자료에서도 성매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04년 1월부터 9월까지 성매매 위반 접수가 총 9634건으로 월 평균 1000여 건이었다. 성특법 시행 직후엔 위반 접수 건수가 급감했지만 2005년 2월 488명을 저점으로 다시 늘기 시작해 같은 해 7월부터는 시행 전보다 더 늘어났다.

    또한 집창촌을 떠났다 복귀한 성매매 여성 중 절반 이상이 그동안 티켓다방이나 안마시술소 등에서 성매매를 계속한 것으로 나타나 이른바 ‘풍선효과(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불거지는 것처럼 문제 하나를 해결하면 그 대신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현상)’를 낳은 것으로 드러났다.

    성구매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성특법 이전에 성구매를 한 장소를 묻는 질문에 일반인은 집창촌(77%), 룸살롱(51.5%), 안마시술소(49.6%) 순으로 응답했다. 하지만 성특법 시행 이후 집창촌은 28.1%로 급감한 반면 안마시술소(62.9%) 등 신종 성매매 업소가 주를 이뤘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 위탁을 받아 성매매 여성 보호와 자활사업을 전담하는 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 조영숙 소장은 “성매매 여성들이 떠나고 돌아오는 것은 하나의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성매매 여성들이 다시 돌아왔다고 해서 특별법이 실패했다고 볼 수는 없다. 길게 봐야 한다. 담배도 한번에 딱 끊기 힘들어 끊었다 피웠다를 반복하듯이 성매매도 오랜 시간을 두고 풀어갈 ‘진행형’의 문제다.”

    성특법을 시행하면서 정부는 집중적인 단속을 통해 성매매를 뿌리뽑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유형연구’ 결과를 보면 단속의 편향성을 엿볼 수 있다. 일반인의 성구매는 주로 안마시술소, 룸살롱에서 이뤄졌고 인터넷 채팅을 통한 성매매는 7%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난해 7∼8월 경찰의 집중단속기간에 적발된 성매매 건수를 보면 인터넷 채팅을 통한 성매매가 32%로 나타났다. 집창촌은 전체의 6%였는데 이는 경찰이 상주하다시피 하며 고객의 출입을 막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집창촌 업주들은 이런 선별 단속에 불만을 나타냈다. 정작 문제가 되는 곳은 안마시술소, 룸살롱 같은 변형된 산업형 성매매 업소인데 오히려 그런 곳은 영업증이 있다는 이유로 단속을 거의 안 하고 집창촌만 못살게 한다는 주장이다.

    한나라당, 법무부의 성특법1년6개월 실태 보고서

    존 스쿨 교육을 받고 있는 성구매 남성들. 여성단체는 “성구매자에 대한 처벌이 약해 남성들이 계속 성을 구매한다”며 강한 처벌과 교육을 주장하고 있다.

    영등포에서 만난 한 업주는 “처음엔 시위하러 나서던 아이들이 이젠 시위도 안 한다. 처음엔 여기 아니면 굶어죽을 것 같으니까 시위까지 한 건데, 음성적인 성매매가 더 잘 되니까 그곳으로 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풍선효과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여성가족부는 성매매 불법성에 대한 국민 인식이 높아졌다고 주장하지만, ‘유형연구’ 결과를 보면 그렇지도 않다. 남성의 30% 정도가 성매매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성특법 이전에 성구매 경험이 있는 일반인 262명 중에서 94명(35.9%)은 이후에도 성을 구매했으며, 이들 중 76%는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성특법 이후 성구매를 중단한 사람 중 43%도 앞으로 성을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조영숙 소장은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강한 법 집행이 우선돼야 하고, 철저한 성매매 방지예방 교육이 뒤따라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성구매를 반복해도 존 스쿨 교육만 계속 받으면 된다. 처벌이 가볍기 때문에 근절이 안 된다. 법집행을 엄격히 해 뜨거운 맛을 보여줘야 한다. 방지·예방을 위한 사회적 교육도 부족하다. 언론이 앞장서야 하는데, 오히려 기사 내용이 성매매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쪽으로 흘러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서울시 성북구 속칭 미아리 텍사스에서 만난 김설희(가명·25)씨는 성특법이 시행되며 수입이 급격히 줄자 집창촌을 떠났다가 지난해 말 되돌아왔다고 한다.

    “‘여관발이’도 하고 룸 카페 같은 데서도 일했다. 손님은 더 많았지만 조건이 열악해 수입은 별 차이가 없으면서 일하기는 훨씬 힘들었다. 게다가 출장 마사지 여성을 연쇄살인한 유영철 사건 같은 험한 꼴을 당할까봐 겁도 났다. 이곳이 오히려 안전하다.”

    집창촌 여성들에게 다른 성매매 업종으로 옮길 생각을 묻는 질문에 58.2%가 ‘전혀 없다’고 응답해 김씨처럼 음성적 성매매업소보다 집창촌이 더 안전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성매매 여성의 수입은 과거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성특법 시행 이전엔 하루 상대 고객이 평균 6.8명이던 반면 지난 2월엔 평균 3.7명이라고 응답했다. 이를 근거로 수익을 추정해보면(화대 6만∼7만원, 업주와 5대 5 또는 6대 4 비율로 나눔, 월 20∼25일 근무) 220만원에서 370만원이다. 이전에 평균 400만∼680만원을 번 것에 비하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그런데도 성매매 여성들은 다시 돌아오고, 여기를 떠나려 하지 않는다. 집창촌을 떠날 계획을 묻는 질문에 41.2%가 ‘떠날 생각이 없다’, 39.2%가 ‘떠날 구체적인 시기를 안 정했다’고 답했다. 떠나려고 하지 않는 이유는 ‘기대한 돈을 벌 수 있어서’(40.2%), ‘다른 직장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24.4%), ‘마땅히 갈 곳이 없어서’(11.4%) 순으로 나타났다. 경제적인 문제와 새로운 일을 할 능력이 없어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집창촌을 떠났던 여성 중에 일반 직장에 취업한 경우는 10명(3%)밖에 안 됐다. 마땅히 할 일을 찾지 못해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경우가 42%나 됐다. 나머지는 음성적 성매매에 종사했다.

    정부는 탈(脫)성매매여성 자활대책을 위해 2004년 68억원, 2005년 220억원을 투입했다.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자활지원사업 현황을 보면 지난 2년 동안 3200여 명에 대해 취업 교육과 직업 훈련을 시켰다. 또한 창업자금을 지원해 34개 업체 43명이 창업했다. 이외에도 282명이 자격증을 취득하고, 313명이 음식점 미용실 등에 취업하거나 대학에 진학하도록 도왔다. 하지만 이 숫자는 성매매 여성뿐 아니라 가출청소년, 매 맞는 여성까지 포함된 것이어서 전업 성매매 여성 비율이 얼마인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조영숙 소장은 “이제 겨우 성매매 피해여성을 보호하고 자활을 도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제부터 다른 기관과 연계해 어떤 자활교육을 할지 고민하고 체계를 만들어가는 단계다”라며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제 성병검사는 인권 침해

    “일단 상담소나 쉼터를 찾은 여성은 무료로 숙식과 건강검진, 자활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40여 만원을 지급한다. ‘몇 명을 취업시켰냐’고 많이들 묻는데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스스로 할 일을 찾아 이곳을 나가는 게 가장 좋은 자활인데, 그런 것은 통계 수치에 잡히지 않는다.”

    성특법 시행 이후 많은 사람이 우려하는 게 성병 확산 가능성이다. 이전엔 집창촌에서는 1주일에 한 번씩 보건검사를 받아야 성매매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국가에서 성병관리를 하는 것 자체가 성특법과 충돌하기 때문에 전처럼 강제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

    성매매 여성에게 성병 검사 여부를 묻는 질문에 복수응답을 해 정확한 파악은 불가능했지만, ‘의심되거나 아플 때만 병원(보건소)을 찾는다’(44.9%)는 응답이 많았다. ‘검사한 적 없음’(20명, 2%), ‘아파도 자체적으로 해결한다(31명, 3.1%)’는 응답도 있었다. 이들은 국가가 집창촌 지역을 보호하고 성병을 관리하는 것에 대해 적극찬성 43.6%, 찬성 24.1% 등 높은 찬성률을 보였다.

    하지만 여성단체의 시각은 다르다. 보건증은 성을 팔 수 있는 자격증이 아니라는 것. 성매매 여성 스스로 선택해 보건소에 오거나 상담소를 통하면 무료로 검사와 치료를 받을 수는 있지만, 정부가 나서서 성병검사를 받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는 견해다. 조영숙 소장은 “성 관계를 맺은 남성과 여성 상호책임이 있는데 여성에게만 성병검사를 받도록 강요하는 것은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무시하는 잘못된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음성적 성매매 여성들 중에서 정기적으로 보건검진을 받는 사람은 드물다. 스스로 성매매 여성임을 공개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고경화 의원은 “국가에서 성매매 단속을 강하게 하더라도 시민단체에서는 자활과 성병관리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새로운 유입’ 차단이 급선무

    최근 집창촌 여성을 중심으로 ‘자발적 성매매’를 보장하라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여성부와 여성단체는 ‘진정한 의미의 자발적 성거래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성매매 피해 여성으로 분류된 쉼터 여성과 자발적 성매매로 분류돼 재발방지 교육명령을 받은 성매매 여성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미묘한 차이가 있다.

    우선 성매매를 하는 이유부터 차이가 있다. 쉼터 여성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43.8%인 반면 자발적 성매매 여성의 경우 60%가 넘었다. 수입에서도 쉼터 여성은 월 100만원 이하가 많은 반면 자발적 성매매 여성은 300만∼400만원이 가장 많았다. 무엇보다 쉼터 여성은 빚이 많다고 응답한 반면 자발적 성매매 여성은 ‘없다’와 ‘다 갚았다’가 40%를 넘었다. 업주 등으로부터 강압을 받았는지 여부도 큰 차이를 보였다.

    결국 자발적 성매매 여성은 돈을 벌기 위해 스스로 성매매에 나선 반면 쉼터 여성은 가출 후 생계를 위한 임시방편으로 성매매에 나섰거나 빚 때문에 원치 않은 성매매를 한 경우가 많음을 알 수 있다.

    조영숙 소장은 자발적 성매매에 대해 “자발성은 논쟁의 여지가 있다. 우리로선 인정하기 힘들다. 진정한 자발성은 아니라고 본다. 분명한 것은 자발적이라고 주장하는 성매매 여성의 목소리도 있지만, 그보다는 강요된 성매매로 인해 고통 받고 상처 받은 여성이 더 많다는 사실이다. 이들의 상처를 외면한 채 성매매 합법화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고 말했다.

    고경화 의원은 지금까지의 성매매 정책에 대해 “생각 이상으로 참혹한 실패다. 성특법은 졸속 입법이었음이 확인됐다”며 “무엇보다 새로운 유입 인구 차단이 가장 시급한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성특법의 효력이 상실됐다는 일부의 평가에 대해 여성가족부는 “이제 1년 반밖에 안 된 시점에서 그런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이르다”고 반박했다. 조영숙 소장은 “성매매 여성들이 시설로 들어오는 것은 성매매 근절 정책의 마지막 단계다. 법 집행을 철저히 하고, 사회적으로 교육이 제대로 되면 성매매 여성이 성매매 집결지를 떠나 이곳으로 오게 된다. 전제조건이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자활이 안 된다고 평가하는 건 억울하다”고 말했다.

    성특법 시행 이후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등 성매매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이전에 비해 성매매 여성에 대한 인권 유린이 현격히 줄었다는 점이다. 성매매 여성과 업주들 간에 단체교섭을 한 집창촌까지 생겨났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성특법은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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