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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기자가 만난 사람

부드러운 힘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

“100년 숙대, ‘섬김 리더십’으로 세상을 바꿉니다”

  •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부드러운 힘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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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학생 학부모들이 남녀공학 고등학교를 기피하는 경향도 있다. 내신 상위권을 여학생이 싹 쓸어가기 때문이다. 필자의 둘째아들이 중학교에 다닐 때 반에서 2등짜리 성적표를 받아왔길래 농담으로 “1등을 해야지, 이게 뭐냐”며 ‘쫑코’를 준 적이 있다. 그러자 아들녀석 하는 말이 “그래도 제가 전교 10등 안에 들어간 유일한 남학생입니다”였다.

남성의 뇌구조는 근본적으로 책상에 두세 시간씩 묶여 책을 들여다보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는 이론도 있다. 남녀평등을 위해 시험 과목을 개편해 남학생이 잘하는 컴퓨터 게임이나 스포츠, 자동차운전 같은 것도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여성단체들은 아직도 여성이 사회 진출하는 데 걸림돌이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한국도 여성이 실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출세할 수 있는 세상이 됐지 않습니까.

“과거에는 세력 판도가 남성 본위로 짜여졌잖아요. 그러다 여자의 수가 많아지기 시작하니까 남성 쪽에서 피해의식을 느끼고 불안해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50대 50은 아니거든요. 핀란드는 여성이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을 다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남성인 핀란드 대사에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그 분이 제게 ‘한국은 남성이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을 다 하고 있는데 여성인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되물었습니다. 북유럽 사람들은 남녀를 구분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길 정도입니다. 핀란드는 여성 국회의원이 45%입니다. 그분이 남성 상관을 모신 적이 있는데 심부름만 시키고 반말로 누르려고 해서 몹시 불편했다고 해요. 그런데 보스가 여자일 때는 ‘뭐 불편한 거 없냐. 도와줄까’라고 말해 누나 같고 참 좋더라는 겁니다.

우리는 수치만 조금 올라갔지 의식은 사실상 바뀌지 않았습니다. 공무원 1급 이상이나 기업 임원들 중에서는 여성의 비율이 2~3%도 안 되지요.”



마음을 움직이는 ‘섬김 리더십’

-리더십 특성화 대학인 숙대에서 장차 이 나라의 지도자가 다수 나오겠군요.

“나와야죠. 우리 대학의 모토는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입니다. 2004년 숙대가 리더십 특성화 대학으로 선정되면서 국고(國庫)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신입생은 무조건 리더십 교양학부 과정을 모두 이수해야 해요. 읽기, 쓰기, 발표, 특강, 세미나, 워크숍 등 리더십 과목을 14학점 따야 전공과목을 택하게 돼 있습니다.”

-숙대에서는 ‘섬김 리더십’이라는 용어를 쓰던데. 카리스마 리더십하고 어떻게 다른가요.

“전통적 리더십은 지위에 의해 결정됩니다. 수직적으로 명령하고 지시하고 군림하는 리더십이죠. 그런 리더십은 실패합니다. 산업화시대에는 맞았는지 모르지만 지식정보화사회에서는 마음을 움직여야 사람을 이끌 수가 있어요. 마음을 움직이려면 배려하고 존중하고 동기를 부여하고 잠재력을 키워주는 쪽으로 마음을 전달해야 합니다. 강권적으로는 마음이 움직이지 않아요.

섬김 리더십이 뒷바라지나 하는 리더십은 아닙니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마음을 움직여 영향력을 발휘하게 하는 리더십이죠. 그 바탕은 사랑, 희생, 봉사, 헌신입니다. 힘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감동하진 않거든요. 섬김 리더십을 갖춘 사람이 늘어날수록 나라가 행복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의 리더십은 섬세하게 남을 포용하고 돕는 모성애적 리더십이기 때문에 21세기형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대접만 받으려고 하지, 남을 대접하려는 리더십이 없어요. 뭐가 잘못되면 남의 탓이라고 하고, 내 탓으로 생각하지 않죠. 자기는 개혁하지 않으면서 남한테만 개혁하라고 하니 되겠습니까. 그런데 여성의 리더십은 솔선수범해 자기가 일을 한 다음에 남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잘못되면 자기가 책임을 지고 남의 잘못에 대해서는 이해하는 리더십이지요.”

-리더십(leadership, 지도력)의 반대가 서번트십(servantship, 섬기는 정신)인가요.

“섬김의 리더십은 ‘servant leadership’입니다. 반대의 뜻을 지닌 두 단어를 절묘하게 합친 거죠. 서번트 리더의 대표적인 인물이 링컨 대통령입니다. 남을 배려하고 포용하잖아요. 자기를 공격한 정적(政敵)을 국방부 장관에 기용했어요. 남을 사랑하고 섬기는 마음이 없으면 그런 마음이 우러날 수 없습니다.”

-고려대와 연세대가 어깨를 겨루듯이, 숙명여대는 이화여대하고 비교됩니다. 최근 이화여대와 학술교류 협정을 맺었더군요.

“신인령 총장과 친하게 지냅니다. 그분은 담백해서 좋아요. 선의로 경쟁해서 서로 잘되는 건 참 좋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에서 제일 큰 여자대학이 이대고, 두 번째로 큰 여대가 숙대예요. 미국의 ‘Seven Sisters’(동부의 명문 사립여대 7개교)에는 하버드 대학 수준의 좋은 대학도 있는데, 학생 수가 2000~4000명입니다. 규모 면에서 1, 2등을 하는 두 대학이 합치면 우리가 양과 질로써 세계를 제패할 수 있을 거 같아요. 한국 내에서 우리끼리 라이벌 의식을 갖기보다는 둘이 서로 장점을 배우면서 극대화하는 쪽으로 협력해야 합니다.”

숙명여대는 학부가 1만명에 약간 못 미치고 대학원생이 3000명가량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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