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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융사기 ‘나이지리아 419’가 당신을 노린다

전직 대통령 부인의 메일 “일확천금의 기회를 드립니다”

  • 이설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국제금융사기 ‘나이지리아 419’가 당신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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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절대 안 속는다’고?

나이지리아 419는 이처럼 곳곳에 정교한 트릭을 심어놓고, 때로는 상대를 긴장시키다가 때로는 무장해제시키며 목적을 달성한다.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수법에 속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거나 자신은 절대 속지 않을 것이라 장담하는 이도 있겠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연세대 황상민 교수(심리학)는 사기조직의 접촉에 응하는 것은 복권을 사는 사람의 심리와 같다고 설명한다.

“논리적으로 따지면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내게 그런 제안을 하는 것은 말이 안 되지요. 그러나 복권에 당첨될 것이라는 마음으로 복권을 사듯, 자신에게 행운이 왔다고 스스로 합리화하는 겁니다.”

일단 그들과의 거래에 마음이 들뜨면 사기라고 의심하기는커녕 행운이 찾아왔다는 생각에 행복해한다. 나이지리아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한인회 부회장 김태철씨는 “비밀이 많은 손님이 종종 묵는다”고 전했다. 이런 이들은 나이지리아에 온 목적을 물어도 “사업차 왔다”며 두루뭉술하게 얼버무리는 경우가 많고, 연령대가 다양하긴 하지만 주로 나이가 많은 이들이라는 설명이다.

“자기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건 혹시 누가 가로채갈까 봐서입니다. 게스트하우스를 오래 운영하다 보니 척 보기만 해도 알 것 같아요. 위험해 보이는 손님한테는 ‘이러이러한 금융사기가 있으니 조심하라’고 당부하는데, 자기는 절대 아니라고들 하죠. 결국 숙박비도 못 내고 귀국하는 걸 보면 참 답답하지요.”



사기를 당하고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서울경찰청 외사계 송동규 형사는 제3자의 신고로 피해자를 불렀지만 “곧 돈이 들어올 것”이라며 조사를 거부한 사람의 일화를 들려줬다. 국정원 관계자도 “피해자인 한 건설사 사장이 오히려 피의자 석방을 요구해 황당했던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황상민 교수는 피해자의 이런 심리를 ‘사교(邪敎)집단 교도’에 비유했다. “환상이 깨지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예언이 틀려도 종교를 의심하기보다는 다른 요인에서 문제를 찾으려는 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흔히 이런 수법의 사기에 당하는 사람은 나이가 어리거나 학력이 낮은 사람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신고되는 사건의 피해자들을 분석해보면 학력, 경제적 조건, 연령 등에서 어떤 일관성도 보이지 않는다. 2004년에는 현직 대학교수가 나이지리아 419로 8만달러를 날린 경우도 있었다. 로또를 사는 이들이 여러 부류이듯 사기에 걸려드는 사람에도 기준이 없는 셈. 누구보다 현명하고 이성적인 사람도 사기에 걸려들 수 있다는 얘기다.

유일한 희망이 ‘사기’

사실 인터넷을 이용한 국제금융사기는 보편적인 현상이지만, ‘나이지리아발(發)’로 불러도 될 만큼 여전히 나이지리아에서 가장 빈번하게 이뤄진다. 나이지리아 419가 정확히 언제, 누구에 의해 시작됐는지 밝혀진 바는 없다. 일부 전문가들이 ‘1970~80년대 초 나이지리아 당국이 수입품 통관절차 중에 권한을 남용하면서 시작됐을 것’이라고 추측할 따름이다.

한국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영호 연구원은 “나이지리아에서 금융사기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은 복잡한 국내 상황과 관계가 깊다”고 설명한다. ‘국민의 90%가 극빈곤층, 부패지수 세계 1위, 심각한 종교·인종갈등’ 등이 불안정한 정세와 겹쳐 사기범죄가 일어날 만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

전문가들은 우선 나이지리아에 이렇다 할 산업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건축과 석유사업이 있지만 그조차 개발능력이 없어 대부분 외국 기업이 수주하고 있다. 산업이 없으니 고용도 낮으므로 다수의 국민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식이다. 엄청난 숫자의 난민도 있다. 결국 많은 이들이 ‘먹고 사는 방편으로’ 사기를 택한다는 것이 박 연구원의 설명이다.

원유 매매로 형성된 지하자금 커넥션도 무역사기를 부추기는 한 원인이다. 나이지리아 정부와 반군, 외국 유전업체들이 원유 매매를 놓고 벌이는 갈등은 무력분쟁으로 번질 만큼 심각하다. 지난 2월 말부터 계속된 반군의 외국 유전업체 공격사건은 이 유전싸움이 곪아터진 결과였다. 연 200만배럴의 원유를 퍼올리는 세계 최대의 산유국이면서도 인구의 3분의 2가 하루 1달러의 생계비로 연명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와중에 불법 원유거래가 횡행하니 제대로 이뤄지는 거래를 찾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나이지리아가 석유대국이라는 사실만 알고 있는 이들은 가짜 정보에 현혹되기 십상이다.

특히 나이지리아는 거의 대부분의 물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 교류가 자연스럽다. 나이지리아의 공용어가 영어라는 점도 국제사기를 치는 데는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다 보니 경제사정이 넉넉하고 범행 후에도 들킬 염려가 적은 외국인이 타깃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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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설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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