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칼럼리스트 양해근씨는 “이런 방식으로 토지 임대료를 납부할 경우 초기엔 아파트 분양가에 대한 수요자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20~30년 동안 매달 지대료를 납부한다면 결과적으로 총 비용은 현재의 아파트 분양가와 비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임대 아파트와 별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다.
아파트 반값 공급의 전제인 ‘국가가 나서서 토지를 매입한다’는 부분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일단 국가가 막대한 재원을 마련해 토지를 사들인다는 전제가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송파 신도시의 경우 상대적으로 보상비가 적어 토지 매입비도 낮지만, 군부대 이전비용이나 각종 기반시설 건설 비용 등을 더하면 토지비용은 예상보다 늘어날 수 있다.
이와 관련, 홍 의원뿐 아니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토지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싱가포르나 스웨덴처럼 연기금이 나서면 재원 마련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토지와 건물을 모두 국가가 임대하자는 견해를 내놓은 경실련은, 연기금을 활용하는 싱가포르처럼 한국도 국민연금을 활용하면 된다는 논리를 편다. 경실련 김헌동 아파트거품빼기운동본부장은 “싱가포르의 경우 강제적 사회보장성 저축인 중앙연금준비기금(CPF·Central Provident Fund)을 투입해 토지를 매입하고 주택을 공급한다”며 “같은 방식으로 국민연금이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토지를 매입해 임대한다면 토지임대-건물분양 방식은 현실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국민연금이 토지 매입에 나서기만 하면 건물을 팔아 투입된 연기금을 조기에 갚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홍 의원이 제시하는 방식은 이렇다. 예를 들어 평당 1000만원짜리 땅 1만평을 개발한다고 할 때 용적률을 높여서 건물을 더 지어 분양한다. 이 때 건물분양으로 받은 돈으로 땅값의 90%, 즉 900억원을 마련하면, 연기금에서 투입된 돈을 미리 갚을 수 있다. 그러면 나머지 10%에 해당하는 땅값(100억원)만 남는데, 월 10만원씩 지료로 내서 처리하면 조기에 회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택공사 부설 주택도시연구원은, 이 같은 방식을 도입하되 보증금 제도를 결합하면 초기 투자자금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주택도시연구원 이영은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지대의 20~30%를 주택 분양자들이 보증금으로 내고 토지 임대료를 매년 납부할 경우 초기 투자자금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을 활용하자는 주장에는 반대의견도 만만찮다. 이들은 국민연금 가입자의 불신이 커지고 연금 재정안정을 해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예컨대 국민연금의 공공성만 강조돼 이러한 사업에 투입됐는데, 막상 토지를 매입한 상황에서 땅값이 폭락하면 연금의 부실화로 직결된다. 이는 또 다른 사회부작용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재원 못지않게 큰 걸림돌이 있다. 바로 이 제도가 ‘국민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홍준표 의원은 “생각만 바꾸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홍 의원은 “토지개발 이익에 대한 욕심이 없다면 굳이 ‘소유’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며 “생각을 바꾸면 땅 소유권 없이 ‘땅 월세’를 내고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선 주택이 노후 생활대책의 하나로 재테크 성격을 띤다. 또 외국에 비해 집을 자녀에게 물려주려는 상속의지도 강하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이 방식에 따르면 건물이 멸실될 경우 빈손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며 “한국 정서에 결코 맞지 않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또 “건축 후 40년이 지나 재건축을 할 때는 입주민을 쫓아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오랜 기간 막대한 임대료를 낸 사람들이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건설사 주택사업부 관계자는 “토지를 국가가 수용할 경우 도로나 학교 등 사회기반시설 비용을 건축비에 전가할 가능성이 크므로, 결과적으로 조삼모사(朝三暮四)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즉 사회기반시설을, 먼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세금을 거둬 짓는 것이나 나중에 건축비를 더 거둬 짓는 것이나 입주민에게는 그게 그것이라는 얘기다.
토공·주공의 난색
토지 임대부 분양방식을 적용할 곳이 수도권 내에 많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파 신도시야 국공유지가 많지만, 당장 서울시가 개발을 추진하는 마곡지구 등은 평당 보상가격이 200만원을 호가한다. 다시 말해 재원이 마련되지 않은 채 토지 임대부 분양을 실시할 경우 서울시는 막대한 적자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토지공사나 주택공사가 이 방식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점도 난제다. 홍 의원은 이에 대해 “토공이나 주공 같은 공공기관은 국민을 상대로 이익을 남기는 장사를 해선 안 된다”며 강하게 비판한 적이 있다. “왜 토공이 국민을 상대로 장사를 해서 남는 돈으로 개성공단이라는 적자 사업을 하느냐”며 공공기관의 인식전환을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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