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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축출 3년, ‘이라크 늪’에 빠져드는 미군

연 100조원, 살인적 주둔비용에 세계 최강국도 휘청

  • 김재명 국제분쟁전문기자 kimsphoto@hanmail.net

후세인 축출 3년, ‘이라크 늪’에 빠져드는 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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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축출 3년, ‘이라크 늪’에 빠져드는 미군

2005년 8월31일 이라크 카디미야에서 발생한 시아파 순례자 640여 명 참사사고 희생자들이 병원 바닥에 방치되어 있다.

1978년 이란에서는 혁명의 기운이 짙어가고 있었다. 당시 테헤란 주재 영국대사 앤터니 파슨스는 본국에 “이란 샤 왕조의 팔레비 왕이 혁명으로 물러날 가능성은 없다. 그는 지금의 정치위기를 극복할 것이다”라는 요지의 전보를 보냈다. 그것은 잘못된 보고였다. 훗날 파슨스는 회고록을 통해 이 판단은 잘못된 정보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고 밝혔다. 테헤란 거리의 살아 있는 정보가 아니라, 팔레비 왕을 우두머리로 하는 샤 왕조의 고위관료들에게서 얻은 낙관론이 판단근거였다. “내전 위기설은 과장된 것”이라는 이라크 주둔 미군사령관의 낙관론이 올바른 정보에 근거한 판단인지는 두고볼 일이다.

미 군부가 적어도 겉으로는 낙관론을 펴는 데 비해 미 국무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잘마이 칼리자드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는 아프가니스탄 출신이다. 부시 행정부 안에서 대(對)이슬람 강경책을 주문해온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이지만 그는 “만약 이라크에서 내전이 벌어진다면, 아프간 내전은 어린애들 장난처럼 여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철군하면 친미 이라크 정부 위험

미 정보기관장으로 영전한 네그로폰테의 후임인 칼리자드는 미군의 조기 철수에 반대한다. 미군 철군이 이라크를 내전으로 몰고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내전을 막기 위해 미국은 강력한 미군을 이라크에 계속 주둔시키는 길 외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보고서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칼리자드가 보는 이라크 상황은 럼스펠드 장관의 낙관론적인 현실인식과 다르다. 그의 어록 중엔 “후세인의 몰락은 종파간 분쟁의 판도라 상자를 연 셈이 됐다”는 발언도 들어 있다(3월초 ‘LA 타임스’기자회견). 그는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이라크 각 종파 사이의 골을 메울 필요성을 느낀다. 그러나 실천이 쉽지 않다는 것이 그의 고민이자 부시 행정부의 고민이다.



그는 다수파인 시아파를 향해 “수니파를 몰아세우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시아파에 대한 재정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라크의 혼란상황은 미국과 그 동맹국의 판단을 흐리고 있다. ‘언제 이라크 파병군을 본국으로 불러들일 것인가’라는 핵심적 부분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철수전략(exit strategy)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라크 치안에는 구멍이 뚫렸다. 미군 사망자는 가랑비에 옷 젖듯 2000명이 훌쩍 넘었다. ‘베트남전에선 5만명의 미군이 죽었다’는 사실은 위안이 되지 않는다. 이라크 주둔 외국군은 그 자체가 딜레마다. 오사마 빈 라덴은 “미군은 이슬람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라크 내 반미 저항세력 또한 미군 철수를 테러의 목표이자 명분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미군은 바로 반미 저항세력의 존재에서 이라크 주둔 명분을 찾는다. 반미 테러리스트와 미군은 서로 싸우면서 의존하는 기묘한 관계다.

이라크 주둔 미군은 이라크 내 세력균형에서 결정적인 중심이다. 따라서 무작정 철수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라크 주둔 미군이 베트남전쟁 때처럼 “베트남이 어찌되건 미국인 목숨이 더 중요하다”며 ‘나 몰라라 철수’를 감행할 경우 이라크에선 적대세력들 간의 내전이 본격화할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 이라크 군은 무장 수준에서 바그다드의 친미 정권을 위협할 만하다. 특히 군은 충성도마저 의심받고 있다. 생계유지를 위해 군에 입대한 상당수 이라크 병사는 말이 정부군이지 자신의 종파에 대한 소속감이 훨씬 강하다.

실제로 이라크에서 내전이 벌어진다면 그 양상이 어떻게 나타날지는 전문가마다 예상이 다르다. 전면전이 펼쳐질 것이란 전망도 있고, 갈등 속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게 될 것이란 낙관론도 있다.

따라서 미국의 핵심인 목표는 ‘내전을 막아낼 정도로 효과적이고 강력한 친미 정부’를 바그다드에 확립해 놓는 데 있다.

이와 관련, 올해 정식 출범하는 이라크 합법정부를 이끌 인물을 정하는 일은 중요한 문제다. 미국이 선호하는 인물은 이브라힘 알 자파리 총리. 그러나 수니파와 쿠르드족은 그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인다. 시아파는 자파리를 대신해 미국이 동의할 만한 마땅한 인물을 찾아내야 하지만 그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래저래 이라크 정부의 출범은 예정보다 더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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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명 국제분쟁전문기자 kimsphot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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