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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함께 떠나는 중국여행 ⑧

‘청사(靑蛇)’ ‘양축(梁祝)’

원초적 욕망 좇는 순수 인간의 저항과 낭만

  • 이욱연 서강대 교수·중국현대문학 gomexico@sogang.ac.kr

‘청사(靑蛇)’ ‘양축(梁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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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사람들의 자부심

‘청사(靑蛇)’ ‘양축(梁祝)’

영화 ‘청사’와 ‘양축’의 포스터

중국에는 4대 민간 전설이 있다. 중국 민중의 욕망과 꿈이 담긴 이야기들이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견우직녀’ 이야기를 비롯해 ‘맹강녀(孟姜女)’, ‘백사전(白蛇傳)’, ‘양산백(梁山伯)과 축영대(祝英臺)’ 이야기가 그것이다.

‘맹강녀’ 이야기는 만리장성과 관련이 있다. 결혼한 지 사흘 만에 장성 쌓는 노동자로 징발된 남편을 찾아 나선 새색시 이야기다. 남편이 이미 시체가 되어 장성 안에 파묻힌 것을 알고 맹강녀가 얼마나 슬프게 울었던지 장성이 무너지고 거기서 남편의 시체가 나왔다. 맹강녀가 장성을 무너뜨렸다는 보고를 받은 진시황은 당연히 진노한다. 그런데 맹강녀의 출중한 미모를 보고는 마음이 바뀌어 황후로 삼으려 한다. 그러자 맹강녀가 세 가지 조건을 내건다. 남편 무덤을 만들고 정중하게 장례를 치를 것, 그런 뒤 절을 할 것, 자신과 함께 사흘 동안 바다에서 놀 것. 진시황은 앞의 두 가지 약속을 지킨다. 자기의 뜻이 이뤄진 것을 확인한 맹강녀는 진시황이 세 번째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찾은 바다에서 자살한다. 그 뒤 맹강녀가 은어로 변했다는 설도 있고, 모기 같은 벌레로 변해 진시황을 물어서 죽게 했다는 설도 있다. 만리장성을 쌓는 것이 민중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었는지, 당시 민중이 진시황을 어떻게 바라봤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이야기다.

‘백사전’, ‘양산백과 축영대’ 이야기는 시후와 항저우 일대에서 일어난 이야기이고, 영화 ‘청사’와 ‘양축’의 모태가 됐다. 최근 항저우에는 새로운 관광상품이 하나 생겼다. ‘쑹청(宋城)’이라는, 송나라 때 거리를 재현한 일종의 테마파크가 있는데 이곳에 설치된 초대형 극장에서 중국 전통 예술을 공연하는 상품이 관광객에게 큰 인기다. 이 공연의 주요 레퍼토리가 ‘백사전’과 ‘양산백과 축영대’ 이야기다. 공연을 보고 있으면 중국 4대 민간 전설 가운데 두 가지가 자기 고장에서 탄생했다는 데서 비롯된 항저우 사람들의 문화적 자부심이 느껴진다.

뱀=근원적 생명력



‘백사전’은 중국의 민간전설이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에도 전파되어 조금씩 변형되거나, 예술작품으로 재창조됐다. 1953년에 제작된 일본 첫 컬러 애니메이션이 ‘백사전’일 정도다. 전설이라는 것이 본래 핵심적인 줄거리는 있지만 시대, 지역에 따라 부분적으로는 다른 내용으로 전해진다. 대부분 구전(口傳)되기 때문에 이야기하는 사람에 따라 내용을 추가하기도 하고, 삭제하기도 하고, 변형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1994년 쉬커(徐克) 감독이 만든 영화 ‘청사’도 민간전설인 ‘백사전’을 토대로 하고 있지만 약간의 변화를 줬다.

‘백사전’은 뱀의 변신 이야기, 변신설화다. 옛날에 중국인들은 하나의 생명체가 다른 생명체로, 어떤 경우에는 전혀 다른 종류의 생명체로 변신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기원전 2000년경부터 생활 속에서 유충, 고치, 나방 등의 변신을 관찰하고 양잠술을 완전히 터득한 사람들이니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이런 변신에 관한 생각이 신화에도 침투했다. 우 임금의 아버지가 홍수를 다스리지 못해 자라로 변신하는 처벌을 받는다든가, 불사약을 훔친 항아(姮娥)가 달로 달아났다가 두꺼비가 된다든가 하는 변신 이야기가 많다. ‘장자’도 거대한 물고기가 새로 변하는 이야기로 시작하지 않는가. 변신을 동물계의 원리 가운데 하나로 여겼던 것이다. 고대 중국인들에게 변신은 무죄이자, 존재의 형식 그 자체였다. 우리 단군신화에서 곰이 쑥과 마늘을 먹으며 수련한 끝에 인간으로 변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백사전’에서 백사는 시후 호수 속에서 500년 동안 수행한 끝에 여자가 된다. 이름은 백소정(白素貞)이다. 흰 아가씨란 뜻으로 백낭자(白娘子)라 부르기도 한다. 이름 그대로 하얀 뱀이 한없이 순결한 백옥의 여인으로 변신한 것이다. 그의 곁에는 푸른 뱀에서 변신한 소청(小靑)이라는 하녀가 있다.

영화에서는 백소정이 1000년을 수련해 사람이 됐고, 소청은 500년을 수련해 사람이 된 것으로 나온다. 수련 기간이 차이가 나는 만큼 백소정은 완벽하게 사람이 됐지만 소청은 아직 뱀의 티를 벗지 못했다. 영화에서 백소정 역은 왕쭈셴(王祖賢)이, 소청 역은 장만위(張蔓玉)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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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욱연 서강대 교수·중국현대문학 gomexico@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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