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미국 문화 원류 탐험기 ④

‘프런티어 맨’, 대니얼 분 신화의 무대 컴벌랜드 갭

숱한 문명의 행렬 거쳐간 서부 개척의 관문

  • 신문수 서울대 교수·미국문학 mshin@snu.ac.kr

‘프런티어 맨’, 대니얼 분 신화의 무대 컴벌랜드 갭

3/8
‘프런티어 맨’, 대니얼 분 신화의 무대 컴벌랜드 갭

대표적 개척자 대니얼 분의 초상 (Chester Harding, 1820).

체로키는 인디언 보호 구역이다. 길 양 옆으로 원주민이 만든 칼, 가죽 제품, 카펫, 담요, 장신구 따위를 파는 토산품 가게와 숙박시설이 즐비하다. 악명 높은 ‘눈물의 트레일’을 따라 오클라호마로 떠나야 했던 체로키족의 후손들이 그 참담한 디아스포라(이산)에서 살아남아 이제 관광 산업의 첨병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사는 그들의 비극적인 역사를 최근에야 그 일부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런 성과도 살아남은 후손들이 자본주의의 대열에 끼어들어 가냘픈 목소리를 결집시켜 그들의 과거에 대해 말한 덕택이다.

‘자연의 나라’ 실감

체로키를 지나니 길은 산정을 향해 에도는 오르막길이다. 30여 분을 달리니 이윽고 뉴파운드 갭 산정이다. 해발 1538m(5046피트). 주 경계가 산정의 한 가운데를 지나고 있으니 한편은 테네시주이고 다른 한편은 노스캐롤라이나 주다. 사면으로 첩첩이 산이 이어져 있고, 명칭 그대로 아스라한 연무가 산자락의 여기저기에 걸려 있다. 산정이라 하나 이곳이 관문이니만큼 주변의 산들이 오히려 더 높다. 그레이트 스모키 산맥의 높은 지역은 대부분 1500m 이상이고 1800m가 넘는 산봉우리만 16개, 그 가운데 최고봉인 클링맨스 도움은 2024m(6643피트)이다. 북미 대륙의 동부 지역에서 가장 높은 인근의 미첼 봉(6684피트)과 크레이그 봉(6647피트)에 조금 뒤진 세 번째다.

단풍이 물결치는 고산준령은 정녕 아름다우면서도 장엄하다. 미국을 ‘자연의 나라’라고 한 토머스 제퍼슨의 표현이 실감난다. 이 신생 공화국의 정치가는 버지니아의 이모저모를 묻는 프랑스 공사관 서기 프랑수아 마보와에게 자연에 관한 한 미국은 유럽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하고, 그 증거로 그 무렵 테네시에서 발견된 거대한 매머드의 뼈를 들었다. 그 후예들이 필시 지금도 대륙의 어딘가를 누비고 있을 터이니 미국이 얼마나 광활한 나라인지 상상해보라는 것이다. 숭엄미를 자아내기에 족한 이 외외한 산봉우리들은 버지니아의 한 산정에서 제퍼슨이 느낀 그대로, ‘야성적이고 압도적이면서, 또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즐거움을 선사한다.’

산정으로 유명한 애팔래치안 트레일이 지나고 있다. 애팔래치안 트레일은 메인주의 카타든 산에서 조지아 주의 스프링어 산까지 장장 3488km(2167마일)에 걸쳐 애팔래치아 산맥을 따라 이어지는 하이킹 전용 트레일이다. 동부 14개 주를 관통하는 애팔래치안 트레일은 1968년 제정된 트레일법에 의해 지정된 미국의 첫 국립 트레일이다.



뉴파운드 갭을 내려와 녹스빌 방향으로 달리다가 이내 지방도 411번으로 갈아탄 다음, 다시 뉴포트 부근에서 국도 25번으로 갈아타고 한 시간가량 달리니 컴벌랜드 갭 안내 센터가 보인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켄터키 주의 미들즈버러이다. 나지막한 산들이 사면을 둘러싸고 있는 분지여서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안내 센터에 들르니 컴벌랜드 갭의 역사와 이곳을 개척한 대니얼 분(Daniel Boone)을 소개하는 자료가 다수 비치되어 있다. 프런티어를 누빈 개척자의 상징으로서 생전에 이미 전설이 되어버린 인물 대니얼 분은 이곳 컴벌랜드 갭에서 그 전설적인 삶을 시작했던 것이다.

한쪽 벽면에는 켄터키로 이주자를 안내하는 대니얼 분을 주제로 한 빙엄(George C. Bingham)의 낯익은 그림이 걸려 있다. 그림 속의 대니얼 분은 아내와 딸이 탄 말의 고삐를 잡고 이주자 일행을 켄터키로 인도하고 있으나, 어쩐지 그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전설적인 프런티어맨으로서 대니얼 분은 양 떼를 거느린 목자라기보다는 인디언의 눈을 피해 숲길을 헤쳐 나가는, 페니모어 쿠퍼의 영화 ‘최후의 모히칸족’ 주인공 호크아이와 같은 존재여야 하지 않겠는가. 나의 상상력은 친숙한 호크아이를 통해 대니얼 분을 떠올리고 있으나 실은 그 반대여야 한다. ‘레더스터킹 소설’ 연작의 주인공 내티 범포(Natty Bumppo)를 창조하면서 쿠퍼가 시대의 전형으로 이미 신화화된 대니얼 분을 모델로 삼았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숲 속의 콜럼버스’, 대니얼 분

그러나 지나치게 단순화할 필요는 없다. 그는 모든 억압적인 규율과 문명의 악에서 벗어난 삶의 상징인 동시에 문명의 전령사였고, 완악한 개인주의의 표상이면서 켄터키와 미주리에 자신의 이름을 딴 도시를 건설하고 여러 공직을 역임한 공동체인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삶은 사람들이 원하는 바, 다의적 상징이 되기에 충분할 만큼 넉넉했다. 대니얼 분이 이 서부의 관문을 처음 찾은 것은 35세 때인 1769년. 분에 앞서서 1750년에 측량사인 토머스 워커가 백인으로는 처음으로 이곳을 답사하고 관문에 이르는 길이 있음을 기록으로 남겼다.

3/8
신문수 서울대 교수·미국문학 mshin@snu.ac.kr
연재

미국 문화 원류 탐험기

더보기
목록 닫기

‘프런티어 맨’, 대니얼 분 신화의 무대 컴벌랜드 갭

댓글 창 닫기

2022/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