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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 오만? ‘CEO형 정치인’ 연구

‘1류 재계’→‘2류 정치’ 수혈은 당연! ‘황제 스타일’은 어쩔 수가 없어!

  • 이동훈 한국일보 정치부 기자 dhl3457@naver.com

실력? 오만? ‘CEO형 정치인’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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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까지 나온 놈이…”

서울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열린우리당 이계안 의원은 현대캐피탈 회장 출신이다. 그는 “이명박 시장과는 성격이 다른 CEO 출신”임을 강조한다. “이 시장은 개발독재 시대에, 나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세계화된 시장에서 CEO를 지냈다”는 것이다. 다음은 이명박 시장에 대한 그의 평가다.

“1976년 내가 현대중공업에 입사했을 때 이명박 시장은 현대건설 부회장이었다. 이듬해에 사장이 되더라. 오랜 기간 같이 일했고 많이 보고 배웠다. 이 시장은 청계천 복원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내놓았다.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청계천을 걸어본 시민은 좋아한다. 고객이 좋아하는 일을 한 것이다.

하지만 임기 4년을 고려할 때 너무 많은 일을 벌여놓았다. 가령 뉴타운 개발을 봐라. 뒷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법, 제도, 예산의 뒷받침 없이 계획만 내놓아서 땅값을 엄청나게 올려놨다. 사업 타당성을 맞추려면 중대형 아파트나 주상복합 건물을 지어야 한다. 그러면 원래부터 거기 살던 사람은 못 살게 된다. 한 군데라면 몰라도 26군데다. 이제 변두리도 남아 있지 않다. 괴나리봇짐이나 싸서 서울에서 벗어나야 한다. 주거환경 개선 사업인데, 핵심인 원주민은 떠나게 되어 있다.”

이계안 의원은 1998년 46세에 현대자동차 사장이 됐다. 그에게도 ‘샐러리맨의 우상’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현대그룹의 구조조정 작업과 경영전략이 모두 그의 머리를 거쳤다고 할 만큼 그는 ‘현대의 재사(才士)’로 통했다. 그가 정치에 입문하게 된 동기도 특별나다. 현대차 사장으로 승진했을 때 부친에게 인사를 했더니 부친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서울대까지 나온 놈이 처자식 먹여 살리는 일이 그렇게 중요하냐?”

이 한마디에 자신의 인생을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는 것이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도 대표적인 CEO출신이다. 그의 이력은 그 누구보다 화려하다. 경기고·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국비 유학생 1호,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 삼성전자 CEO, 세계 최초 16MD램(RAM) 개발, 정보통신부 장관‥. 그는 늘 선두였다.

진 후보는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IBM 연구소에서 근무했다. 대학시절부터 마음이 끌린 반도체 분야의 선진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였다. 1985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48세에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사장이 됐다. 진 전 장관은 ‘미스터 칩’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기존 정치인과 다른 입당식을 선보였다. 로봇이 입당원서를 제출한 것. 그랬다가 ‘공공부문 예산으로 제작된 로봇을 개인의 입당식 이벤트에 활용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기득권층일 수밖에 없는 CEO는 복합적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진 전 장관에겐 ‘강남의 상징 타워팰리스 거주’ ‘자녀 국적 문제’ 같은 부정적 이미지도 있다. 유림종합건설 회장을 지낸 김양수 의원, 심로악기 회장을 지낸 심재엽 의원도 CEO 출신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CEO 출신 정치인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일을 할 줄 안다’는 점이다. 이는 평생 효율성을 추구하며 달려온 이력이 낳은 결과다.

“공무원 출신은 이렇게 못한다”

이명박 시장의 친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은 스스로를 가리켜 ‘대한민국 최초의 순수 CEO 출신 국회의원’이라고 말한다. 그는 1961년 코오롱 공채 1기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주)코오롱 사장 자리에 올랐다. 1988년 13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몸담았다. 당 안팎에서 그에 대한 평가는 우호적이다. ‘전략적이고 합리적인 정치인’으로 꼽힌다. 그는 2004년 총선을 앞두고 탄핵역풍이 불 때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맡고 있었다. 당시 한나라당은 최병렬 대표가 물러난 뒤 당 대표 경선으로 분위기 일신을 노렸다. 그러나 방송사에서 한나라당의 대표 경선 토론을 방송하지 않겠다고 했다. 한나라당에는 위기였다.

이때 한나라당에는 “방송사와 싸우자”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이상득 당시 총장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 총장은 당직자들을 이끌고 방송사를 찾았다. 70대의 이 총장은 아들뻘 되는 방송사 관계자 앞에서 나이가 무색하게 고개를 숙였다. “한번만 봐주소”라며 거의 읍소하다시피 했다. 결국 방송사는 방침을 바꿔 한나라당 대표 경선 토론회를 중계방송했다. 방송사와 싸우는 건 쉬운 일이었다. 방송사를 설득하는 것은 그보다 100배 어렵지만 ‘실리’가 훨씬 많은 일이었다. 한 당직자의 회고다.

“정해놓은 목표를 반드시 성취하겠다는 무서운 의지가 느껴졌다. 체면을 차리거나 이것저것 가리지 않았다. 공무원 출신이면 절대 이렇게 못한다. 전형적인 기업인 마인드였다.”

이명박 시장의 청계천 복원은 CEO형 정치인의 장점인 추진력, 효율적 일 처리, 높은 생산성을 유감없이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는다. CEO형 정치인은 강압과 권위로 다스려지던 정치·행정 조직에 ‘효율성’을 도입한 공로도 있다. 군 출신과 보스형 정치인들이 다스리던 정치조직에 ‘시스템적 정치문화’가 스며든 데는 CEO형 정치인의 기여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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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한국일보 정치부 기자 dhl34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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