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르포

蘭에 미친 사람들

“난뿌리 하나 잘 캐면 로또가 부럽지 않다”

  • 김순희 자유기고가 wwwtopic@hanmail.net

蘭에 미친 사람들

3/5
蘭에 미친 사람들

전주 ‘세계난산업박람회’에서 열린 난 경매장.

“난 상인이 나한테 산 난을 1200여만원에 되팔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난 상인들은 산채한 난을 헐값에 사들여 몇 배의 이익을 남긴다. 심지어 10만원에 산 난을 수천만원에 판 상인도 있다.”

오래 전에는 산지에서 직접 난을 채취한 사람들이 고가의 난인 줄 모르고 싼 값에 파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를 두고 난 상인들은 ‘횡재했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산채인들이 고가의 난에 대한 정보를 숙지하고 있어 예전처럼 난 상인들에게 앉아서 당하는 경우는 드물다. 국내 난 애호가는 1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종사자에 따르면 난 애호가 중 촉당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대의 난을 구입하는 수요자도 3만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한국 춘란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난 재배는 유망한 수출산업으로 떠올랐다. 국제적으로도 우리나라의 춘란이 가장 우수하고 가격도 비싼 편에 속한다. 춘란은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등에서 각광받고 있다. 특히 난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는 중국과 일본이 우리나라의 고가 난을 수입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난이 돈이 된다’고 판단한 전남 함평군은 올해 82억원을 확보해 ‘난 공원’ 조성사업에 착수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세계난산업박람회를 개최한 전북 전주시도 난의 고부가가치 창출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전주대에서는 내년에 국내 최초로 난 학과를 개설할 예정이다.

난은 옛 선조의 선비정신을 배울 수 있고 각박한 현대인의 정서순화에 도움이 되면서 훌륭한 ‘투자상품’이기도 하다. 촉당 5000만원짜리 난을 사 1년에 걸쳐 2촉을 배양하면 1억원이 남는다. 난도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고가의 난 품종당 200~340분(분당 3촉 기준)까지는 제값을 받는다. 품종당 1000촉이 넘으면서부터는 가격이 떨어진다. 1촉의 난이 1000촉으로 배양되기까지는 20여 년이 걸린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난은 촉당 1억5000만원(상품 기준)을 호가하는 엽예품 ‘벽담’이다. 벽담은 잎 가운뎃부분이 아예 노랗게 변해 희귀종 중에서도 희귀종에 속한다. 이 난은 일본에 3촉, 국내에 7촉밖에 없다. 국내에서 벽담을 소장한 사람은 한국난문화협회 류중광 이사장이 유일하다.

기다림 즐길 줄 알아야

류 이사장은 난 애호가들 사이에는 유명인사다. 1980년대 말, 국내의 희귀종 난이 헐값에 일본으로 유출되고 나서 수년 뒤 국내로 고가에 역수출된 사실을 알게 된 류 이사장은 국내산 난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데 앞장서고 있다.

“희귀종 난이 한 촉이라도 해외에 유출되면 손해다. 일본이나 중국에 수출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일본, 중국 사람들은 한국 춘란을 굉장히 좋아한다. 내가 소장한 벽담은 일본과 중국 난 애호가들이 서로 사가겠다고 거액을 제시하지만 팔지 않는다. 당장은 큰돈이지만 멀리 보면 손해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배양해 수출하는 것이 국가 경제는 물론 나 자신에게도 도움이 된다.”

고가의 난을 가장 많이 소장한 것으로 알려진 류 이사장이 난에 입문한 것은 25년 전, 조부모의 산소 주변에 자생하는 난을 보고 그 빼어난 자태에 마음을 빼앗기고부터다.

“고매한 잎 모양, 향이 진하지 않지만 은근한 멋이 묻어나는 꽃…. 난과의 만남은 커다란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왔다. 난을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평온해지고 근심과 걱정이 덜어진다.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난에 취해 있는 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를 것이다. 난은 기다림, 즉 인내심 없이는 기르기 힘들다. 어떤 난은 꽃을 보기 위해 3~5년의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 기다림을 즐길 줄 알아야 진정한 난 애호가라 할 수 있다.”

3/5
김순희 자유기고가 wwwtopic@hanmail.net
목록 닫기

蘭에 미친 사람들

댓글 창 닫기

2021/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