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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 잡는 여경’ 강순덕 청부수사 미스터리

얽히고설킨 돈거래, 윤상림과 상부상조, ‘특별한 관계’ 제보자의 수사 개입…

  •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장군 잡는 여경’ 강순덕 청부수사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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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강 경위의 수사에 참여한 한 경찰관은 검찰 조사에서 “사실상 윤사또(윤상림씨의 별명)가 수사를 다 했다”며 치를 떨었다고 한다. 실제로 2003년 5월7일 윤씨의 공범인 이씨는 서울 종로에 있는 윤씨의 사무실에서 윤씨가 지켜보는 가운데 강 경위에게 H건설과 군 장성들의 뇌물수수 비리에 대해 증언했다.

윤씨와 강 경위의 특별한 관계는 2003년 12월 강 경위가 설화(舌禍)를 입어 경찰청 특수수사과에서 남대문경찰서 경무과로 좌천됐을 때도 드러났다. 당시 강 경위는 경찰청 구내 커피숍에서 동료들에게 시중에 떠돌던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 및 강금실 법무부 장관을 소재로 한 소문을 얘기했는데 그 사실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좌천인사를 당했다. 당시 윤씨는 대담하게도 청와대 민정수석실 양인석 사정비서관을 찾아가 강 경위를 선처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관계자들 진술에 따르면 두 사람의 관계에는 남녀간 감정이 개입됐던 것으로 짐작된다. 윤씨는 검찰에 구속된 후에도 강 경위에 대해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강 경위를 유리하게만 해주면 뭐든지 하겠다”는 말까지 했다는 것.

강 경위는 한때 제3자를 내세워 윤씨의 구애 공세를 차단하기도 했다. 강 경위의 삼촌으로 위장한 이 제3자는 윤씨를 만나 “(강 경위에게는) 결혼할 사람이 있으니 더 이상 치근대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것이 효과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강 경위가 구속된 후 윤씨가 그의 언니를 만났다는 얘기가 있는 걸 보면 윤씨의 애정 어린 관심이 ‘경고 사건’ 이후에도 식지 않았던 것 같다. 어쨌든 강 경위는 윤씨를 제보자로 활용하면서 일정한 거리를 둔 것으로 짐작된다.

자신은 투자하고 언니는 대표이사



검찰은 두 사람의 돈 거래관계를 추적하고 있는데, 강 경위를 구속한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와 윤상림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공조하고 있다. 하지만 추적결과는 수사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수표추적을 통해 2003년 6월 윤씨의 이름이 배서된 수표 800만원이 강 경위의 계좌로 들어간 사실을 확인했다. 그 무렵 출처를 알 수 없는 수천만원이 현금으로 들어간 사실도 밝혀냈다. 강 경위가 윤씨의 도움을 받아 건설업체와 전·현직 군 장성들의 뇌물수수 비리를 수사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강 경위의 수사배경을 의심하는 것은 무리다. 검찰이 그 돈의 출처를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 경위가 네팔 인력송출업자 김모씨를 알게 된 것은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근무할 때였다. 어떤 사건에서 김씨가 참고인으로 강 경위에게 조사받은 게 인연이 됐다고 한다. 2003년 10월 김씨는 서울 대신동에 에스비휴먼리소스라는 인력송출회사를 차렸다. 그런데 이 회사의 초기 자본을 댄 사람이 바로 강 경위였다. 회사 위치도 강 경위 집 바로 옆이었다. 당시 강 경위는 김인옥 현 울산경찰청 차장과 한집에서 살고 있었다. 김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김인옥 차장과의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김 차장의 승용차를 운전하는 등 개인비서처럼 일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에스비휴먼리소스는 실적 부진으로 몇 달 지나지 않아 문을 닫았다. 하지만 법인 등기부등본엔 아직 이 회사의 이름이 살아 있다.

강 경위가 이 회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은 임원 등재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회사의 이사는 김씨를 포함해 모두 세 명인데, 그중 두 사람이 강 경위의 언니다. 또 감사에는 강 경위 남동생의 이름이 올라 있다. 대표이사도 김씨가 아니라 강 경위의 언니가 맡았다.

강 경위는 검찰에서 김씨와의 돈 거래에 대해 “사업하는 데 돈이 부족하다고 해서 빌려줬을 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김씨에게 투자한 돈을 돌려받은 것은 이듬해 초다. 김씨가 강 경위 동생의 계좌로 입금한 4000만원이 그것. 빌려준 금액 그대로 되돌려받은 점을 감안하면, 두 사람의 돈 거래에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이 돈은 김씨의 새로운 동업자 서모씨의 것이었다. 서씨가 김씨를 알게 된 것은 사채업자인 고교 동창 최모씨의 소개를 통해서였다. 다음은 서씨의 증언.

“김씨는 처음 만나는 자리에 중국 손님을 데리고 왔다. 중국 회사와 손잡고 인력송출사업을 할 계획이라며 사업계획서를 검토해달라고 했다. 싱가포르에 있는 인력송출회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 인력송출회사의 국내 지사를 차리고 싶다고 했다. 그가 말한 회사는 세계적인 규모의 인력송출회사였다. 그날 데리고 나온 중국인도 그 회사 직원이라고 했다. 두세 번 더 만난 후 그의 제의를 받아들여 투자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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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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