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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경제밀월 속 소외된 한국, 제3의 기관 만들어 동북아 진출 홀로 뚫자

  • 김종일 현대사연구소 자문위원 kkmoscow@yahoo.co.kr

중·러 경제밀월 속 소외된 한국, 제3의 기관 만들어 동북아 진출 홀로 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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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경제밀월 속 소외된 한국, 제3의 기관 만들어 동북아 진출 홀로 뚫자

2006년 3월22일 중국 베이징 인민문화대회장에서 열린 중·러정상회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900명의 수행원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했다.

일본을 이용한 러시아의 중국 견제책은 중국 정부를 애달프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세계의 굴뚝’이라는 중국이 경제성장을 계속하려면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 하지만 러시아는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후진타오는 자신보다 10년 연하인 푸틴을 찾아가 ‘동양적 예(禮)’를 갖췄다. 말이 예의지, 외교적으로는 ‘납작 엎드렸다’는 표현이 옳다. 2004년 10월 백설(白雪)의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후진타오에게선 ‘뻣뻣한 모습’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고, 그의 입에선 “러시아의 문화와 역사를 존경한다”는 말이 시종일관 흘러나왔다. 당시 TV를 통해 이를 목도한 모스크비치(모스크바 사람)들은 후진타오의 격조 있으면서도 동양적 아름다움을 갖춘 외교자세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반면 지난해 12월 프랑스를 찾은 후진타오는 분명 자신이 ‘을(乙)’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갑(甲)’의 위상을 보이며 꼿꼿하게 외교에 임해 “되로 주고 말로 선물을 받아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이 이처럼 러시아에 대해 적극적이면서도 저자세를 취하는 것은 지정학, 경제, 군사 등 모든 측면에서 분석해도 러시아를 등지고는 생존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으로 부상한 러시아는 중국에 더없이 귀중한 이웃이다.

생명의 젖줄, 러시아

물론 러시아로서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러시아는 중국에 에너지를 대량으로 판매하는 대신,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생필품과 기초 생산품을 수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장기적이고도 물류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수입구조를 가진 나라는 중국밖에 없다. 하지만 러시아는 원유의 판로가 안정되는 반면, 판로의 다양화를 이루지 못함으로써 중국경제의 흥망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군사적 측면에서도 중국은 러시아에 계속 기대야 할 상황이다. 중국은 군수물자 체계를 도입할 때 이미 러시아 시스템을 받아들여 이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는 처지다. 걸핏하면 실랑이를 벌이는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사들일 수는 없는 까닭이다. 중국은 러시아와 선린관계를 유지하는 게 실보다 득이 많긴 하나 국제적 역학관계 때문에 끌려가는 면이 있어 속앓이를 하는 형편이다.

중국 경제의 급속한 발전으로 말미암은 육류 중심의 식단 변화는 또 하나의 고민을 낳았다. 인민에게 엄청난 양의 육류를 제공하려면 가축의 먹이가 될 막대한 초지(草地)가 필요하지만,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땅값 때문에 중국 내에선 대형 초지를 조성하기가 어렵다. 결국 또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처지다. 달갑지는 않지만 러시아는 중국에 있어 생명의 젖줄과도 같은 존재인 셈이다.

푸틴-후진타오의 반미 동맹

후진타오 주석은 국가 발전을 내세워 푸틴 대통령에게 한껏 주문을 늘어놓았다. 중앙아시아 진출을 위해 러시아가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해달라는 게 그중 하나. 그렇게 해주면 전략적 요충지인 중앙아시아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실질적 지배를 인정하겠다는 계산이다. 후 주석은 러시아측에 중앙아시아 국가 중 우선 카자흐스탄과 관계개선을 추진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일명 스탄공화국으로 불리는 중앙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경제 발전이 가장 빠른 나라가 카자흐스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카자흐스탄의 경우 다른 스탄 공화국들과는 달리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정거장(바이코누루)을 보유한 까닭에 군사적 가치도 높다는 게 중국측 분석. 이런 카자흐스탄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면 에너지 및 군사연구집단을 얻는 등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이다.

러시아 또한 중앙아시아 지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한편으론 경계하면서도 꼭 싫지만은 않은 표정이다. 지난해 미군이 대(對)테러전쟁을 내걸고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에 공군기지를 세우자 중국,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4개국 등 6개국이 상하이협력기구(SOC)를 내세워 몰아낸 바 있다.

이 같은 여세를 몰아 러시아는 CIS(독립국가연합) 내에 CSTO(집단안보조약기구) 주도의 PKO(평화유지군)를 창설하기에 이른다. 러시아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PKO에는 러시아 외에도 벨로루시, 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이 회원국으로 들어갔다. PKO는 오는 6월 벨로루시에서 창설 조인식을 갖고 8월에는 카자흐스탄에서 러시아 공수부대 및 회원국 최정예부대가 참가하는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할 예정. 이 합동군사훈련에는 중국군 고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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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일 현대사연구소 자문위원 kkmoscow@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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