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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부의 ‘한미 FTA 기대 효과 보고서’ 부실 논란

국내 생산 없는 픽업트럭이 ‘대미수출 유망종목’,가장 기대되는 수혜업종은 양말 산업?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재경부의 ‘한미 FTA 기대 효과 보고서’ 부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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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부의 ‘한미 FTA 기대 효과 보고서’ 부실 논란

한미 FTA가 체결되면 대미 무역흑자는 줄 것으로 예상된다.

비슷한 사례가 또 있다. ‘기계부품류는 대일수입이 대미수입으로 전환돼 대일 무역적자 축소가 기대된다’는 주장이 그것. 관세가 사라져 값싼 미국산 기계부품이 국내로 유입돼 일본 부품을 대체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한국공작기계공업협회 관계자는 “기계류는 오랫동안 일본과 독일 제품 규격에 맞춰져 왔기 때문에 미국산 부품이 저렴해도 이를 수입할 업체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교하지 못한 분석도 눈에 거슬린다. “자동차부품은 NAFTA 체결 후 일본과 멕시코의 미국 내 시장점유율이 역전됐다”는 대목이 그런 예다. 1990년에 미국 내 일본 자동차부품의 시장점유율은 32.9%였으나, 2003년엔 18.5%로 줄었다. 반면 멕시코의 시장점유율은 같은 기간 14.1%에서 28.3%로 증가했다. 이것이 NAFTA의 효과라는 얘기다.

통상을 전공한 한 경제학자는 “현실을 좀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정부의 분석은 아마추어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겉으로는 일본의 자동차부품 점유율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 예를 들어 일본의 자동차 회사는 미국에 진출할 때 자동차부품업체를 데리고 간다. 오랫동안 자동차부품을 공급한 업체들이 동반 진출해야 미국시장에서도 품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이런 일본의 진출 전략을 벤치마킹해 미국시장 진출에 응용하고 있다.

그런데 자동차업체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부품업체는 자사가 생산한 제품에 미국산이라고 표기한다. 미국에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제품의 생산이 늘수록 자연히 ‘메이드 인 재팬’의 미국 시장점유율은 떨어진다. 사실은 일본 제품이 미국 제품으로 둔갑한 것이다. 재경부는 보고서를 만들 때 1990년 이후 일본 자동차 회사의 미국 진출 추이와 그에 따른 ‘무늬만 미국산 부품’의 생산량까지 고려했어야 한다.

한국 기업이 이젠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도록 유도해야 하는데도 이와 동떨어진 주장을 한 사례도 있다. 재경부는 ‘가죽, 고무, 신발 분야는 미국의 고관세 장벽이 철폐되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런 산업은 저부가가치 산업이라 크게 반길 만한 것은 아니다. 또 “휴대전화와 디스플레이 산업에도 FTA 기대효과가 있다”고 했지만, 이런 제품은 이미 세계에서 1위를 달리고 있으니 하나마나한 소리에 불과하다.



질문은 이어지고, 또 이어지고…

한미 FTA의 핵심인 서비스업 개방에 따른 대책도 미흡하다. 재경부는 법률 금융 교육 의료 방송 등을 분야별로 나열하고, 개방하면 경쟁력과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개방에 따른 다각도의 효과 분석은 찾아볼 수 없다.

예컨대 금융업을 개방한다는 것이 낙후된 금융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것인지, 제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금융업을 키우겠다는 것인지가 불분명하다. 영국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한 대학교수는 “영국이 금융산업을 개방한 ‘빅뱅’ 이후 화학 등 일부만 빼고 대부분의 제조업이 쇠퇴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업 개방은 제조업체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쪽으로 유도해야 한다”며 “목적 없는 금융업 개방으로 영국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경부의 주장에도 일리 있는 것이 있다.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상승한다거나, 통상마찰을 겪고 있는 철강산업이 걱정을 덜 수 있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볼 때 FTA 체결 뒤 국내 산업의 보완대책을 담당할 부처가 내놓은 것이라고는 보기 어려울 만큼 내용이 미흡하다. 업계의 의견을 반영했다거나 이해관계를 조정한 흔적도 찾기 힘들다.

이런 태도는 외교통상부라고 다르지 않다. 4월26일 국가경영전략연구원이 주최한 세미나 현장. 김종훈 한미 FTA 협상 수석대표가 ‘한미 FTA 출범 경과와 향후 계획’을 발표한 뒤 업계 대표들로부터 의견을 듣는 시간이었다. 업계의 관심은 뜨거웠다. 정해진 시간을 넘겼는데도 질문은 이어지고 또 이어졌다.

“FTA가 체결되면 미국에서 생산된 외국 중고차가 한국에 많이 들어올 것 같다. 국내 자동차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 이에 대한 정부의 협상대책은 무엇인가” “국가에서 공인한 기술사들은 자격증을 갖고 미국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가” “미국 제품과 우리 제품의 품질규격이 다른데 관세 철폐에 따른 효과는 무엇인가”….

김종훈 대표는 기업인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물론 협상 대표가 이처럼 세세한 내용까지 다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의 답변은 FTA가 얼마나 정부 주도로만 추진되고 있는지를 엿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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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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