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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취재

‘공천=당선’, 한나라당 5·31 영남 공천 요지경

“능력보다 ‘충성서약’ 주효, 약발 안 먹히면 의원 물먹이기!”

  • 이동훈 한국일보 정치부 기자 dhl3457@naver.com

‘공천=당선’, 한나라당 5·31 영남 공천 요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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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의원 편지의 요지는 자신이 특정 인사의 공천을 반대한 것은 대선을 염두에 두고 새로운 인물을 충원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맞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최 의원의 현 시장 공천 반대는 경남 지역구 정치인 E씨 인맥에 대한 저항”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현 시장이 2004년 총선 당시 최 의원의 당선을 발 벗고 돕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의원 협박하는 공천 희망자

과연 공천의 잣대가 로열티말고는 없을까. 공천 초기 김덕룡·박성범 의원의 서울발(發) 공천 헌금 파문은 특히 영남 지역 한나라당 의원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시선이 자연히 영남지역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공천이 곧 당선’인 영남에서는 더 심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들이 나왔다. 갖가지 추측이 나돌았다. “드러나지 않을 뿐 구청장(공천 헌금)은 기본 4억~10억원에 달한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때를 맞춰 영남 의원의 보좌진이 공천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적발됐다. 영남지역의 공천 헌금은 드러나지 않았을 뿐 공공연한 사실이 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당사자 격인 영남지역 의원들은 이런 시선조차 억울하다는 주장이다. 한 영남지역 초선 의원의 말이다.



“너도나도 공천을 받기 위해 눈을 부라린다. 조금이라도 돈을 받고 미는 낌새가 보이면 난리가 나는 게 이 지역이다. 그런데 어떻게 공천 헌금이라는 게 있겠나.”

오히려 더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대구 동구에서는 이런 분위기 때문에 오히려 지역 의원들이 구청장 공천을 주기로 내정한 한 후보가 결국은 공천을 못 받는 일이 벌어졌다. 주성영·유승민 의원은 현 구청장 대신 공직자 F씨에게 구청장 공천을 주기로 내정했다. F씨는 공직까지 사퇴했다. 하지만 공천 헌금 파문이 터지면서 의원들은 오해를 받을까봐 몸을 사렸다. 현 구청장의 반발도 있었다. 결국 공천은 제3자에게 돌아갔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초기 지방선거 때와 비교하면 공천 헌금은 많이 사라진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의 공천 헌금 파문이 공천 헌금을 아예 없애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형태만 바뀌었을 뿐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전언이다.

“지역구 운영에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간다. 사무실 임대료에 직원 월급… 조직을 운영하는 경비가 만만치 않다. 후원금만으로 긴축 경영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이 십시일반 비용을 분담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공천 헌금을 ‘선불’에 ‘일시불’이 아닌 ‘후불’에 ‘분납’으로 내는 셈이다. 지역 의원의 스폰서 역할을 자임함으로써 공천을 받는 것이다.

공천이란 목표는 같지만 공천 헌금과 반대의 수단이 동원되는 경우도 있다. 공천 희망자가 의원을 협박하는 경우다.

영남의 한 지역구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구청장 공천을 희망한 G씨가 공천이 임박한 시점, 지역구 의원을 찾아와 두툼한 노트 한 권을 내밀었다. 노트를 들여다본 의원은 깜짝 놀랐다. 의원이 지역구에 내려올 때면 G씨는 의원이 먹은 밥값과 술값을 계산하곤 했다. 큰 금액은 아니었던 터라 의원은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노트에 언제 어디서 누구와 술을 마셨는지 빼곡히 기록돼 있었고, 그때마다 G씨가 계산한 술값이 1000원 단위까지 상세히 적혀 있었다. G씨는 이것을 들이대며 “공천을 못 받으면 이것을 (세상에)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고 한다. 의원의 코를 꿴 것이다.

보좌관은 힘이 세다

영남지역에서 터져 나온 공천 헌금 파문에는 공통점이 있다. 하나같이 보좌관이 개입돼 있다는 점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영남지역의 경우 의원들이 지역구를 찾는 횟수가 수도권에 비해 훨씬 적다. 머무르는 시간도 마찬가지다. 그렇다 보니 지역에 상주하는 보좌관이나 지역구 사무소의 사무국장들이 지역에서 의원을 대리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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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한국일보 정치부 기자 dhl34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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