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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취재

‘공천=당선’, 한나라당 5·31 영남 공천 요지경

“능력보다 ‘충성서약’ 주효, 약발 안 먹히면 의원 물먹이기!”

  • 이동훈 한국일보 정치부 기자 dhl3457@naver.com

‘공천=당선’, 한나라당 5·31 영남 공천 요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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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당선’, 한나라당 5·31 영남 공천 요지경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초기 지방선거 때와 비교하면 공천 헌금이 많이 사라졌다”고 말하지만 일부에선 “형태만 바뀌었을 뿐 공천 헌금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자연히 지방선거에서 이들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암묵적으로 형성돼 있다. 의원이 초선이어서 보좌관이나 사무국장이 지역 사정에 더 밝으면 그런 분위기는 더 심해진다.

4월초 김덕룡·박성범 의원의 공천비리가 터졌을 당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렸던 초선 김명주(경남 통영·고성) 의원은 자신의 보좌진이 공천과 관련해 돈을 받은 사실이 나중에 드러나면서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한나라당 고성지역 연락사무소장인 한모씨는 당시 도의원 공천이 확정됐던 조모씨로부터 사무소 운영비 명목으로 다섯 차례에 걸쳐 1700만원을 제공받는 등 공천 신청자 4명으로부터 13차례에 걸쳐 55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돈을 건넨 조씨도 같이 구속돼 공천을 반납했다.

대구에서도 곽성문 의원의 보좌관 권모씨가 지방선거 출마예정자 신모씨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권씨는 신씨에게서 미국 여행경비조로 3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었다.

부산시당 위원장인 재선(再選) 김병호 의원도 지역사무소 사무국장이 구청장 공천 탈락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 사무국장은 김 의원의 처남이다. 김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 부산시당 공천심사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래서 “공천 결과 전체를 믿을 수 없다”는 불신감이 지역에 확산되기도 했다.

정치인이 물먹는 이유



영남지역 지방선거 공천의 또 다른 특징은 광역단체장 중에 정치인 출신이 없다는 점이다. 이번에 영남지역에서 공천 받은 한나라당 광역단체장 후보의 면면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치러진 경선에서 부산과 대구, 경북에서 현역 의원들이 도전했다. 그러나 모두 단체장, 공무원 출신 후보들에게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부산 권철현 의원은 허남식 부산시장에게, 경북 김광원 의원은 김관용 전 구미시장과의 경선에서 밀렸다. 두 의원 모두 3선 의원이다.

서울의 경우 경선에서 떨어지긴 했지만 맹형규 전 의원과 홍준표 의원이 끝까지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경기에선 김문수 후보를 비롯해 김영선·전재희 의원이 경선에서 맞붙었다. 권철현 의원은 2002년 부산시장 후보 경선에서 고(故) 안상영 시장에게 근소한 차로 떨어진 바 있다. 그런데 이번 경선에서는 허남식 시장에게 많은 표차를 보였다. 경북 김광원 의원은 경선에 참여한 3명 중 꼴찌를 기록하고 말았다. 김 의원과 경쟁한 후보들은 모두 기조단체장 출신이다.

이러한 결과를 두고 해당 지역에선 “지역 사정은 잘 알지도 못하고 중앙 무대에서의 지명도만 믿고 나섰다가 실패한 것”이란 얘기가 나왔다. 민선 단체장 4기로 접어들면서 지역의 단체장들이 속사정을 훤히 꿰고 있는데다 밑바닥까지 다져두어 경선에서도 유리했단 얘기다.

정치인이 오히려 정치인을 밀지 않는다는 해석도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다른 지역을 보더라도 해당 국회의원과 정당의 부탁과 민원을 잘 들어주지 않는, 이른바 ‘깐깐한’ 단체장들은 재공천을 받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영남지역의 경우 한나라당이 지방정부의 여당이다 보니 의원들로서는 지역구 일로 단체장과 협의할 때가 많다. 그러려면 대하기 어려운 정치인보다는 상대적으로 ‘만만한’ 행정가 출신 단체장이 더 편하단 것이다. 권철현 의원도 부산지역 16명의 당 소속 의원 중 2~3명만이 도왔다는 소문이 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신동아 2006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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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한국일보 정치부 기자 dhl34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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