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한국 축구 공격진의 세계 경쟁력

조재진·박주영 궁합, 안정환 집중력, 박지성 진화가 최대 자산

  • 장원재 숭실대 교수·연극학,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 j12@ssu.ac.kr

한국 축구 공격진의 세계 경쟁력

2/6
수비수 중에는 포지션의 특성상 건장한 체격을 지닌 장신이 많다. 매우 유효한 공격수단인 공중볼을 걷어내는 데는, 공격수의 전진을 몸으로 저지해 탄착점 근처로 진입하지 못하게 봉쇄하고 유리한 지점을 확보한 뒤 상대 선수보다 먼저 공중으로 몸을 솟구치는 기술이 필수이기 때문.

이러한 장점을 수세적 상황에서만 써먹는 것은 자원의 효율적 운용이 아니다. 코너킥이나 프리킥 같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공세적 공중볼을 다툴 때, 세계 일류 팀들은 수비수들을 일시적으로 최전방에 배치한다. 직접 골을 노리거나 공격 전문가들에게 볼을 떨궈주는 역할을 하라는 것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코너킥과 프리킥의 기본대형을 여덟 가지 경우의 수로 세분하고, 선수 개개인에게 상대 수비수의 앞, 뒤, 사이사이 등 특정 루트로 진격하라는 세부명령을 하달하곤 한다. 이 작전명령의 최전방에는 숭실대 시절까지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활약했던 최진철과 건국대 시절부터 발이든 머리든 원하는 지역으로 공을 배분하는 능력에 관한 한 당대의 일인자인 김영철이 선다.

이렇듯 현대 축구는, 역설적이게도 공격능력을 보유한 수비수와 수비능력이 뛰어난 스트라이커를 요구한다. 최전방 공격수의 수비력은 유사시에 상대의 공격을 제일선에서 저지하고, 공을 빼앗아오지는 못하더라도 몸싸움을 벌이며 수비진 정비에 필요한 시간을 벌어주는 능력이다.

2006년 대한민국 대표팀에서 수비가담 능력이 가장 뛰어난 공격수는 설기현이다. 지난 한일월드컵에서 경기장의 절반을 가로질러 뛰어오며 대인방어에 나서는 모습을 보고 일부 유럽 기자들은 그를 가리켜 ‘최전방 수비수’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공격자원 중 유일한 왼발잡이라는 희귀성도 그의 가치를 높이는 또 다른 포인트다.



임팩트 뛰어난 이동국의 결장

공격수 본연의 기능으로 돌아가 이야기를 계속해보자. 유럽 프로축구 통계를 보면 지난 10년간 전체 득점의 67%가 골문 반경 9m 내에서 이루어졌다. 골대 근처에서 슛을 날릴수록 득점 확률이 높아진다는 건 당연한 이야기다. 따라서 공격수는 되도록 골대 가까이에서 슛을 날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바꿔 말하면, 더 가까운 거리에서 더 안정적으로 슛을 날리는 데 필요한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려 애쓴다는 이야기다.

공격수가 수비수를 돌파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순발력을 동반한 스피드, 몸싸움 그리고 페인트 모션이다. 이 세 가지를 모두 구현하는 선수는 드물다. 2006년 현재 호나우두와 웨인 루니 정도가 여기에 해당할까. 이동국도 이 범주에 드는 희소자원이다. 단, 1998년 월드컵에서 엿보인 가능성에 비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냉정하게 말해서 세계적인 재능을 타고나기는 했지만 호나우두나 루니에 비해 각각의 요소에서 약간씩 부족하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일관된 평가다.

그가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며 본프레레-아드보카트 체제에서 부동의 최전방 스트라이커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요인은 슛할 때 공에다 힘을 싣는 능력, 즉 ‘임팩트’가 뛰어나다는 데 있다. 이동국은 유연성을 타고났다. 여기에 자신의 노력을 더해 허벅지 근육의 이완수축력이 다른 선수들을 현저하게 능가하는 지점까지 나아갔다.

그가 어설프게 찬 듯한 공이 엄청난 스피드로 쭉쭉 뻗어나가는 건 순전히 유연한 몸과 근육의 힘 덕분이다. 압축 스프링처럼 힘을 비축한 몸이 별다른 예비동작 없이 공에 힘을 실어 튕겨내는 능력은 1966년 월드컵 득점왕 에우제비오(포르투갈)가 구현했고, 1968년 올림픽 득점왕 가마모토(일본)가 그토록 도달하기를 염원하던 꿈의 경지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이동국이 보여준 플레이 중에서 전문가들이 최고의 걸작품으로 꼽는 것은 득점 장면이 아니다. 2004년 12월19일 독일과의 친선경기에서 보여준 첫 번째 골 상황이다(물론, 270。 터닝슛을 골대 왼편 구석으로 그대로 꽂아넣으며 한일월드컵 MVP 올리버 칸을 꼼짝 못하게 만든 결승골 장면도 우리 축구사(史)에 길이 남을 명편 가운데 하나임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적진 오른편 터치라인 쪽으로 깊숙이 흐른 공을 따라 이동국은 리드미컬하게 이동했고, 공을 몸 가운데 위치시켜 상대의 접근을 막았다. 그리고 두 박자 멈칫멈칫 숨을 고르며 상대 수비를 교란했다. 마침내 3∼4초의 여유시간을 두고 공격수가 받아먹기 좋도록 고도(高度), 비행속도, 휜 각도 모두 10점 만점짜리 크로스를 쏘아올렸다.

그가 멈칫거린 까닭은 독일팀 골문 근처에 우리팀 공격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동국은 김동현의 쇄도를 기다리며 적절하게 시간을 끌다가 김동현이 달려오던 탄력 그대로 스피드를 죽이지 않고 점프할 수 있도록 정확한 시간에 정확한 지점으로 크로스를 올려주었다. 김동현은 독일 수비진을 향해 육탄돌격을 서슴지 않았고, 이 기세에 눌린 독일 수비진이 공을 걷어내긴 했지만 안전지대로 완벽하게 보내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2/6
장원재 숭실대 교수·연극학,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 j12@ssu.ac.kr
목록 닫기

한국 축구 공격진의 세계 경쟁력

댓글 창 닫기

2022/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