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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공격진의 세계 경쟁력

조재진·박주영 궁합, 안정환 집중력, 박지성 진화가 최대 자산

  • 장원재 숭실대 교수·연극학,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 j12@ssu.ac.kr

한국 축구 공격진의 세계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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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공격진의 세계 경쟁력
뒤로 바운드되며 흐른 공은 후방에서 전진하던 김동진의 왼발에 제대로 걸렸고, 우리의 미남 수비수가 날린 회심의 일발은 올리버 칸이 지키는 골대 왼편 구석 하단을 정확하게 꿰뚫으며 그물을 출렁였다.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이동국의 부상과 월드컵 결장(缺場)은 그래서 가슴 아프다.

조재진·박주영 하모니에 달렸다

그렇다면 이동국의 빈자리를 메울 공격수는 누구인가. 필자 생각엔 아드보카트 감독은 4-3-2-1의 포진을 활용하면서 최전방 원톱과 두 명의 섀도 스트라이커가 순간적으로 자리를 바꾸는 전법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최전방 공격수가 좌우로 부지런히 움직이며 상대 수비진을 휘저어 빈틈을 만드는 사이, 2선 공격수가 최전방으로 뛰어들며 찬스를 마무리하는 공격법이다. 한국팀이 공격수로서 여러 가지 장점을 겸비한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기에 가능한 작전이다.

원톱의 적임자는 딱 잘라 말해 조재진이다. 2000년 아테네올림픽 당시 강신우 기술국장은 조재진의 발전가능성을 두고 이렇게 평가했다.

“공격수 중 시야가 넓다는 면에서는 조재진이 당대 제일이다. 유연성이 다소 부족하지만, 순간 스피드와 체력을 이용한 돌파력, 파괴력은 수준급이다. 공중볼을 2선으로 떨어뜨린다거나 페널티 에어리어는 물론, 양쪽 코너 근처까지 종횡으로 이동하면서 동료 공격수들을 위해 공간을 만들어주는 그의 능력을 다각도로 활용할 길을 찾아야 한다. 본인의 골 결정력도 대단하지만, 협력 플레이가 가능한 파트너를 만난다면 한국 공격진은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



그렇다면 조재진과 궁합이 맞는 공격수는 있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희망을 가질 수 있다. 한국 축구의 고질 가운데 하나가 ‘문전처리 미숙’이다. 엄밀히 말하면 정확성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침착성이 부족하다. 찰나에 모든 상황이 종결되는데다 공은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살아서 꿈틀거리는데 상대 수비수가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든다. 이런 상황에서 평상심을 잃지 않고 중심을 유지하면서 볼 처리를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박주영은 어떤 경우든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공을 처리하는 능력의 소유자다. 그의 슛은 거의 골문 안으로 들어가는 유효슈팅(on-target attempt)이다. 슛을 날리는 와중에도 발목 각도를 미세하게 비틀어 공을 골문 안으로 넣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 강도는 조금 떨어지더라도 일단 정확하게 간다. 약하더라도 정확하게 차면 득점 확률이 있지만 강하게 차더라도 골대를 벗어나면 득점이 안 된다는 이치를 간파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박주영이 슛을 강하게 날리는 능력이 모자란 건 아니다. 자기 파워의 65∼70%만 쏟으면서 정확하게 슈팅을 하는 것이다. 야구로 치면 시애틀 마리너즈의 이치로와 비교할 수 있겠다. 타율을 높이기 위해 정확히 때리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장타가 안 나는 것이지, 파워가 없어 홈런이 적은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드리블에 관해서도 박주영은 일가견이 있다. 그의 드리블의 핵심은 ‘엇박자’와 ‘자유자재의 기어 변속’에 있다. 드리블이든 돌파든 핵심은 상대 수비를 속이든지 헷갈리게 하든지 해서 따돌리는 것이다. 그래서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고 정확한 슛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는 것인데, 놀라운 것은 그가 드리블을 할 때(더 놀라운 것은 직선 드리블이 아니라 휘어들어갈 때도) 스피드가 죽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아주 빠르게도 갔다가 느리게도 갔다가, 리듬이 워낙 다양해 수비진이 그를 따라가는 데 애를 먹는다.

또한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하고 서두르는 법이 없는 부동의 평정심은 이창호 바둑에서 느낄 수 있는 기운과 흡사하다. 이러한 플레이를 통해 틈을 만들고, 어떤 경우에는 본인이 직접 해결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패스를 하는, 그래서 그가 다음에 어떤 플레이를 할지를 심지어 우리 편도 예측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최고의 히든카드 안정환

그를 한 번 더 칭찬하고 싶은 점은 다소 거창하게 말해 도교적인 플레이, 노자(老子)와 장자(莊子)의 사상을 반영한 플레이를 펼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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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 숭실대 교수·연극학,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 j12@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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