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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기자의 대중문화 보충수업 마지막회

북한 다큐멘터리 ‘동물의 번식’으로 본 北 주민의 性의식

“너무 비싸게 굴지 말고 어서 벌거벗으라”

  • 이승재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sjda@donga.com

북한 다큐멘터리 ‘동물의 번식’으로 본 北 주민의 性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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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다큐멘터리 ‘동물의 번식’으로 본  北 주민의 性의식
발정기에 이른 수놈들은 암놈을 차지하기 위해 안타깝게 모대깁니다(‘안타깝고 괴롭다’는 뜻의 북한말). 암놈은 싫은 듯 발광하지만 실지 더 안달이 난 것은 암놈입니다. 그래서 암놈이 어서 올라타라고 엉치(엉덩이의 끝)를 갖다댈 때면 오히려 깜찍한 수놈은 “너도 안타깝게 굴지 않았느냐” 하는 듯이 살짝 올라타기만 하고 성급하게 몰지 않습니다. 어쩌면 신통히도 개와 (성기의) 생김새도 비슷하고 (성기의) 놀음도 같은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떨기 속도만은 개도 따라가지 못할 거 같습니다. 영하 28도를 오르내리는 추위 속에서도 서로 당기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 같습니다.

한편의 치정극을 보듯 여우에 빗대어 사람들의 사랑 놀음을 제대로 묘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암컷이 수컷을 안타깝게 만들자 수컷 또한 살짝 내숭을 떨면서 암컷을 목마르게 한다는 대목은 특히나 재기가 넘치는 의인화(擬人化)입니다. ‘함스터(햄스터)’ 편에서 이 영화는 “모든 암컷들이란 본래 이렇게 앙큼한 것들이어서 암컷이란 말이 생겨난 것 같기도 합니다”라는 기상천외한 단어풀이까지 동원합니다.

공들인 관찰과 톡톡 튀는 묘사는 ‘앵무새’ 편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앵무새’ 편에선 이 북한 다큐멘터리가 얼마나 생생하고 치밀하면서도 감성적인 묘사를 하고 있는지 듣는 이의 무릎을 탁 치게 만듭니다.

아마 번식기에 앵무들처럼 정이 찰찰 넘치게 입맞춤하면서 서로 깃을 쓰다듬어 주는 새들은 더는 없을 것입니다. 숨 막힐 듯한 애무에 못 이겨 암컷이 방긋 웃는 것(‘생식기’의 비유)을 펼치기 시작하면 일은 다 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흔히 새들은 올라타고 쌍을 얻지만 이 새는 타지 않고도 아주 재치 있게 쌍붙기를 합니다. 수놈은 곡예사처럼 한쪽 발에 몸을 싣고 꼬리 깃만 살짝 돌리며 (성기를) 꽂으려 합니다. 참으로 그 자태 아름다운 것처럼 교미 동작도 재치 있게 합니다. 붉은 뺨 노란 앵무들도 홍문(항문) 속에 퇴화된 생식기가 숨어 있어 펌프질을 할 줄 모릅니다. 그 대신 홍문 밖으로 약간 내민 발그레한 것을 마주 대고 극성스럽게 비벼대는데 아마도 동물적 흥분을 만족시키는 데는 다를 바 없는 모양입니다.

“암컷은 어떻게든 성사시켜 보려고…”



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틀어 최고의 유머감각을 보여주는 건 바로 ‘약대(낙타)’ 편입니다. 북한에서 내려오는 각종 속담과 비유법, 의인화를 총 동원해 묘사의 맛을 살릴 뿐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 번식을 해보려 안간힘을 쓰는 낙타의 애달픈 모습을 조롱조로 바라보면서 배꼽 잡을 농담 보따리를 풀어냅니다.

잔등에 혹을 지고 다니는 곱사등의 약대(낙타)는 과연 어떤 방법으로 쌍을 얹을 수 있겠습니까(쌍을 얹다=교미하다). 1월부터 암내가 오기 시작하면 암컷은 입에 거품을 물고 수놈은 느닷없이 하늘을 쳐다보며 웃습니다. 하지만 멍석을 펴면 하던 지랄도 안 부린다고, 정작 쌍을 모아주면 암컷은 수놈을 매우 두려워하며 피해 다닙니다.

‘병신 바른 데 없다’(‘병든 몸은 마음도 바르지 못하다’는 뜻의 북한 속담)고 정말 못생긴 곱사등이 수놈은 발정이 오면 암컷의 그 부위(생식기)를 사정없이 물어주는 매우 괴상한 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암컷은 쫓겨 다니다가도 막다른 골목에 서면 수컷이 물기 전에 얼른 주저앉고 맙니다.

곱사등이 약대는 무게가 한 톤 이상 나가지만 쟁기(‘수컷 생식기’의 비유)만은 큰 지렁이 도막(토막)친 것만이나 합니다. 그나마 삼갓끈 속에 숨어 있다가 요긴한 순간에 꼬부랑거리며 나옵니다. 이것은 사막 지대에서 (성기에) 모래가 들어가는 것을 미리 막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쌍붙기 자세도 불편한 감은 없지 않으나 역시 약대 생리적 구조에 맞는 자세입니다. 그 큰 덩치에 비해 쟁기가 엄청나게 작아서 그런지 암컷은 너무도 안타까워 소리치며 몸부림하고 어떻게 하나 성사시켜 보려고 모진 애를 씁니다.

이렇게 약대들은 불편한 몸에 불편한 자세로 용을 쓰며 어떻게 하면 (성교를) 성사시키느라고 물팍(‘무릎’의 속된 말인 ‘무르팍’을 줄인 말)이 다 벗겨지는 줄도 모릅니다. 약대는 확실히 생식기도 특이한 생리적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늘고 꼬불꼬불한 것일수록 용수철처럼 탄력이 있어야 하는데 약대의 것은 그렇지 못해서 계속 헛방아만 찢(찧)습니다.

사실 낙타의 세계에서 수컷 성기의 크고 작음을 암컷들이 따지겠습니까마는, 이 영화의 내레이션은 인간 세계의 현상을 고스란히 가져와 낙타의 그것에 절묘하게 포개어놓고 있습니다. 마치 인간이 그러하듯 낙타 또한 수컷의 성기가 작으면 암컷이 안타까워할 것이라면서 말입니다. 오직 ‘크기’에만 집착하는 인간의 부질없는 모습이라니…. 낙타와 달리 커다란 성기를 가진 당나귀에 대한 묘사는 이렇게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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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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